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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뛰는 항공사 위에 나는 델타항공

  • 기사입력 2019.03.06 09:54
  • 최종수정 2019.03.07 09:29
  • 기자명 Shawn Tully 기자

파산에서 기사회생한 델타항공이 미국 3대 항공사 중 가장 신뢰도 높고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귀환했다. BY SHAWN TULLY

본문
솔트레이크 시티의 그랜드 아메리카 호텔에서 화려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장내에는 밴드 포르투갈의 ’여전히 느껴요(Feel It Still)‘의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CEO 에드 배스천 Ed Bastian이 활기차게 대형 연회장에 들어서자, 델타 항공사 직원 200여 명은 그와 셀카를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린다. 

그는 잘 빠진 정장과 고가의 검은색 테니스 신발, 거북이 껍질 재질의 안경을 뽐내고 있다. 은발에 185cm 장신인 배스천은 건장한 수하물 운반직원과 어깨동무를 하고, 새 유니폼을 입은 두 명의 승무원과 미소를 교환한다. 유니폼을 디자인한 잭 포센 Zac Posen은 짙은 자주색 빛깔을 “여권 자두색(Passport Plum)”이라 부른다. 배스천에 열광하는 직원들은 쉴새 없이 휴대폰을 CEO의 한 측근에게 건넸다. 그는 모든 직원들의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계속 버튼을 눌러야 했다.

배스천은 모든 직원들과 셀카를 다 찍을 때까지 행사장을 떠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날 촬영 시간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승무원 대니엘 스트릭랜드 Danielle Strickland(31)는 “우리는 기내에서 항상 유명인들을 만난다. 나는 한번도 스타에게 반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에드 배스천과 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게 홀딱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행사는 ’벨벳‘-구원의 동아줄(velvet rope)에서 유래했다-이라 불린다. 배스천이 델타가 파산상태에 빠진 암울한 시기에 만든 모임이다. 현재는 델타의 허브 공항이 있는 도시 중 한 곳에서 매월 이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배스천은 아침 일찍 직원들을 격려하는 연설을 한 후, 매번 셀카 세션으로 화려한 행사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 후 그는 현지 직원들과 ’팬 미팅(meet-and-greets)‘도 갖는다. 흡사 정치 유세장 같은 열기가 고조된다. 작년 9월 한 화요일에 열린 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CEO는 지역 콜센터 예약 직원들과 솔트레이크 시티 국제 공항 지상직 직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그 후 델타가 35억 달러를 들여 신축 중인 터미널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조종사 휴게실에 들러 지친 기색의 기장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배스천은 각 지역을 들를 때마다 정성껏 직원들의 질문에 답을 한다(그를 동행하는 카메라맨이 이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는다). 이 장면들은 그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사내 동영상 사이트 ’에드에게 모든 걸 물으세요(Ask Ed Anything)‘에서 주요 콘텐츠로 사용되고 있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배스천의 솜씨는 항공업계의 베테랑 전문가들에게 과거 2명의 업계 리더를 떠올리게 한다: 조직 동기부여로 유명했던 콘티넨털의 전 CEO 고든 베튠 Gordon Bethune과 사우스웨스트 공동 창업자 허브 켈러허 Herb Kelleher다. 하지만 이 지도자들은 소탈하고 언변이 화려했으며 때론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배스천의 스타일은 다르다. 베튠과 켈러허가 웅장한 브라스 밴드라면, 배스천은 감미로운 재즈 앙상블이다. 실제로 그는 적극적인 행보 속에서도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모 없이 행하는 그의 즉흥 연설은 문장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있잖아(You know)”, “내 말은(I mean)” 같은 상투적인 표현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배스천은 큰 호응을 유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솔트레이크 시티 벨벳 행사에서도 장기근속 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요! 파산을 겪었고, 노스웨스트와 합병했고, 숱한 유가 등락도 겪었습니다. 많은 것을 갖진 못했지만, 우리는 함께 그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에는 경제적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이익공유 원칙에 따라, 5년 연속 밸런타인 데이에 여러분에게 10억 달러 이상을 돌려줄 것입니다.”

다음은 원대한 비전 차례였다. 그는 “우리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미국 최고 항공사”라고 선언한 후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 전 세계가 올림픽 무대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과장된 격려사였지만 배스천의 묵직한 중저음과 잘 어우러졌다.   

