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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자동차업계 거물 카를로스 곤이 펼친 '쇼'

  • 기사입력 2019.03.05 14:28
  • 기자명 Doron Levin 기자

자동차회사 경영인 중 최고 능력자로 꼽히는 곤 Ghosn이 일본에서 구속됐다. 그가 구축한 르노-닛산 연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By Doron Levin

기업 합병의 실패 이유는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연구 주제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는 1999년 50억 달러를 들여 닛산을 살려냈다. 이 조치는 또 다른 패착처럼 보였다. 당시 회의론자들은 두 기업의 연합을 “두 개의 바위를 물 위에 띄우기 위해 함께 묶은 것”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케이스에선 그들이 틀렸다. 르노-닛산 연합은 활력 넘치고, 안정적이며, 경쟁력 있고, 수익성 높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임을 입증했다. 폭스바겐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동차 판매대수 기준 전 세계 최대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르노-닛산(러시아 자동차회사 아브토바즈 AvtoVAZ와 미쓰비시 모터스 Mitsubishi Motors도 연합에 추가됐다)의 미래는 갑자기 의구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르노-닛산 연합의 설계자 겸 이론가이자, 회장 및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았던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구속됐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9일 구속 이후, 64세인 곤은 도쿄 교도소 작은 방에 수감돼 매일 세 끼를 배식 받고 있다. 그는 닛산에서 받은 보수를 일본 당국에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닛산과 미쓰비시 회장직에서 퇴출된 카를로스 곤(64).    사진=포춘US
닛산과 미쓰비시 회장직에서 퇴출된 카를로스 곤(64). 사진=포춘US

 

혐의의 진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 검찰의 (이런 혐의에 대한) 유죄 선고율은 99%를 상회한다. G20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사건의 파급효과는 이미 르노-닛산 연합에 미쳤고,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곤이 구속된 지 1주일 후, 닛산과 미쓰비시 이사진은 투표를 통해 그를 회장직에서 사임시켰다. 하지만 이번 호 포춘 발행 시점까지, 그는 르노 CEO와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르노-닛산 연합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해결안 없이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GM, 도요타, 폭스바겐, 그리고 다른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에게 르노-닛산의 불확실성이 일상화한 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전문평가기관 켈리블루북 Kelley Blue Book의 발행인 칼 브라워 Karl Brauer는 “자동차 프로젝트는 다년간 진행되는 사업이다. 때론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다”며 “누가 기업을 이끄는지, 기업이 향후 어떤 전망을 보일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면 모든 것이 동결된다”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한 주는 좋지 않은 정도지만, 잃어버린 수 개월은 끔찍한 상황이다. 그들을 앞으로 계속 괴롭힐 것이다.”

’비용 킬러(Le Cost Killer)‘라는 별명을 가졌던 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르노의 부사장이었다. 그러던 중 수십 명의 프랑스 임원들을 이끌고 두 자동차 기업을 건강한 1개 기업으로 통합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당시 닛산은 파산 직전이었고, 르노는 만성적인 성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 보통 더 강한 기업(르노)이 닛산을 단순히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두 기업을 하나의 더 큰 기업으로 합치는 개념이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규모의 효율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크게 데인 적이 있던 르노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앞서 이 회사는 대서양 너머 아메리칸 모터스 American Motors 대주주 지분까지 취득했지만, 재앙과 같은 결과만을 얻었다. 볼보와의 합병 시도가 무산되면서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직원 14만 명을 고용하며 일본 경제의 한 기둥을 차지한 닛산도 M&A에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이미 다임러-크라이슬러 DaimlerChrysler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었다. 파리에 있던 르노의 의사결정 기구는 당시 인수 대신 주식 교환을 제안했다. 상대 자동차 기업의 소수 지분을 교차 보유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양사 모두 각자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비록 르노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놓이고, 프랑스 정부가 르노의 일부 지분을 갖게 되지만 말이다.

