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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마리화나에 취한 월스트리트

  • 기사입력 2019.03.05 15:13
  • 기자명 Jen Wieczner 기자

대중들이 합법적인 대마초에 열광하자 캐나다 스타트업 틸레이 Tilray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이 됐다. 미국 창업자들도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됐다. 마리화나의 대규모 유통이 주류가 되면, 이 같은 소란은 조금씩 사그라들까? By Jen Wieczner

오전 6시를 막 지난, 칠흑처럼 어두운 작년 12월의 어느 아침. 브렌던 케네디 Brendan Kennedy가 반바지와 조끼를 입고 스토브 앞에 서 있다. 그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팬 케이크 팬에 버터를 녹이고 있다. 태양이 시애틀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기 약 2시간 전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들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케네디는 이미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 일 때문에 ’가족 의식(a family ritual)‘이 서서히 방해 받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     

올해 46세인 이 CEO에게 아침은 신성한 시간이다. 그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2가지 원칙이 있다: 1)항상 아침을 먹는다 2)반드시 아이들과 식사를 한다. 그가 출장 중일 땐 2번째 원칙을 지키는 게 어렵다. 특히 케네디가 다니는 회사 틸레이가 작년 7월 기업공개를 한 이후, 그의 출장이 빈번해졌다. 그는 2시간 뒤 2018년 135번째 비행을 할 예정이다. 그의 비서는 케네디가 얼마나 데이터를 신봉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출장을 갈 때마다 월별 통계를 보내준다. 정확히 비행 횟수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2018년 그의 비행 거리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그 때 분홍색 발레치마를 입은 네 살짜리 딸이 아일랜드형 부엌 위에 앉아 천천히 반죽을 저었다. 하지만 뭔가가 마땅치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아빠, 밀가루를 안 넣은 거 아녜요?”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가족은 틸레이가 상장하고 몇 주 후 새 집으로 이사했다. 그래서 그는 부엌에서 뭔가를 찾을 때 애를 먹는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고, 다른 팬으로 베이컨을 구웠다. “아이들이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요리라고 인정하는 게 팬케이크다.”    

물론 그의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아빠가 정말 잘하는 게 미국과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불법-최소한 지금은 그렇다-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틸레이는 대마초-1,000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별칭이 있다-를 의료 마리화나 시장과 (가장 최근에는) 기호용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2018년 가장 핫한 기업공개(IPO)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무려 315%에 달했다. 본사는 캐나다에 있지만 미국인이 경영하는 틸레이의 현재 가치는 무려 90억 달러다.  

아이들은 IPO 이후 아빠가 억만장자가 됐다는 사실, 합법 마리화나 사업 분야에서 가장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모른다(그의 딸은 나스닥 상장 첫 날, 거래 개시 벨을 함께 울렸다). 그가 이 사업의 미래를 대표하는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오늘 팬케이크를 만든 후, 아빠가 버드와이저를 소유한 주류업계 공룡 앤호이저-부시 인베브 Anheuser-Busch InBev 경영진과 악수를 할 것이라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케네디는 대마초가 함유된 맥주 대체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AB인베브와 1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다.  

틸레이가 투자한 합자회사 지분 50%의 가치는 회사의 2018년 추정 매출 4,500만 달러(적자는 4,700만 달러 예상)를 상회한다. 계약을 맺으려는 AB인베브의 적극적인 태도도 대기업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이들은 결국 광범위한 대마초 합법화는 불가피하고, 마리화나의 대규모 유통이 주류가 되면 틸레이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 믿고 있다(이 글로벌 사업체는 재무 베테랑들과 데이터 전문가들이 설립했다. 이들은 제품 자체의 시험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새벽 팬케이크를 만들기 하루 전, 케네디와 필자는 시애틀 보잉 필드 Seattle‘s Boeing Field에서 10석 규모 세스나 경비행기를 함께 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밴쿠버 섬 나나이모 Nanaimo에 소재한 틸레이 본사가 목적지였다. 수풀과 암석으로 뒤덮인 브리티시 컬럼비아는 대마초 감정가들 사이에선 일명 ’BC 꽃봉오리‘로 유명한 지역이다.  