배스천은 자신이 착용한 고가의 스니커즈처럼, 그에게 딱 맞는 ‘치어리더 역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익 감소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델타는 악기류(惡氣流)를 마주하고 있다. 회사가 완벽에 가까운 전략을 수행하지 못하면, 모든 주주들-공항에서 노약자 이동을 전담하는 직원들부터 수십 억 달러를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까지-은 좀 더 큰 믿음과 격려를 필요로 할 것이다.     

배스천이 그토록 고양하려 애쓰고 있는 직원과의 화합은 델타가 미국 3대 항공사 중 가장 모범 경영을 잘 하고 수익성 높은 기업이 된 주 원동력이다(다른 두 항공사는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United Continental이다). 지난해 델타는 정시 도착율 85%로 대형 항공사 중 1위를 차지했다. 나란히 80%를 기록한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은 물론, 미국 내 최대 저예산 항공사 사우스웨스트(79%)까지 따돌렸다. 델타는 ’좌석 당 마일 기준 비행거리(every mile it flies one seat)‘에서도 국내 경쟁사들보다 평균 19%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풍부한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델타의 공항 네트워크다. 이 회사는 그 어떤 항공업체보다 많은 ‘요새 허브’-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디트로이트, 솔트레이크 시티가 대표적이다-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더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비용 항공업체들도 델타의 영역을 침범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한 이 회사는 전반적으로 해안가 대도시로의 비행 편을 늘리는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비즈니스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환경은 델타의 두 번째 경쟁우위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기업 고객들을 사로 잡는 뛰어난 신뢰도와 기내 서비스는 델타에 더욱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일등공신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드비토 Advito의 글로벌 항공업무 담당 부사장 올리비에 브누아 Olivier Benoit는 “델타가 서비스와 운영 성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건 기업들이 같은 값이면 델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의 회사는 대기업들의 출장 프로그램을 관리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델타가 갖춘 이 모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배스천이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약속한 원활한 상승세는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항공업계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을 맞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고 있다. 3대 항공사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델타도 계속 번성하기 위해선 탁월한 항법 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쉽게 말해 델타의 이익은 정점을 찍었던 2015~2016년 이후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과 고객을 우선시하는' 항공사 이미지를 강화했던 델타의 전략 또한 현재 회사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 보수와 장비 개선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다. 연료비 상승 요인 외에도 연료 외 비용(특히 인건비)이 지난 4년간 매출 증가세를 크게 추월할만큼 급증했다(위 그래프 참조).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스턴 소재 리서치업체 트레피스 Trefis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도한 비용이 델타의 이익 마진을 잠식하고 있다’며 델타의 현금 흐름이 2022년까지 11%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투자자들이 이런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델타 주가 또한 시장수익률을 하회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2017년 초 이후 15% 오른 반면, S&P 500 지수는 25%나 상승했다. 

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과거 실적을 반영한 ’후행 주가수익비율(trailing PER)‘이다: 델타의 후행 PER는 10.1에 불과한 반면 S&P 500은 이보다 한참 높은 21.1이다. 아메리칸과 유니이티드 항공사도 델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과 기관들이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는 PER의 시그널이 미국의 글로벌 항공사들을 앞으로 몇 년 간 꾸준히 이익이 감소할 ’덩치만 큰 구시대의 유산‘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비용이 델타의 이익을 잠식하고 있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경기침체나 그보다 조금 더 완만한 둔화도 운임과 매출의 최근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 유럽이 델타의 급성장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브렉시트의 난기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EO 에드 배스천은 경기 둔화로 인한 타격을 입기 전까지, 델타와 경쟁업체들 간 간격을 최대한 벌려야 한다.   사진=포춘US
CEO 에드 배스천은 경기 둔화로 인한 타격을 입기 전까지, 델타와 경쟁업체들 간 간격을 최대한 벌려야 한다. 사진=포춘US

 

