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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 안병민 대표
  • 승인 2019.03.0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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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독립 만세…스스로 몰입케 하라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상식과 방법으론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조직이 갖춰야 할 일은 없을까. 우선 조직 구성원 각자가 일의 목적과 의미를 파악하고 스스로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머니는 항상 이런 식이죠? 네, 좋아요. 그럼 해법 좀 알려주세요. 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학력고사 전국 1등까지 했고, 어머니가 의대 가라고 해서 의사 됐고, 어머니가 병원장 되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고 기를 쓰다가 내 새낀 줄도 모르고 혜나 죽였잖아요. 저 이제 어떡하냐고요? 낼 모레 쉰이 되도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놈을 만들어 놓았잖아요, 어머니가.”
마지막회 시청률 23

사진 셔터스톡

 

.8%를 찍으며 비지상파 드라마로선 사상 최고시청률을 달성한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 속 강준상 교수의 오열입니다. 강 교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 자리까지 오른 전국구 수재였습니다. 기업으로 치자면, 예전 산업화시대의 인재상입니다. 뛰어난 능력으로 시키는 업무를 척척 해내니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성과는 커지고, 조직은 성장합니다. 직원 ‘강준상’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니 보상이 늘어납니다. 연봉이 많아지고 직급도 올라가니, 스스로를 격려하며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정답이 있을 땐 매끄럽게 돌아가던 시스템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리더가 정답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성과가 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성장이 멈췄습니다. 이른바 저성장, 제로성장이 뉴 노멀인 시대입니다. 멀쩡하게 돌아가던 조직 여기저기가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 문제 없이 완수되어야 할 프로젝트들도 구멍이 뻥뻥 뚫립니다. ‘위에선 지시하고 밑에선 실행하던’ 조직운영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질 않습니다. 그러니 예전 단기간 초성장에 익숙한 카리스마 리더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들의 지시와 명령, 통제의 서슬은 말도 못하게 푸릅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기에 예전의 해답이 들어맞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살벌한 경쟁의 메커니즘으로 직원들의 목을 죄니 직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기 시작합니다. 과정은 깡그리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에만 목을 멥니다. 암투와 모략, 비리와 위선의 일터입니다. 그렇게 터져 나온 사고가 예컨대, 미국의 엔론 부정회계 사건이고, 독일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입니다. 숫자를 조작해 빚을 감추고, 이익을 부풀리고, 성능을 조작한 겁니다. 속은 곪아 터지는데 겉만 예쁘게 보이기 위한 분식(粉飾)입니다. 위에서는 무조건 해내라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선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다시 <SKY캐슬>로 돌아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성 안에서도 역시 분식사건이 터집니다.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며 ‘1등, 1등’을 부르짖는 아빠 차민혁 교수 때문에 ‘가짜 하버드생’이 되어버린 딸 차세리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성적으로 몰아붙이는 아빠에게 더 이상 솔직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떨어지는 불호령을 감당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점점 커집니다. 급기야 하버드대학교 학생으로서의 ‘연기’가 시작됩니다. 가짜 인생입니다. 결국 사달이 납니다. 하지만 세리는 강준상 교수처럼 어리석지는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과감하게 가면을 벗어던집니다. “대학 왜 가야 되는데? 열심히 돈 벌어서 내가 번 돈으로 클럽 하나 여는 게 꿈인데 대학을 꼭 가야 돼? 하버드 나오면 세상이 알아준다고? 남들이 알아주는 게 뭐가 중요해?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동안 나로 살지 못해 쌓였던 서러움이 폭발합니다. 스스로 인생의 주인으로 다시 서겠다는 선언입니다. 이후 세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힘들게 되찾은 원래의 내 모습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진실할 수 있는 일이니 삶에 활기가 돕니다.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서입니다. 알아서 고민하고, 알아서 답을 찾습니다. 내일과 삶에 있어 내가 주인이 되니 일어나는 기적입니다. 세리와 달리 그 기적을 체험하지 못한 강 교수는 앞서 본 것처럼 나이 오십 세에 위기를 맞습니다. 엄마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깨비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겁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 한창입니다.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급격한 변화가 일상화되니 정해진 정답이 있을 리 없습니다. 정답이 있을 땐 계획이 중요했고, 효율이 중요했고, 속도가 중요했습니다. 카리스마 리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도 정답을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무자비한 채찍과 달콤한 당근으론 더 이상 성과가 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입니다. 담당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통해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게 해야 합니다. 상사가 정해준 정답을 향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일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찾은 ‘일의 의미’와 내가 느끼는 ‘일의 재미’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예전 산업화시대의 인재들, 수많은 ‘강준상’들이 작금의 조직 내에서 휘청대는 이유입니다.
‘강준상’과 ‘차세리’를 이 시대 직원들의 은유로 놓고 본다면, 얼핏 보기엔 상사가 시키는 대로 성과를 내는 강준상이 더 맘에 들 수 있습니다. 군소리 없이 이것 하라면 이것 하고, 저것 하라면 저것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노동에는 영혼이 없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강준상이라는 수동적 인재를 만들어낸 건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꼭두각시로 전락했습니다. 자고 나면 경영환경이 바뀌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스스로 몰입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차세리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춤’이라는 꿈이 생기니, ‘클럽’을 열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일을 합
니다. 즐겁게 일합니다. 내가 일하는 이유, 일의 목적을 찾은 겁니다. 그리고 이유와 목적을 알게 된 도전에는 포기는 없습니다. 혁신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삶의 이유를 알려줘야 하듯, 직원들에게도 일의 목적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다그침 대신 공부의 즐거움을깨닫게 해주어야 하듯, 직원들에게도 업무를 통한 행복한 성장체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 체험이 동기에 불을 지릅니다. 그래야 어쩔 수 없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 즐겁게 하는 일이 됩니다.
강준상들이 일하는 조직과 차세리들이 일하는 조직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일의 목적을 찾은 직원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성과는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강준상으로 만들 것인지, 차세리로 만들 것인지는 리더의 철학에 달려있습니다.
결국 리더십이고, 다시 리더십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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