기내 안은 입김이 나올만큼 추웠다. 조종사는 이륙을 준비하며 몇 가지 준수사항을 얘기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계세요. 휴대폰 통화도 안됩니다. 어떤 대마제품도 반입할 수 없습니다.” 마리화나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완전 합법화 됐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 비행기의 경우, 승객들에게 ’미국 정부가 여전히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2012년부터 기호용 대마초가 합법화 된 워싱턴 주에서 출발해도 마찬가지다.  

왜 무리하게 운을 시험하겠는가? 캐나다 관세직원이 한번은 틸레이 직원들에게 무심코 “(미국에서 캐나다로 대마초를 반입하는 건) 바다에 모래를 가져가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비행하자,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졌다. 뒤쪽으론 레이니어 Rainier 산, 오른쪽으론 베이커 Baker 산, 왼쪽으론 올림푸스 Olympus 산이 보였다. 저공 비행 수상기를 이용하기 더 쉬운 여름철에는, 종종 퓨젓 사운드 Puget Sound /*역주: 워싱턴 주 북서부 태평양의 긴 만(灣)/ 수면 바로 밑을 이동하는 범고래 떼도 만날 수 있다.    

나나이모에서 케네디는 대단한 지역 명사다. 그는 주민 9만 2,000명인 이 지역사회에서 빠르게 최대 고용주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세관을 통과한 후, 6만 5,000 제곱피트(약 1,820평) 규모의 틸레이 대마초 연구실과 재배 시설로 향했다. 육중한 철제 문을 열자마자, 이제 막 수확한 마리화나 향이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제약업체 수준의 시설과 엄청난 숫자의 대마초 재배화분의 결합은 마치 홈 데포의 정원제품 매장처럼 깔끔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정원매장 특유의 흙 냄새를 풍겼다(만약 홈 데포가 매장에서 대마초를 팔았다면 그랬을 것이란 얘기다). 이 곳에서 재배된 마리화나 제품은 의료 목적 및 기호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된 12개 국 약국과 판매점 외에도 수 만 명의 환자들에게 배송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루디 Rudy라는 이름의 한 시설 직원이 자기 구역에서 케네디를 가로막는 바람에, 현관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머리를 조심스레 흔들며 CEO에게 “주식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한번도 못했다”며 “인생을 바꾼 정말 큰 선물이었다. 언젠가 ’틸레이의 억만장자(Tilionaire)‘가 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결코 사전에 이 일을 꾸민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틸레이의 억만장자‘라는 표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회사 직원들 750명 모두에게 자신의 주식을 분배해 많은 사람들이 큰 부자가 됐음에도 말이다. 그는 아직 자신의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상장 후 보호예수 제한이 1월 중 풀려도 팔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장부상이긴 하지만, 그는 수십 억 달러 자산가다. 케네디는 예일대에서 MBA를 취득하기 전, 닷컴 시절에 소프트웨어 업체 2곳을 설립하고 매각한 경험이 있다. 그는 틸레이가 첫 마리화나 제조업체로 주요 미국 거래소에 상장되며 지핀 투자 열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고 주장했다. “정말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상 전체 비즈니스 업계가 갑자기 혁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대마초 이슈와 씨름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 마리화나는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대마초는 현재 약 36개국과 컬럼비아 특별구를 포함한 미 33개 주에서 의료 혹은 기호용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방 차원에선 여전히 미국 내 사용과 판매가 불법이지만, 월가 안팎의 많은 사람들은 변화의 조짐을 느끼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 재배실에서 조명 통제를 통해 마리화나가 자라고 있다.  사진=포춘US
브리티시 컬럼비아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 재배실에서 조명 통제를 통해 마리화나가 자라고 있다. 사진=포춘US

 