신용카드 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델타의 수익원을 잠식할 수 있다. 델타는 스카이마일스 신용카드를 통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수익을 나누고 있다. 항공업계의 불투명한 전망을 고려하면, 델타를 새로운 고도(高度)로 비상시키기 위해선 뛰어난 운항술이 필요하다.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배스천(62)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회계에 정통한 그는 2016년 중반 이후 델타를 이끌어왔다. 그의 계획은 두 방향으로 집중되어 있다: 비용을 좀 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다(주로 큰 성장기회가 있는 시장에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델타는 잠재력 있는 신용카드와의 파트너십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델타의 주요 창업자 C.E. 울먼 C.E. Woolman이 한때 사용했던 목재 장식의 집무실에서, 배스천은 자신의 청사진을 설명했다(사무실이 있는 고풍스러운 2층 벽돌 건물은 애틀랜타 본사 캠퍼스의 초대형 빌딩을 닮았다). “우리는 지난 2년간 너무나 높은 비용 인플레를 겪었다. 일부분은 파산 이후 단행한 대규모 인건비 감축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그는 이어 “미국 항공 시장은 현재 성숙기에 접어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35%에서 50%로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략이 과연 2015~2016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델타의 영업이익률 16%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배스천은 “당시엔 유가하락으로 호시절을 구가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운임도 여전히 비쌌다”고 말했다. 배스천은 자신 있게 미래를 전망했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를 캐물으면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항공업은 엄청난 산업이 아니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CEO를 맡은 지 2년 반밖에 안됐지만, 베스천은 이미 델타가 20년간 겪어온 혼란을 극복하는데 기여했다.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배스천은 뉴욕 주 포킵시 Poughkeepsie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친은 집에 병원을 차린 치과의사였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와 치위생사로 일했다. 당시 그의 가족이 생각하는 럭셔리한 여행은 모든 사람을 스테이션 왜건에 태우고, 플로리다로 겨울 휴가를 떠나는 정도였다. 그래서 배스천은 스물 다섯이 돼서야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 

그는 당시 회계 업계에 이름을 알린 상태였다. 대학 졸업 직후 회계사로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Price Waterhouse에 취직한지 얼마 안돼, 그는 광고 대기업 J. 월터 톰슨 J. Walter Thompson(JWT)의 대규모 회계사기를 적발했다. 배스천은 1981년 정기 회계감사에서, 각종 TV쇼의 광고시간을 광고주들에게 판매하는 JWT의 사업이 5,000만 달러 허위 예약 매출을 기록한 것을 발견했다. 이 스캔들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착수했고,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의 몇몇 파트너들이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배스천의 주가는 올라갔다: 불과 31세에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그가 누린 특권 중 하나는 MTV 뮤직 어워드 투표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시상식에서 배스천은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올라 수상자를 발표하는 록스타들에게 심사 결과를 전달했다.

그는 “어느 해인가 펑크 록 가수 빌리 아이돌 Billy Idol이 자신의 투표용지를 받아 꽉 끼는 바지 안에 넣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지퍼 앞 부분으로 그 용지를 다시 꺼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스천은 펩시코의 자회사 프리토-레이 Frito-Lay에서 회계 책임자로 8년간 근무한 후, 1998년 감사인으로 델타에 합류했다. 델타는 2000년대 초반 치솟는 유가와 저비용 항공사들과의 경쟁으로 타격을 입고 있었다. 회사는 가장 먼저 임금 삭감에 돌입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은 파산 때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연금 안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거기엔 ‘근속’ 보너스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델타 이사였던 제리 그린스타인 Jerry Grinstein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임금이 깎이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근속 보너스를 받는 걸 지켜봤다”고 말했다. 염증을 느낀 배스천은 2004년 초 델타를 그만뒀다. 그리고 애틀랜타에 위치한 조명·제어장치 제조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사회 반란 속에서 델타 CEO에 선임된 그린스타인이 6개월 후 스타벅스에서 배스천을 만나 CFO로 돌아오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조명회사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만 받고 델타를 회생시켜달라고 배서천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그 후 델타는 2005년 파산을 신청했다. 당시 배스천은 (파산 신청이) 회사가 살아날 유일한 묘수라고 적극 주장했다. 그는 파산보호 기간 동안 앞장서서 회사 회생안을 개발해 밀어붙였다. 이 계획은 현재까지 델타 사업 전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배스천은 이 청사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폐점한 애틀랜타 도심의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2006년 첫 벨벳 모임을 가졌다. 그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델타는 일류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다. 탁월한 신뢰도와 고객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고가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그는 기본급도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복원할 것이라 약속했다. 아울러 현재도 여전히 시행 중인 이익공유제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가 번창하면, 직원들은 그 과실을 맘껏 누릴 것이다.           

