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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장 교체 막전막후…함영주 전 행장은 왜?

  • 기사입력 2019.03.25 16:3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 3월, 연임이 확실시되던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KEB하나은행장이 바뀌었다. 금융권에선 함 행장의 연임 포기 의사가 진심이었는지 혹은 누군가의 압력이었는지 등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의 2015년 9월 취임사 모습. 함 전 행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초대 행장에 올랐다. 사진=서울경제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의 2015년 9월 취임사 모습. 함 전 행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초대 행장에 올랐다. 사진=서울경제

[Fortune Korea] KEB하나은행장이 결국 바뀌었다. 하나금융그룹은 3월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KEB하나은행 주주총회를 열고 지성규 KEB하나은행 부행장을 새 KEB하나은행장으로 선임했다. 같은 날 열린 이취임식에서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지성규 신임 행장에게 은행 깃발을 건네는 상징적 행사로 3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꽤 파란만장한 임기를 보냈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첫 은행장에 오른 그는 이질적인 두 조직을 융합시키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잡음으로, 은행권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금리조작 파문으로 임기 내내 몸살을 앓았다. 3월 21일 행장 이임식에서 그는 스스로 ‘쉬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할 정도로 심신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 연임? 노조는 ‘반대’

사실 함 전 행장은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연임 분위기가 팽배했다. 언론에선 함 전 행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고 실적 성과도 훌륭해 연임이 확정적이라는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 이들 보도에선 ‘하나금융지주 내부적으로는 이미 함 행장 연임으로 의견이 모였다’는 내부 정보도 많이 인용됐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2월 25일 KEB하나은행 노동조합이 ‘KEB하나은행 미래를 위해 함영주 행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면서 미묘하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 성명에서 KEB하나은행 노조는 그간의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조는 “함 행장의 경영능력 우수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지난해 시중은행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이는 시장의 좋은 조건 때문이었다”고 못 박았다.

노조는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함 전 행장 때문에 오히려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하나은행 노사는 애초 2017년 4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해 제도통합을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사측이 구 외환은행 직원의 근로자의 날·가정의 달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노사갈등 원인을 제공했다”며 “최순실 관련 비리 연루 의혹, 채용 비리 의혹 때문에 제도 통합 논의를 작년 봄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연임 반전의 결정타

노조 성명이 있었던 다음날인 2월 2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 측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재선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연임 확정’이었던 분위기가 ‘알 수 없다’로 바뀌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한 지주 측 사외이사들을 만나 ‘함 전 은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연임에 성공할 경우 지배구조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관치 논란이 들끓었다. 은행 주주들의 독립된 의사결정에 따라 선임하는 은행장 자리에 금융당국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비교적 점잖은 투부터 과거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운 관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다소 과한 표현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튿날인 27일 해명보도자료를 내고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며 반박했다.

상황은 의외로 빠르게 정리됐다. 금감원 보도자료가 나온 다음 날인 28일,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찾아 ‘자신으로 인해 하나금융에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뜻을 전하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연임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이 이번엔 KEB하나은행장 자리를 놓고 2차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관심은 빠른 상황 정리로 급속히 식었다.

◆ 왜 이번엔 가만히 있나?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은행권에선 다양한 말들이 흘러나온다. 이 말들은 공통으로 한 가지 물음에서 파생된다.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연임 건을 두고 불거진 금감원과의 불화에선 결사항전 자세를 취했던 하나금융이 함영주 전 은행장 연임 건을 두고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 당시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회장 선임 절차 연기 권고에도 기존 일정을 강행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물론 ‘조직을 위해 희생한다’는 뉘앙스의 함 전 행장 결단을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에 부담을 덜기 위해 검찰 기소 후엔 현직에서 물러나는’ 은행권 관례를 깨고 1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함 전 행장이 연임을 앞두고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함 행장의 연임 포기가 누군가의 압력이나 눈치 때문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자기 임기 내에 금감원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싶은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명분상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거든요. 함 전 행장의 자연스러운 중도하차와 이에 대한 자신의 묵인이 조직에는 리스크 제거로, 금감원에는 ‘너희 말대로 했다’는 화해의 제스처로 보일 수 있죠. 3연임을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김 회장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마무리를 잘해놔야 나중에 어떤 일로 불똥이 튀더라도 좀 더 쉽게 가지 않겠습니까.”

◆ 김 회장의 의중

김 회장은 세 번째 임기를 끝으로 회장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1952년생으로 올해 67세인 김 회장이 2021년 다시 연임될 경우, 임기 중 하나금융의 만 70세 정년 규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2014년 규정을 고쳐 회장 연임 임기를 늘린 적 있는 김 회장이지만 사회 분위기상 70세 정년 규정은 고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임기 후에도 김 회장은 고문 등의 역할로 한동안 하나금융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현직 회장일 때보다 떨어질 게 당연하다.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퇴임 후 불상사를 고려하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고 회장직을 내려놓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앞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작업 중 하나가 금감원과의 관계 회복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 입장에선 함 전 행장을 대신해 자신의 2기 체제를 구축할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으나, 금감원과의 관계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다.

◆ 여전히 강력한 회장 후보

일견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함 전 행장을 내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현실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함 전 행장은 KEB하나은행 행장 자리에서만 내려왔을 뿐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월 함 전 행장의 그룹 부회장 연임을 결정한 바 있다. 임기는 올해 말 12월 31일까지다.

게다가 함 전 행장은 여전히 유력한 회장 후보이다. 채용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선 현재 일 보 후퇴가 이 보 전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직을 위해 희생했다’는 이력이 하나 더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 입장에서도 자신의 측근인 함 전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김강현 포춘코리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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