최근 통과된 농업법은 대마식물과 그 부산물인 칸나비디올 cannabidiol(CBD)을 연방 금지항목에서 제외했다. 걸림돌이 사라지자 예상대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몇몇 주에선 이미 매장 선반과 카페, 칵테일 메뉴에 마리화나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아크뷰 마켓 리서치 Arcview Market Research와 BDS 애널리틱스가 작성한 최신 보고서는 ’미국 내 합법적인 마리화나의 판매고가 2018년 105억 달러에서 2배 이상이 늘어 2022년엔 222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론 316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케네디와 다른 이들은 ’그때 쯤이면 미국도 대마초를 합법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20년 미 대선의 승자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이슈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런 열기를 좇아, 맥주 대기업과 담배 대기업, 제약 대기업 등 미국 업계가 마리화나 업체에 베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술과 담배와 진통제의 대안으로 점점 더 대마초에 의지할 것이라 보고 있다. 틸레이와 AB인베브가 손을 잡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틸레이는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계열사 산도즈 Sandoz와도 글로벌 유통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간질과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마리화나 오일과 알약을 공동 브랜드로 출시할 예정이다(현재까지 대마초 기업과 대형 제약사 간에 맺은 유일한 파트너십이다).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는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Constellation Brands와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알트리아 Altria가 캐나다 마리화나 업체들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관심에도, 마리화나에 투자한 대부분의 돈이 미국을 떠나고 있다. 마리화나 관련 계약을 추적하는 투자은행 비리디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Viridian Capital Advisors에 따르면, 공개 및 비상장 대마업체들은 지난해 139억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총액 중 69%는 미국 밖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연방정부가 대마초를 불법으로 규제하는 한, 미국 사업가들은 사실상 불법행위의 방조 및 교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많은 이들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리스크다. 비리디언의 사장 겸 창업자 스콧 그레이퍼 Scott Greiper는 “너무나 많은 자본이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향한다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틸레이의 기업공개를 주관한 미국 금융업체 코웬의 CEO 제프리 솔로몬 Jeffrey Solomon은 “현재로선 미국에 기반을 둔 마리화나 기업의 IPO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법이 전반적으로 명확해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나머지 다른 국가들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 결과 틸레이는 더욱 독특한 존재가 되고 있다. 르네상스 캐피털 Renaissance Capital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8년 최고 가치를 기록한 IPO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수익률 톱10에 진입했다. 현 증권거래 규정 하에서 이런 아이러니한 결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틸레이가 미국 밖에서 경영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대마초가 합법인 국가에서만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틸레이의 미국 매출은 전무하다. 따라서 이제까지 틸레이가 기여한 경제적 과실을 누린 유일한 미국인은 주식 투자자와 미국에 거주하는 직원들, 최고 경영진 뿐이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케네디의 예측이 지금까지는 수익으로 이어졌다. 그는 미국의 금지 조치도 조만간 풀릴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나나이모에서 모국 상황을 체크할 때마다 불안한 법적 역학관계가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 일행이 다시 시애틀 공항에 도착해 대기하는 동안, 이 CEO는 세관 직원 심사를 기다리며 “우리가 하고 온 일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조용히 조언했다.       

한번도 질문을 받은 적은 없지만 케네디가 초조해하는 이유가 있다: 일부 캐나다 대마회사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국경에서 구금됐고, 심지어는 평생 미국 입국이 금지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agency)의 한 고위 관리가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미국 임원진이라도 귀국과 동시에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확인해주기도 했다. 케네디는 “미국으로 돌아올 때, 보통 우리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터 틸 Peter Thiel의 벤처 캐피털 업체 파운더스 펀드 FOUNDERS FUND는 지난 2014년, 기관투자자 중 처음으로 대마초 산업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투자를 주도한 파트너 제프 루이스 Geoff Lewis(그 후 자신의 펀드 베드록 Bedrock을 설립했다)는 지원할 신생기업들을 찾는 동안, 10여 개 마리화나 스타트업들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
 
벤처기업 오너들은 그에게 ’제품 샘플‘을 제시하거나, “마리화나 담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시 루이스는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는 건 불법이었다. 그에게 ’시연(試煙)‘을 권하지 않은 첫 기업가가 바로 브렌던 케네디였다. 루이스는 “그 점 때문에 바로 투자를 하고 싶었다. 나는 그들이 대마초를 피지 않기를 바랐다”며 “창업자들이 법을 준수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케네디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전까지, 마리화나를 거의 피우지 않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성장했다. 그의 형제들은 마리화나를 피곤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멀리 했다. 그는 “아마 내가 7남매 중 가장 조용한 성격이었을 것”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케네디는 언청이로 태어나 생후 8일째 교정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의 미래가 걱정된 부모는 성직자를 불러 퇴원도 하기 전에 세례를 받게 하기도 했다.    