당시 델타는 연간 수십 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근로자들은 배스천의 비전을 믿고 똘똘 뭉쳤다. 당시 그들에겐 공동의 대의명분도 있었다. 그 결과 ’델타는 나 스스로가 지킨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6년 유에스 에어웨이 U.S. Airways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배스천은 채권단과 18개월간이나 협상을 벌였다. 종종 고성이 오간 이 협상을 통해, 델타는 2007년 4월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체력은 물론 요구도 지칠 줄을 몰랐다. 배스천과 긴밀하게 작업을 한 데이비스 포크 Davis Polk 로펌 소속 파트너 마셜 휴브너 Marshall Huebner는 “살면서 누군가가 그렇게 나를 몰아붙인 적은 없었다”며 “마치 등에 채찍을 맞는 것처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그가 내게 2페이지짜리 편지를 만년필로 써서 보냈다. 내가 없었더라면 협상을 끝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스천의 다음 임무는 종종 재앙을 초래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바로 두 항공사를 합병하는 작업이다. 델타는 2008년 노스웨스트를 인수했다. 파산에서 벗어난 직후였다. 그리고 2년 동안 그는 두 항공사의 비행기와 근로자들을 큰 잡음 없이 융합시켰다. 항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합병으로 평가 받는 일을 매끄럽게 조율한 것이었다. 호시절에 노스웨스트를 이끌던 리처드 앤더슨 Richard Anderson은 2007년 델타 CEO에 오르자, 곧바로 배스천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두 사람은 이후 8년 반 동안 호흡을 맞췄다.      

앤더슨은 매우 엄격하게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항공기를 관리하고, 공항을 업그레이드하고, 내부 정비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그 때 배스천은 협상가 역할을 했다. 그는 해외 항공사들과 업계 최대 규모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델타는 버진 애틀랜틱 Virgin Atlantic, 아에로멕시코 AeroMexico, 브라질 저비용 항공사 골 GOL, 중국 동방항공(China Eastern)에 투자를 단행했다. 대한항공(KAL)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현재 그의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협력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배스천은 사내에서 앤더슨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다 2016년 5월 CEO 직 이양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갈등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ㆍNRA)와 한바탕 충돌한 것이었다. 지난해 3월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먼 더글러스 Marjory Stoneman Douglas 고교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난 이후, 배스천은 재학생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연례 총회에 참석하는 델타가 NRA 회원들에게 항공권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CEO에게 주의를 촉구한 것이었다.       

그때 배스천은 이미 NRA 대변인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그 대변인은 협회를 비난하는 주장에 대해 “전통 미디어의 많은 관계자들은 총기 난사 사건을 좋아한다. 백인 어머니들이 울부짖는 장면은 시청률 측면에서 금메달 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델타는 할인 폐지로 대응했다.  할인 혜택을 받았던 회원이 13명에 불과했지만, NRA 측은 발끈했다. (총기보유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 주 상원은 델타가 할인 폐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유류세 면제 법안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 협박했다. 델타에겐 연 4,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세제혜택이었다.       

그럼에도 배스천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면세혜택이 취소됐다. 하지만 의연한 그의 자세 덕분에 델타는 유명세를 탔다. 이 CEO는 훗날 널리 알려진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절대 팔지 않는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델타의 방침을 적극 옹호했다. 배스천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NRA에 대한 회사의 방침은 항공사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히 그런 혜택을 입었다. 많은 팬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스천의 태도를 칭찬한 파트터 중 한 명은 버진 애틀랜틱의 설립자 겸 사장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 경이었다. 그는 “전적으로 배스천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재계 리더들은 정치인들에게 모든 문제를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두 CEO는 이런 무거운 이슈들이 발생하지 않을 땐 좀 더 가벼운 친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델타가 버진 애틀랜틱의 지분 49%를 인수한 2013년 이후, 각종 행사에 함께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자선기금 모금 행사에서, 브랜슨은 가위를 꺼내 배스천의 타이를 잘랐다. 그러면서 “그도 나처럼 오픈 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슨은 배스천의 타이 차림을 싫어하는 만큼이나 그의 신발을 호시탐탐 노렸다. 두 사람은 최근 델타 본사에서 열린 행사 무대에 나란히 오른 적이 있다. 그 때 브랜슨이 갑자기 무릎을 끓더니 배스천이 신고 있던 1,500달러짜리 벨루티 Berluti 운동화(여자친구가 선물한 신발)를 벗겼다. 그리고 자신이 재빨리 신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 신발을 훔친 후 돌려주지 않았다”며 “지금 신고 있는 바로 이 신발”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 항공산업은 배스천이 처음으로 직원들을 격려하고 규합할 당시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델타만큼 변화한 항공사는 없다. 한때 오래된 공항에 구닥다리 비행기들을 취항시켰던 델타는 풍부한 잉여현금흐름을 활용해 신 기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델타는 허브 공항에 연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특히 터미널과 중앙 홀을 신축하고 재단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에 투입한 비용만 4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델타는 향후에도 몇 년 간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뉴욕, 솔트레이크시티의 공항 신축 프로젝트에 80억 달러를 투입할 전망이다.        