양사 관계를 새로 형성하라는 임무를 맡은 곤은 시대에 뒤떨어진 닛산의 일본 사업관행(종신 고용제,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납품업체들과의 장기 거래)을 철폐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다인종적 배경을 가진 덕분에 ’일본과 프랑스의 비즈니스 문화가 너무나 달라 강제적으로 융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었다(브라질 태생의 곤은 레바논과 파리에서 수학했고, 5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1999년 도쿄모터쇼에서 닛산의 3개년 회생 계획을 발표했다. ▲부채 축소 ▲5개 공장 폐쇄 ▲일자리 2만 1,000개 감축 ▲전 세계에 신차 모델 출시 ▲공용 플랫폼의 적극 활용을 통해 개발 및 생산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 등이 골자였다. 곤은 이듬해 수익성 회복에 실패할 경우,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곤은 ‘르노-닛산 연합이 프랑스 파트너들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닛산 직원들의 의심에 직면했다.     사진=포춘US
곤은 ‘르노-닛산 연합이 프랑스 파트너들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닛산 직원들의 의심에 직면했다. 사진=포춘US

 

그는 “가장 먼저 최고 경영진이, 그 다음에는 간부들이 약속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닛산의 회생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 그리고 고통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며 충분히 예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믿어달라. 우리는 선택지가 없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불필요한 요소인지, 양사의 어떤 설계구조를 활용해야 하는지, 또 자동차는 어디서 생산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건 복잡한 일이기 때문에 종종 열띤 논쟁을 수반했다. 곤의 경영 스타일에 따르면, 비용 절감을 위한 프로젝트는 양사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목표는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었다: 한 프로젝트가 양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2016년까지 르노-닛산 연합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한 레이철 콘래드 Rachel Konrad는 “임원급 관리자들이 난관에 봉착해 곤에게 의사결정을 요청하면, 그는 다시 그들이 직접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콘래드는 이어 “사람들은 그가 지시와 해고 명령만 내리는 무소불위의 CEO라고 잘못 생각한다. 그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다. 그는 늘 임원들과 이사진에게 더 큰 그림을 고려하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배수진을 치고 싸웠던 곤과 전 세계를 활보한 그의 경영진은 결국 성과를 보여줬고, 2003년 닛산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자동차 기업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05년 르노 CEO, 2008년 닛산 CEO에 선임되면서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두 곳을 동시에 이끄는 첫 경영인이 됐다. 그는 일본에서 슈퍼 히어로로 등극했고, 언론은 앞다퉈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 그의 캐릭터가 일본 만화책에 등장할 정도였다.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업적을 이루면서, 곤은 자동차 업계에서 ‘기적의 사나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포드는 두 차례에 걸쳐 그에게 고용 제안을 했다. 첫 제안은 2003년 COO직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곤은 이 제안을 거절하며 완전한 권한을 끝까지 요구했다. 브라이스 호프만 Bryce Hoffman의 2012년 책 ’아메리칸 아이콘 American Icon‘에 따르면, 곤은 포드의 인사책임자에게 “CEO와 회장직을 준다면 빌 포드 주니어 Bill Ford Jr.에게 내가 그의 사람이 될 것이라 전하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억만장자 투자자 커크 커코리언 Kirk Kerkorian은 곤의 닛산 회생 성공과 르노-닛산 연합의 경영을 수행한 성과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2006년 곤과 내슈빌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제네럴 모터스와의 연합 추진을 제안했다. 당시 커코리언은 급추락하던 이 자동차 거대기업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마음 속으로 생각한 계획은 곤과 그의 비용 감축 아이디어를 GM 경영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석 달간 진행된 GM 경영진과의 논의는 끝내 무산됐다.

많지는 않았지만 곤이 직접 내린 지시사항이 하나 있었다. 리프 Leaf 배터리 자동차와 관련된 임원진 사이의 불화를 잠재우고 미결정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한 지시였다(사내 일각에서는 리프의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 거리, 고비용, 충전 우려 탓에 전기차의 잠재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2007년 5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그대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고, 2010년 시제품을 공개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는 그의 예상을 밑돌았다.