예수회가 운영하는 성 이그나티우스 St. Ignatius 남자 사립고교(당시 그의 부친이 그 학교과학교사였다)와 UC 버클리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던 시절, 케네디는 건설 일을 했다. 그는 “여름만 되면 항상 공구벨트를 차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격렬한 신체운동에 대한 욕구를 철인 3종 경기 6회 출전으로 해소했다. 케네디의 고교 친구이자 철인 경기 동료인 크리스천 그로 Christian Groh는 “우리는 결코 불법 약물에 빠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건 우리 DNA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마리화나 사업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그 대신 케네디 유전자가 갖고 있던 건 다가올 미래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검색하는 능력과 날짜 및 숫자에 대한 비상한 기억력이었다. 그의 예일대 경영대학원 동기이자 틸레이의 3번째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블루 Michael Blue는 “브렌던은 철저하게 시간표에 따라 모든 걸 사고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MBA를 마친 후 2006년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그리고 내부 분석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이 신생기업은 벤처캐피털(VC)과 VC들이 투자한 회사가 스스로 비상장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걸 도왔다. 그는 2010년 봄 대마초의 미래를 분석하는 데이터를 처음 접했다.  

그 해 가을 캘리포니아 주는 합법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이슈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케네디의 레이더에 계속 포착됐다. 갤럽 여론조사-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을 파악한다-차트를 입수한 그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를 포착했다: 동성간 결혼과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지지가 거의 비슷하게 증가하고 있고, 주 법들이 그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할 용의가 있는 의사들의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케네디는 “미국의 합법화 조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를 가장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의심은 제품에 대한 자신의 양면적 감정에서 기인했다. 수십 년간 마리화나를 자제해 온 케네디는 개인적으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희열도 맛보지 못했다. 경험이 주는 불확실성도 싫었다.    