의결권 자문기관 ISS 코퍼릿 솔루션스 ISS Corporate Solutions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이후 델타가 투입한 총 자본은 12% 증가해 512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신규 투자한 수십억 달러에 대해 델타는 상당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런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경제적 부가가치(EVA)‘다. EVA는 기업들이 투자 자본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나 ’경제적 수익‘을 거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ISS에 따르면, 델타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자본 비용 6.5% 대비 5.8% 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12개월간 그 마진이 0.3%로 떨어졌다. 그 정도도 여전히 괜찮은 수치지만, 비유를 하자면 프로 골퍼가 파를 기록한 정도다. ISS의 대표 마크 브록웨이 Mark Brockway는 “델타의 경우, 투자자들이 다른 위험 자산으로부터 기대하는 수준보다 약간 나은 자본이익률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델타가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수익 증대를 위해 매출과 자본비용의 차이(경제적 수익)를 확대하는 능력-를 갖고 있다고 확신시키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델타가 안고 있는 딜레마는 수년간 형성돼온 흐름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이 회사 매출은 8%의 탄탄한 성장률을 기록 중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델타가 역대 최고인 연 매출 440억 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한 경기와 비즈니스 운임 회복이 뒷받침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앞서 4년 간은 거의 매출이 늘지 않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10% 증가에 머물렀다. 반면 같은 기간 인건비는 81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로 36%나 급증했다. 그 결과 델타는 지난해 약 50억 달러의 세전 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 기록한 59억 달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매출은 정체됐을까? 타격을 가한 주 요인은 델타가 가장 큰 수익을 거뒀던 프리미엄 항공권 시장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 레이먼드 제임스 Raymond James의 애널리스트 사반티 시스 Savanthi Syth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고유가 때문에 좌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진이 줄어들어 항공사들이 좌석과 비행기 증편을 꺼려한 탓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유가가 폭락했다. 당시 제트 블루 JetBlue와 사우스웨스트 Southwest, 스피리트 Spirit, 프런티어 Frontier를 필두로 한 저비용 항공사들은 비행편을 크게 늘리며 빅3의 텃밭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승객 수용능력-미 국내 항공사들의 ’좌석 당 마일리지(seat miles)‘의 전체 규모-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연 4.5~5%씩 크게 늘어났다.     

급증하는 좌석을 채우기 위해 저비용 항공사들은 출발을 며칠 앞두고 예약하는 고객들에게 초저가 운임을 제공했다. ’임박 예약(walk-up)‘ 고객들 상당수가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회사간 계약에 얽매여 특정 항공사를 꼭 이용하지 않아도 됐다. 따라서 가격경쟁을 벌이는 항공사 중 한 곳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었다. 충성도가 낮은 이런 ’뜨내기(unmanaged)‘ 손님은 델타 전체 고객의 15%, 총 운임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런 고객들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배스천이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벨벳’ 모임에서 델타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포춘US
배스천이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벨벳’ 모임에서 델타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포춘US

그래서 두 항공사는 2015년 중반부터 저비용 경쟁사들의 초저가 공세에 맞서, 자체 특가 비즈니스 티켓을 선보였다. 그 여파는 모든 기업고객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제트블루는 뉴욕 JFK 공항과 보스턴-델타의 2대 주요 공항이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장거리 노선에 제트블루의 민트 프리미엄 클래스 Mint premium class를 도입한 것이었다. 배스천은 그 결과 “저비용 항공사들의 초저가 운임이 완전히 제압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전 업계에 걸쳐 비즈니스 티켓 가격이 2014년부터 2018년 초까지 25%나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6년 초 배럴 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연료비가 지난해 90달러까지 급등해 저비용 항공사들의 좌석당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빅3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이들은 결국 운임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배스천은 “더 이상 비용을 무시하고 비즈니스 티켓 가격을 책정할 순 없다. 결국 운임은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유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회사는 비즈니스 운임 하락 분의 약 50%를 다시 정상화했다”며 “저비용 항공사들은 유가가 90달러로 급등하자, 과거 편수를 늘렸던 노선을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스천이 직면한 도전은 운임 경쟁만이 아니었다: 눈 덩어리처럼 불어난 델타의 보수 수준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회사는 과할 정도로 후한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매년 밸런타인데이에 세전 이익으로 거둔 첫 25억 달러의 10%를 직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25억 달러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선 무조건 20%를 보너스로 지급하고 있다. 덕분에 델타 직원들은 유나이티드나 아메리칸 항공 직원들에 비해 매년 평균 5%의 보수를 더 받고 있다.   

