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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사람 잡는 혁신은 조직도 잡는다

  • 기사입력 2019.03.27 10:00
  • 최종수정 2019.03.27 10:17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혁신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혁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은 불가피한 희생과 무리수를 종종 동반한다. 그 희생과 무리수에는 재무적 비용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직원이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혁신은 목적도 다양하지만, 그 방법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급격한 구조조정 혹은 조직의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안전한 상태로 혁신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그 가치에 비해 출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혁신은 왜 시도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어느 누군가, 혹은 어느 부서가 혁신의 원인인 동시에 혁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경기가 좋을 땐 혁신에 대한 위협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일단 잘 먹고 잘 사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려워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이유로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잘나가는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혁신을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애자일(agile) 조직을 위한 혁신을 시도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애자일 조직을 선택했던 10년 된 스타트업 기업이 100년 된 기업보다 막강해지는 현상을 보면서 ‘애자일화’를 외면할 수 있는 경영자는 별로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닮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러한 욕망은 흔히 있었고 그때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며 급격한 혁신을 도입하고 실행했으며 또 좌절하고 실패했다. 일관성은 부족했고 인내심은 약했기 때문이다. 성급한 혁신의 효과를 갈망하는 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했고 직원들의 희생은 그 뒤를 따랐다. 혁신에 시달린 직원들은 경영자가 야속했고 경영자는 직원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피한 희생과 무리수를 기꺼이 받아드릴 직원은 없다.

대부분 혁신은 신토불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혁신이 가져올 눈부신 성과는 불꽃처럼 확산되고, 혁신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성급히 도입하는 혁신은 혁신의 주체가 될 직원부터 시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다. 즉 사람 잡는 혁신이 조직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 다하는 혁신을 성공적으로 우리 조직에 도입하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를 탐색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조직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옷에 몸을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베스트 사례가 존재하는 혁신이라 해도 우리 조직에 적합한가를 먼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보통 혁신은 의욕이 앞선 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의해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문은 경영자가 하고 준비는 리더가 하지만 실행은 실무자가 한다. 경영자는 흥분이 앞서고 리더는 걱정이 앞서며 실무자는 피곤이 앞선다. 혁신의 필요성이 아무리 간절하다 할지라도 현실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직 어딘가에 무리가 가게 되어 있다. 재무적 상황, 인력 상황, 문화적 상황, 경쟁자 상황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둘째, 혁신을 추진할 내부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 조직에는 여유 인력이 없다. 비용절감이 습관화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남아도 인력은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새롭게 혁신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혁신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내부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결국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만 하고 내부에서 이를 소화하고 효과적으로 전달 및 추진할 전문가를 내부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비용만 크게 발생하게 된다. 돈 벌자고 혁신하려 하면서 돈만 쓰고 활용을 못한다면 답답한 노릇이다. 만약 혁신 관련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전문가 영입 및 담당자 학습 등의 내부 역량을 먼저 강화한 후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의욕과 실행력은 다른 개념이다. 아무리 위에서 지시를 받고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수행역량이 부족하면 그 혁신이 성공할 리 없다. 모든 것을 외부에 의존하면 비용은 물론이고 외부지원이 끊기면 혁신의 지속성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CEO의 의지와 실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혁신 주문은 톱다운 방식이다. 혁신에 대한 관심과 추진은 CEO의 의지와 비례한다. 직원들이 움직이기에 CEO의 의지는 압력도 되지만 동기부여도 된다. 그런데 CEO의 의지만 강하고 실력이 부족하면 말 그대로 사람 잡는 일이 된다. 직원들만 시달리다 끝나는 것이다. CEO가 혁신을 주도할 때 미래의 가능성과 긍정적인 비전을 먼저 설명하고 직원들의 동참을 진정성 있게 당부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시를 한다면 CEO는 성과를 얻고 직원은 보람을 얻을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혁신에는 CEO의 강력한 의욕과 지혜로운 실력이 먼저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대체로 CEO의 의욕만 앞서는 혁신의 공통점은 혁신의 개념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밑에서 알아서 해야한다는 점에서 직원들만 죽어난다. 따라서 CEO의 혁신 의지는 꾸준한 학습과 판단력이 중요하다.

넷째, 전담조직을 두어 일관되게 실행해야 한다. 혁신은 인내가 필요하다. 비용과 함께 시간도 많이 든다. 또한 근본적인 혁신일수록 조직의 구조와 전략 그리고 문화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대체로 도입은 빨라도 효과는 더딘 것이 혁신이다. 따라서 혁신을 전담하는 부서가 보장되어 혁신을 추진하고 점검하며 보완하는 작업을 실행할 전담부서가 반드시 있어서 공식적인 부서로서의 의무와 가치를 다하도록 해야 한다.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우는 혁신의 의도와 방향 그리고 강도가 변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고 주인이 없는 기업은 혁신을 주문한 CEO의 신상의 변화가 생기면 갑자기 도입한 혁신이 갑자기 중단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직원들의 피로감만 커지고 소득 없는 혁신은 추후 양치기 소년처럼 습관적인 혁신에 내성이 생기는 꼴이 되고 만다. 따라서 진정한 혁신 성공을 위해선 전담 조직에 힘을 실어주어 지배구조의 변화가 생기거나 기타의 변화에도 조직을 위한 명확한 방향과 효과를 책임감 있게 추진해갈 전담부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직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정중히 구해야 한다. 혁신 주문은 경영자가 해도 실행주체는 직원이다. 직원들의 이해와 참여 그리고 협력이 있어야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자칫하면 직원은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 된다. 즉 직원을 불안하게 만들고 직원이 혁신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혁신이 저항의 대상이 된다면 이보다 애쓰고 손해보는 바보 같은 혁신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 있을 듯하지만 없는 것이 ‘공짜’와 ‘비밀’이라고 한다. 혁신의 성공은 도입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현 조직에 맞아야 하고 실행할 역량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CEO의 의지와 실력 그리고 전담부서를 만드는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의 이유와 방법 그리고 혁신의 가치를 솔직히 직원들에게 고백하고 양해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 혁신에는 대가가 따른다. 특히 혁신의 주체인 직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람 잡는 혁신은 혼란을 초래하고 혼란스러운 혁신은 조직마저 잡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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