그의 아내 마리아 채프먼 Maria Chapman은 “한번도 남편이 마리화나에 취한 걸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케네디 본인은 어릴 적부터 마리화나를 멀리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퇴역군인들과 암 환자들이 의료 목적 사용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자신과 타협을 해야 했다. 그는 “그게 바로 D.A.R.E(약물 남용 예방교육ㆍ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치 프라이 팬에 계란을 깨뜨리며 ’이게 바로 약물에 중독된 당신 뇌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며 “과거 영부인 낸시 레이건이 ’악의 존재‘라고 비난한 마리화나가 어떻게 사람들이 사용하는 약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동시에 케네디는 법이 헤로인 같은 다른 마약류와 마리화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점도 고민을 했다. 대마초는 오남용 위험 없이, 진정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채프먼은 “당신은 아마 절대 모를 것이다. 그는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 정말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그의 마음이 움직였다”며 “사업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케네디와 몇몇 지지자들은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업공개를 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몇 가지 방식을 통해 대마초의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구축했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시장을 제공하고,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이 그 곳을 찾게 하는 것이었다. 케네디는 “나는 항상 ’우리 IPO는 마리화나 금지를 반대하는 정말 중요한 정치적 행동방식‘이라고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코웬의 CEO 솔로몬은 “대마초를 피우지 않는 케네디 자신의 이미지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이상적인 대변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코웬에겐 대마초에 대해 ’절대 농담을 하지 않는다‘는 룰이 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가 밴 뒤에서 약물에 취해 해롱거리는 뽕쟁이들(Cheech and Chong)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면, 마리화나를 합법적인 산업으로 키우는 커다란 도약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는 2011년 봄, 공식적으로 회사를 사직했다. 몇 달 후 어느 날 아침, 그는 SVB 애널리틱스의 전 사장이자 과거 상사였던 짐 앤더슨 Jim Anderson의 집에서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었다. 그 PT는 원래 프라이비티어 홀딩스 Privateer Holdings의 작품이었다. 이 사모펀드는 대마초 업체와 브랜드들을 인수하고 설립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케네디는 데이터를 앞세워 앞으로 전개될 합법화 조치의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앤더슨은 “그가 향후 10년간의 큰 그림을 펼쳐 보였다”며 “아울러 ’대마초를 둘러싼 여론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앤더슨은 평범한 규모로 진행된 프라이비티어의 A 시리즈 펀딩에 투자했다. 이 베팅은 틸레이(프라이비티어가 지분 73% 소유)의 기업공개 후, 100배 이상의 대박을 기록했다. 회사의 IPO 이후, 앤더슨은 케네디에게 ’2011년 당신이 예상한 거의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CEO 브렌던 케네디가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에서 마리화나의 ‘세포조직 배양 클론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CEO 브렌던 케네디가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에서 마리화나의 ‘세포조직 배양 클론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그러나 케네디와 공동창업자들은 종종 개인적으로 '자신들이 너무 빠르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갖곤 했다. 그들은 2011년 말, 첫 기업인수에 축적한 돈을 모두 털어 넣었다(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는다). 마리화나와 판매점을 평가하는 사이트 리플리 Leafly를 인수한 것이었다. 당시 이 신생기업은 매출이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사용자들로부터 마리화나 품종-합법적으로 팔든, 거리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든-에 대한 평가를 취합해 평점을 매기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대마초에 대한 일종의 로드 맵을 제시한 것이었다. 케네디는 “대부분이 불법인 산업에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이었다”며 “리플리 인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직관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리플리를 인수한 후에는 무언가 수익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계획은 판매점들의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리플리를 대마초의 옐프 Yelp/*역주: 미국의 대표적인 지역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프라이비티어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도 분투했다. 그럼에도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곧 케네디의 퇴직연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개인 신용카드도 한도를 꽉 채웠다. 가족친지에게 빌린 돈은 리플리에 쏟아 부었다. 그는 급기야 세탁기 옆 저금통까지 비워 세이프웨이의 동전교환기 Coinstar 코인스타에 모두 집어넣기까지 했다. 그 결과 총 196달러의 지폐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는 돈이 모자라 피자조차 시켜 먹지 못했다. 그는 “그 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암울한 나날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빈털터리가 됐다는 사실을 떠나, 케네디와 파트너들은 배수의 진을 친 마리화나 베팅이 실패로 끝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우리가 ‘실패한 약쟁이’로 영원히 낙인이 찍힐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미국 내 일부 지역들이 케네디의 가설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워싱턴과 콜로라도 주가 2012년 처음으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투자자들과 리플리 광고주들은 이 흐름에 참여하길 원했다. 하지만 최대 기회는 사실 우연히 찾아왔다. 2013년 프라이비티어는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한 통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캐나다 보건부는 마리화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료용 대마초 신규 허가 절차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었다. 보건부에 이미 수십 명의 열성 지원자들이 몰려든 상태였다. 이들에겐 상업용 마리화나 재배를 지원하는 자금이 필요했다. 보건부는 과연 프라이비티어가 투자할지 궁금했다.           

그 제안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케네디와 동업자들은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직접 재배하면 어떨까? 마리화나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 대목에서 리플리가 진가를 발휘했다. 프라이비티어 팀은 사이트 내에 있는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래서 캐나다 전역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효과가 강력한 20개의 마리화나 품종을 찾아냈다. 자신들의 쇼핑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싹(bud)을 찾아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로는 “우리는 (캐나다 커피전문점) 팀 호턴에서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들을 따라 무작정 길을 가다가 차를 처박기도 했다”며 “현금과 무기가 가득한 밀거래 현장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미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ㆍDEA)을 떠나 2014년 초 프라이비티어에 합류한 패트릭 모엔 Patrick Moen은 현재 그로를 따라다니며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 노트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오지의 대마초 재배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일도 한다. 그는 “(일을 하다 보면) 잠복 수사를 하던 DEA 초창기 시절이 떠오른다. 물론 그때는 동료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며 “과거를 돌아보다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라고 혼잣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 후 마스터 쿠시 Master Kush와 아일랜드 스위트 스컹크 Island Sweet Skunk 같은 대마초 품종들이 냉장 시설을 갖춘 트럭에 실려 나나이모로 운송됐다. 그리고 이 트럭들을 다시 배에 태워 밴쿠버 아일랜드(이 품종들이 틸레이와 회사 브랜드 제품 군의 초석을 다진 곳이다)로 날랐다. 현재 틸레이 본사 연구개발실에선 각기 다른 60개 이상의 ‘모본(mother plants)’ 유전 복제품들이 종자 병(specimen jars)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 클론들은 차례로 온타리오와 포르투갈에 있는 신규 생산시설을 처음부터 확장시키는데 기여해왔다. 이는 회사가 사업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계속 채택하게 될 전력이다. 