경영진은 원래 그 정도까지 이익을 공유할 의도는 갖지 않았었다. 지난 2015년 델타는 승무원과 정비사, 다른 일선 창구직원 등 노조 미가입 근로자 5만 명의 기본급을 이듬해 18.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신 직원들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축소의 맞교환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조 가입 조종사들이 뒤늦게 그 안을 거부했다. 그 후 2017년 연료비 하락으로 이익이 크게 늘자, 델타는 모든 직원들에게 추가로 6% 성과급을 더 지급했다. 그리고 지난해 회사는 기본급과 보너스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10-20 공식(이익 25억 달러까지는 보너스 10%, 25억 달러 초과 이익에 대해선 20% 지급)‘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 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기본급이 약 1년 만에 25% 인상됐다. 그리고 모든 근로자들이 경영진이 제한하려 노력했던 과거의 이익공유제를 여전히 누리고 있다.      
 
배스천은 델타 직원들이 계속 업계 최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임금 인상과 이익공유는 물가상승률(현재 약 4.5%)을 포함한 미국의 경제적 성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 정책이 직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그는 아마도 셀카 행사에서 불만을 듣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소위 ’대형화(up gauging)‘ 전략을 통해 더욱 많은 비용을 감축할 계획이다. 장거리 노선에 오래된 소형 기종 대신 연료 효율이 높은 대형 기종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거기에는 2,000km 이하 단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30~150석 규모의 소형기를 교체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델타는 2020년까지 주요 노선을 오가는 ‘대표’ 기종의 30%를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회사는 20년 된 MD-88 및 MD-90 기종 약 300대를 운항 중이다. 기름은 엄청나게 먹지만, 좌석은 각각 149석과 158석에 불과하다. 델타는 기종 교체를 위해 에어버스로부터 A321과 A321네오, 보잉사로부터 737-900을 주문했다. 3기종의 좌석은 180~197석에 이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종의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면, 편수를 늘리지 않고도 승객 25%를 더 태울 수 있다. 비행기는 더 커졌지만, 새 기종은 과거 MD 기종보다 연료 소비량이 약 20% 적다. 승무원도 더 늘릴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델타는 전과 동일하거나 줄어든 고정비로 새 기종을 운항하면서 승객을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신형 에어버스 A220 단거리 노선 비행기의 취항에 앞서 페인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춘US
신형 에어버스 A220 단거리 노선 비행기의 취항에 앞서 페인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춘US

 

회사는 매출 확대를 위한 매우 수익성 높은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수 백만 개의 고객 지갑이 그 원천이다. 이는 운임이나 연료비 등락-보통 항공사들의 실적을 교란한다-과 관계 없는 마케팅 파트너십이다. 배스천이 이 중요한 ‘무기’를 갖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가 CFO 겸 사장 재임 시절에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델타 스카이마일스 제휴 신용카드로 800억 달러를 결제한다. 아멕스는 델타로부터 마일리지를 구입하고, 델타는 카드 사용액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델타는 다른 아멕스 카드에서도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멕스와 다른 신용카드 회사들이 이런 제휴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었다. 항공사들이 현금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에, 헐값에 대량으로 마일리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델타의 재무상태와 브랜드 이미지가 모두 크게 개선됐다. 이제는 항공사가 카드사 위에 있다. 델타의 CFO 폴 제이컵슨 Paul Jacobson 은 이에 대해 “회사의 안정적 경영을 뒷받침하는 혁명적인 변화”라며 “스카이마일스 카드에 대한 충성도를 뒷받침하는 건 바로 델타에 대한 충성도”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 아멕스는 2가지 방식으로 델타에 34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는 마일리지 구입 금액이다. 두 번째는 상당한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merchant fee)’다. 이 수수료는 소비자들이 카드로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아멕스가 가맹 소매업체로부터 받는 금액의 대략 2.5% 정도다. 아멕스는 신용카드의 리볼빙 할부금리와 연간 수수료로 매출을 올린다. 대신 델타는 가맹점 수수료의 대부분을 챙긴다. 다국적 투자은행 스티펠 Stifel의 애널리스트 조 디나르디 Joe DeNardi는 “델타가 아멕스와의 계약을 통해 66%의 수수료 마진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추산했다.     