코웬의 솔로몬은 “스타벅스에 갈 경우, 당신에겐 그 곳이 시애틀이든 아이오와든 중요하지 않다.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하면, 어느 곳에서나 맛이 똑같다고 기대할 것이다. 마리화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브렌던과 그의 팀은 일찌감치 이 정도 수준의 일관성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스타벅스에서 또 다른 힌트를 얻었다: 틸레이의 사명- ‘틸’은 재배지(tilling land)에서, 레이는 그 땅에 내려 쬐는 태양광선(sun ray)에서 따왔다-과 로고를 만들기 위해, 케네디는 스타벅스의 그 유명한 인어 엠블렘을 만든 테리 헤클러 Terry Heckler의 디자인 회사를 고용했다.

현재 틸레이 로고는 피울 수 있는 마리화나 건조화(乾燥花)와 섭취가능 오일, 캡슐에 들어가고 있다. 각 제품은 처방약처럼 병에 담겨 포장된다. 용기에는 THC(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물질)의 함량이 표기된다. 그리고 캐나다에선 청소년의 중독을 경고하는 라벨도 따라 붙는다. 회사는 2014년 4월 첫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 54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월가는 ’틸레이의 지난해 매출이 2017년 4,500만 달러에서 4배 이상 증가한 1억 8,600만 달러를 기록했을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틸레이는 올해 중요한 이정표 하나를 통과해야 한다: 회사는 지난 1월 새롭게 합법화된 칸나비디올(CBD) 함유 제품들-유청 단백질부터 선스크린까지-의 미국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케네디는 항상 앞서가기 위해 다음에는 어떤 나라가 마리화나를 허가할지 예측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야 합법화 됐을 때, 틸레이가 발 빠르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여름 의료 및 성인용 합법화를 예측하기 위해, 각각 다른 99가지 변수-동성결혼의 법적 지위부터 한 나라의 여론우세 지역까지-를 입력한 분석모델을 의뢰하기도 했다. 그 결과 그는 한국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은 작년 11월 말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 일행이 틸레이의 나나이모 창고를 빠져나올 때, 케네디는 건물 밖 잔디를 보며 흥분을 했다. “잔디 상태가 정말 좋다!”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이 곳에 왔을 때, 마당에 대마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문객들에게 나쁜 첫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부러 자신의 불만이 회사 내부에 알려지도록 했다. 케네디는 “정말 나를 열 받게 만든 일이었다”며 “우리는 무언가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재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틸레이 브랜드는 지난해 7월 19일이 돼서야 비로소 미국 내에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대마초 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날이었다. 틸레이는 공모를 통해 주당 17달러, 총 1억 5,300만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주가가 단 두 달 만에 1,159% 폭등하며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틸레이는 화려하게 데뷔하며 주식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 전까진 월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태어나선 안될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케네디는 작년 4월 중순 아내 생일을 축하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샌디에이고의 렌터카 차고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회사의 IPO 보증을 약속한 첫 은행으로부터 당혹스러운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에게 보증 철회를 통보한 것이었다(그는 은행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차 밖으로 나와야 했다.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곧이어 2번째 은행도 똑같은 변심을 했다: 이사회가 ‘평판 이유’를 들어 계약을 거부한 것이었다. 결국 코웬과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BMO)이 기업공개를 주관하면서, 틸레이는 ‘특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다음은 틸레이 CFO 마크 카스태네다 Mark Castaneda의 증언이다. “책임보험사가 모든 상장회사에 요구하는 이사진과 주요 담당자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는 보험 보장은 절반도 받지 못하면서도 보통 요금보다 5배나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    

전직 콜로라도 주 검사 존 F. 월시 John F. Walsh는 “틸레이의 사업은 금기나 악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그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것을 꺼려야 할 법적인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로펌 윌머헤일 WilmerHale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그는 “미국 법률 하에서, 마약과 관련된 행위가 근본적으로 완전히 합법적인 다른 나라에서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그건 결코 미 연방이 규정하는 마약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시는 이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은 이런 ‘합법적인 해외 마리화나 사업’에 자금을 대는 미국인들은 미국 자금세탁 방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건 정말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틸레이가 곧 스냅챗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DCM 벤처스의 파트너 카일 루이 Kyle Lui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틸레이가 2018년 초 장외시장에서 자금 유치를 했을 때, 10억 달러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이 마음에 걸려 투자 기회를 놓쳤던 사실을 인정했다. 루이는 “미국 주식시장이 지금 정도 수준까지 틸레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최고가에서 절반 이상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틸레이 주식은 이른바 ’마리화나 버블‘의 대표 주자다. 1억 1,100만 달러 규모의 헤지 펀드 아리스티데스 캐피털 Aristides Capital의 설립자 크리스 브라운 Chris Brown은 “예상 매출 대비 50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틸레이 같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닷컴 호황기 이후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는 틸레이 주식 공매도 결정을 내리기 전, 회사의 미래 매출을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거의 1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브라운은 “무언가의 가격이 과도하게 높으면, 틸레이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가장 신비하고, 가장 경이로운 예외적 존재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세계는 현재 크게 분열된 상태다. 틸레이는 합법 대마초 기업들 중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캐나다 캐노피 그로스 Canopy Growth에 이어 대마초 2위 기업이다. 하지만 캐나다 내 예상 시장 점유율은 8%에 머물러 있다. 다른 지역에선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토론토 헤지펀드 앤슨 펀즈 Anson Funds의 공동창업자 겸 대표 모에즈 카삼 Moez Kassam은 나나이모를 방문한 후, 틸레이가 결국 선두업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그의 헤지펀드는 캐나다 대마초 상장기업 대부분에 자금을 지원했다). 카삼은 “이건 동급 최고의 품질을 다투는 사업이다. 분명 틸레이 주가는 몇 년 내에 싸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말했다.     

과거 밸류에이션 전문가였던 케네디조차도 틸레이가 얼마나 성장할지 예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위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익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암시장 거래가 합법 판매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대마초에 대한 진정한 수요나 그 수요가 얼마나 확대될지를 판단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합법화는 임상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마치 진짜 러시아 산 마트로시카 인형처럼/*역주: 안쪽에서 서로 포개질 수 있도록 크기가 줄어드는 나무 인형들의 세트/) 수백 가지에 달하는 대마초 합성물의 새 용도를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다: 초창기 연구는 ‘정기적으로 대마초에 노출되면, 의존성 중독부터 정신병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합법화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합법화된 주에서만 사업을 벌이는 중소 미국업체들이 미래의 경쟁자들이다. 궁극적으론 원자재 기반 사업의 특성상, 가격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케네디는 농업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온타리오 마리화나 농장을 열기 전까지 틸레이는 그 곳에서 자라는 적색 및 녹색 피망들을 재배해야 했다. 그때 벌레 문제에 직면했다. 틸레이는 농약을 뿌리는 대신, 매월 10만 달러를 들여 다른 해충들을 잡아 먹는 곤충들을 투입했다(이 곤충들은 티 백처럼 생긴 주머니에 담겨 틸레이로 배송됐다).

케네디는 향후 5년 내에 틸레이가 판매하는 대마초의 90%를 다른 기업들이 재배하길 바라고 있다. “나는 단 한번도 ’다음 사업으로 재배농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는 대신 조지프 케네디 Joseph Kennedy(브렌던 케네디와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다)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케네디 가문이라는 ’정치적 왕조‘의 수장이었던 그는 금주법이 만료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듀어 Dewar 스카치 위스키와 고든 Gordon 진 같은 주류들의 수입허가를 취득했다. 브렌던 케네디는 미국의 대마초 금지가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완벽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언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지점에 점점 더 가까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합법화가 더 빨리 현실화할 수도 있다. 대중들은 점점 더 마리화나를 오피오이드 opioid/*역주: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 위기와 정부 적자 같은 심각한 문제들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싱크 탱크 ’랜드Rand‘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인 주들에선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률이 21~25%나 떨어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이 사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대쪽 정치 진영에서도 공화당원 53%가 현재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주의 마땅한 권리(states‘ rights)’라는 측면에서 이 논쟁의 프레임을 재정립하려는 지지자들의 공조 노력 덕분에 나타나고 있다.   