배스천은 그의 추정치가 “지나치게 높다”면서도, 마진이 “매우 탄탄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 마진이 얼마가 됐든, 델타의 핵심 항공사업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아멕스로부터 올리는 34억 달러의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마진이 연 11% 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규모 이익 흐름에는 취약한 측면이 존재한다.   

여행 전문 블로그 뷰 프롬 더 윙 View from the Wing에 글을 기고하는 게리 레프 Gary Leff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마진이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멕스와의 제휴는 경쟁이나 규제에 의해 약화될 공산이 크다. 항공사 카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은행 카드로부터 엄청난 도전을 받을 것이다.” 레프와 다른 전문가들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당분간 스카이마일스의 카드 제휴가 델타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동안, 배스천과 그의 팀이 핵심 항공사업에서 더 높은 매출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타는 매출 확대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산층 인구가 증가하고, 활기찬 비즈니스 환경이 수요 높은 성장을 촉진하고 있는 신흥국들이 그 대상이다. 과거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던 모습이다. 이 부분에서 델타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드루 데이비스 Andrew Davis는 “델타는 그 동안 그 어떤 국내 경쟁업체보다 해외 항공사에 가장 활발한 투자를 해왔다. 해외 합작회사도 가장 많이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티. 로 프라이스 T. Rowe Price는 7억 달러 상당의 델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면서 델타는 필요한 매출 확대를 확실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운항하는 델타의 항공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연 매출이 12% 급증하며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영국간 운항 매출이 15%나 늘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델타는 기업 출장고객들을 위한 미국-유럽 간 주요 노선에서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뉴욕 시와 영국 히스로 Heathrow 공항을 운항하는 이 노선이 지금은 최고 노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델타는 2013년 버진 애틀랜틱과 전격적으로 제휴를 맺으며, 미국-유럽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히스로 공항 발 노선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위한 사이트 ’조센트미닷컴 JoeSentMe.com‘을 운영하는 조 브랜카텔리 Joe Brancatelli는 “NYLON(NEW YORK-LONDON의 줄임말) 노선 취항 덕분에 델타는 뉴욕과 런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델타-버진 연합은 뉴욕-런던 노선에서 하루 7~8편을 운항하며, 아메리칸-브리티시 에어웨이 연합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글로벌 은행들에서 높은 수익이 나오고 있다. 컨설턴트와 협상가들이 런던을 부지런히 오가며, 브렉시트 대처 방안을 조언하고 있다. 달러 강세 덕분에 미국 여행객들의 유럽 관광비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영국 쪽 상황도 좋다. 델타-버진 연합은 올랜도와 라스베이거스 등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휴양지를 운항하는 비행 편을 늘리고 있다.      

델타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취항하기 위해 에어 프랑스-KLM 네덜란드 항공과도 제휴를 맺었다. 이 파트너십도 수익성이 매우 좋다. 델타는 파리 및 암스테르담 같은 도시를 오가는 노선과 이 허브 공항들을 경유해 유럽 다른 도시로 향하는 연결편 수익 중 일부를 챙길 수 있다. 이런 모든 제휴관계는 ’반독점 규제 면제‘를 받는다. 델타와 파트너사들이 공동으로 운임과 비행 스케줄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다. 델타와 에어프랑스, 버진 애틀랜틱은 미국 출발 여행객들에게 한 항공사나 다름 없는 단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제휴 관계를 통해 뉴욕을 거점으로 하는 패키지 항공편을 제공하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패키지에는 히스로 공항을 운항하는 모든 버진 항공편이 포함된다. 물론 에어프랑스-KLM의 미국-유럽 항공편과 유럽 전역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도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유럽 쪽에선 델타-에어프랑스 및 델타-버진 파트너십이 각각 독립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선 2개 합작사와 각각 계약을 하지 않는 한, 비즈니스 고객들을 겨냥한 유럽 내 협력사업이 그리 큰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은 이런 형태의 근로계약을 꺼려하고 있다. 

델타가 내놓은 해결책은 합병이다. 현재 2개 합작회사는 미국과 EU에서 합병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배스천은 조만간 승인이 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들이 허가를 받으면, 좀 더 광범위한 항공편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따라올 것이다. 트래블 리더스 그룹 Travel Leaders Group의 항공 관계 수석 부사장 피터 블리타스 Peter Vlitas는 “2개 합작회사의 융합이 갖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며 “제휴 관계를 하나로 결합하면, 유럽 소재 기업들에게 전 세계를 커버하는 패키지 항공편을 완벽하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회사는 기업들의 출장계약 협상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배스천은 오랫동안 방치해왔던 태평양 지역을 회복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CEO로서 매우 담대한 전략을 앞세워 이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2012~2017년 델타의 아시아 매출은 36억 달러에서 23억 달러로 35%나 급감했다. 회사는 최근까지 주로 도쿄의 나리타 국제공항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 곳에서 자체 항공기로 아시아 전역에 연결편을 제공했다. 하지만 2013년 일본 정부가 도쿄에서 좀 더 가까운 하네다 국내선 터미널을 국제선 허브 공항으로 새 단장했다.  
    