이 주장에 설득 당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개별 주들의 마리화나 법률을 연방 정부 개입에서 보호하는 입법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리고 수 많은 공약이 넘쳐나는 선거 시즌엔 합법화 공약이 ’승리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코웬의 애널리스트 비비언 에이저 Vivien Azer는 1월 초 기자들에게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에 민주당을 끌어들인 후, (트럼프 대통령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네디는 “내가 만약 라스 베이거스에서 내기를 한다면, 미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연도로 2021년을 찍을 것”이라고 즐겨 말하곤 했다. 그가 틀리고, 미국이 꿈쩍도 안 한다면? 그는 “그렇다고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가 되면, 의료용 합법화 국가가 2배 늘어 70개국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미국 업계의 리더로서, 그는 자신의 정부에 절망할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향후 10년 동안 이 산업을 지배할 기업들을 모두 미국 밖에 두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 회사 CEO 입장에서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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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SING CAPITAL
돈다발 키우기
Light-controlled marijuana grow rooms at Tilray‘s headquarters facility in Nanaimo, B.C
브리티시 컬럼비아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 재배실에서 조명 통제를 통해 마리화나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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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INDUSTRY: CEO Brendan Kennedy with marijuana “tissue culture clones” at Tilray’s Nanaimo headquarters.
성장 산업: CEO 브렌던 케네디가 나나이모에 있는 틸레이 본사에서 마리화나의 ‘세포조직 배양 클론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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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ABIS COMMITTEE
‘대마초 위원회’
From left: Privateer Holdings general counsel Patrick Moen with cofounders Kennedy, Michael Blue, and Christian Groh, at Privateer‘s Seattle offices.
(왼쪽부터) 프라이비티어 홀딩스의 법률고문 패트릭 모엔과 공동창업자 케네디, 마이클 블루, 크리스천 그로가 프라이비티어의 시애틀 사무실에 모여있다.

(왼쪽부터)프라이비티어 홀딩스의 법률고문 패트릭 모엔과 공동창업자 케네디, 마이클 블루, 크리스천 그로가 프라이비티어의 시애틀 사무실에 모여있다.  사진=포춘US
(왼쪽부터)프라이비티어 홀딩스의 법률고문 패트릭 모엔과 공동창업자 케네디, 마이클 블루, 크리스천 그로가 프라이비티어의 시애틀 사무실에 모여있다. 사진=포춘US

 

▲대마초 합법화: 대기업과의 조인트 벤처가 활발해졌다

마리화나 합법화가 확대되자, 다음 대기업들은 캐나다 합법 대마초 신생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코로나 맥주의 모기업이자 포춘 500대 기업 386위에 오른 컨스텔레이션은 지난해 8월 캐나다 대마초 재배업체 캐노피 그로스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울러 이 기업을 자사의 ‘글로벌 대마초 독점 파트너’로 지정했다. 컨스텔레이션의 37% 지분 투자는 캐노피와 다른 모든 대마초 기업들의 주가를 급등시켰다.

-몰슨 쿠어스: 몰슨 쿠어스(포춘 500대 기업 275위)는 지난해 8월 퀘벡에 기반을 둔 HEXO 사와 ‘안전하고 지속적인 효과’의 비 알코올 대마초 음료 생산에 합의했다. HEXO는 하이드로포더케리 Hydropothecary라는 의료용 마리화나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12월에는 틸레이가 AB인베브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마리화나의 향정신성 물질 THC와 칸나비디올이 함유된 음료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AB인베브는 이 계약을 통해 버드와이저가 또 다른 관심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알트리아: 말보로 브랜드를 보유한 이 기업(포춘 500대 기업 154위)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의 크로노스 그룹 Cronos Group 지분 45%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담배 공룡업체는 파트너십을 통해 다른 마리화나 기반 제품보다 ‘대마초 흡연 제품’을 선보이길 바라고 있다. 

-노바티스: 틸레이는 작년 12월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203위)의 자회사 산도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대마초 오일 및 정제 제품의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재까지 이 같은 내용으로 제약 대기업과 대마초 회사가 맺은 유일한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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