그 결과 도쿄를 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델타 고객들-환승 대신 그 곳에서 여정을 끝내려는 승객들-다수가 하네다를 운항하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했다. 당연히 델타 나리타 노선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일본 항공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나리타와 하네다 모두에서 운항을 했기 때문에 타격을 덜 받았다. 하지만 델타는 당시 일본 파트너가 없었다(배스천은 JAL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델타는 대한항공과 반독점 규제 면제를 적용 받는 신규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델타는 서울 인근의 인천 국제공항에 취항할 수 있게 됐다. 델타 사장 글렌 하우엔스타인 Glen Hauenstein이 “전 세계 공항의 타지마할”이라 부른 이 대규모 허브 공항은 2001년 문을 열었다. 인천공항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최신이자 최대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델타는 과거 나리타에서 25개 도시를 운항했다. 반면, 인천공항의 초현대식 2터미널-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작년 1월 개장했다-에선 45개 게이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델타는 이 곳에서 대한항공 연결 편을 통해 80개 목적지를 운항하게 된다. 이 중 중국 도시가 40곳이다. 뷰 프롬 더 윙의 블로거 레프는 “많은 항공사들이 상해나 서울 같은 주요 도시들로 향하는 직항 편을 운항한다”며 “하지만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젠 델타가 하노이든 하얼빈이든 아시아 전역의 수많은 제2 도시들로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항 거리는 약 7,000마일이다. 배스천은 작년 가을 그것보단 짧지만 만만치 않은 거리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마라톤 완주 거리인 26.2마일이다. 규칙적으로 조깅을 하는 그는 11월 초 열린 뉴욕 마라톤 대회 참가를 공약했다. 애틀랜타의 소아암 연구 자선단체 랠리 파운데이션 Rally Foundation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작년 10월 말부터 그를 괴롭힌 무릎 반월상연골 파열이었다. 하지만 그는 6시간 이상이 걸렸음에도 어쨌든 대회를 완주했다. 배스천은 “15마일 정도를 뛰었을 때 종아리에 통증이 왔다. 마지막 10마일은 거의 사투를 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는 아마 배스천에게 미래를 예고하는 경험이 됐을지도 모른다: 향후 큰 성과를 거두기까진 델타에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의 수익원

Delta has forged a huge web of partnerships with non-U.S. airlines over the past decade-including code-sharing agreements and “antitrust immune” joint ventures(ATIs) that allow the airlines to collaborate on pricing. But CEO Ed Bastian will need to wring a lot more profit out of these relationships to keep Delta’s earnings growing.
델타는 지난 10년간 해외 항공사들과 대규모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공동 운항 협정과 ‘반독점 규제 면제’를 받는 조인트 벤처-항공사들끼리 공동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가 대표적 사례다. CEO 에드 배스천은 이 제휴관계를 통해 델타의 이익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지분 소유/공동 운항
델타는 중국 동방항공의 지분 3%를 소유하고 있다

-조인트 벤처
델타는 대한항공과 독점금지 규제가 면제되는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미국-한국간 하루 16차례 왕복편과 인천공항을 통해 80곳 이상의 아시아 지역에 연결편을 제공한다.

-지분 보유/ 독점금지 면제 합작사 설립
델타는 버진 애틀랜틱의 지분 49%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하루 37차례(런던-뉴욕 JFK 노선 8차례 포함)대서양 횡단 편을 운항하고 있다.

-지분 보유/ 독점금지 면제 합작사 설립                     
델타는 에어프랑스-KLM 네덜란드 항공의 지분 9%를 소유하고 있다. 조인트 벤처를 통해, 하루 270차례 비행 편을 운항한다. 미국-유럽간 총 운항횟수의 21%에 해당한다. 미국 도시들과 파리, 로마,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비행 편을 제공하고 있다.

-지분 소유-공동 운항
델타는 브라질 저비용 항공사 골 린하스 아에레아스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보유/독점금지 면제 합작사 설립
델타는 아에로멕시코 항공의 지분 49%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멕시코 사이를 주 1,100회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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