곤은 스스로가 닛산-르노 연합의 핵심 주축이라는 점을 끊임 없이 증명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곤 없는 미래 계획이 있다‘(CEO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고 믿게끔 투자자들과 언론, 경쟁업체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잠재적인 후계자들이 하나 둘씩 여러 이유로 연합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닛산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르노보다 더 강력한 파트너로 부상해있었다. 그에 따라 일본 내에선 ’권력과 권한, 특혜가 여전히 르노와 프랑스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불만이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닛산의 지배주주로서 르노는 닛산 CEO를 선임할 권한을 갖고 있다. 곤은 2017년 4월 스스로 CEO 자리를 포기하고, 사이카와 히로토 Hiroto Saikawa를 CEO에 임명했다. 이를 통해 닛산이 연합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불평이 불식되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곤과 그가 임명한 사람들이 프랑스에 편향된 관점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요코하마(닛산 글로벌 본사가 위치한 곳)의 인식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계약조항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전 닛산 임원은 “곤이 긴장관계를 불식하기 위해 양사를 합병할 비밀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업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사 간 사업 및 권력 관계를 재형성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실명공개를 거부한 또 다른 전 닛산 임원은 “연합 해체가 복잡하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있지만, 주주들에겐 최상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동차 3사(미쓰비시 포함)를 통합해 하나의 글로벌 법인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전체 기업 규모 자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무역, 이산화탄소 규제, 정치적 혼란은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해당 연합의 현재 규모로는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 상호 소유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하기 보단 차라리 변속기나 자동차 설계 같은 특정 프로젝트를 협업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파트너십“이라며 ”한번 결혼 하면 이혼은 매우 어렵다“고 비유했다.

연합 파트너들과 양국 정부의 긴장관계가 카를로스 곤의 몰락에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곤이 여전히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임기 내에 성취한 유일무이한 CEO라는 사실이다.

사진설명
81p
Carlos Ghosn, 64, has been stripped of his chairmanship of Nissan and Mitsubishi
닛산과 미쓰비시 회장직에서 퇴출된 카를로스 곤(64).

▲르노-닛산 연합 小史

-1999년 3월: 르노-닛산 연합이 카를로스 곤이 세운 원칙에 따라 발족했다. 당시 르노는 50억 달러를 들여 닛산 지분 36.8%를 매입해 닛산을 제정적으로 구제했다.

-2001년 10월: 르노가 닛산 지분을 44.4%로 확대했다. 한편 닛산도 르노 지분 15%를 취득했다.

-2002년: 르노와 닛산이 르노-닛산 BV를 설립했다. 양사가 50대 50 지분을 갖는 전략적 경영 회사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06년 4월: GM 주주 커크 커코리언의 제안을 받고, 르노-닛산 연합과 GM이 전략적 협업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지만 끝내 논의는 결렬됐다.

-2010년 4월: 르노-닛산 연합이 다임러 AG와의 전략적 협업을 발표했다. 20억 유로 규모의 5개년 계획이었다.

-2012년 7월: 르노-닛산 연합이 닛산 로그 생산을 위해 한국 르노삼성자동차에 1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12월: 르노-닛산 연합이 러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회사 아브토바즈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2013년 7월: 곤이 인도에서 설계될 모듈형 차량 플랫폼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르노와 닛산이 처음부터 설계하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었다.

-2016년 10월: 닛산이 부실에 처한 일본 자동차메이커 미쓰비시 모터스 지분 3분의 1을 매입했다. 그에 따라 상실상 미쓰비시가 르노-닛산 연합에 편입됐다.

-2017년 9월: 곤이 ‘얼라이언스(연합) 2022’라는 6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 파트너들간의 연간 시너지 효과를 두 배로 향상시켜 매년 10억 유로의 매출을 창출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2018년 2월: 르노-닛산 연합이 전년도에 1,06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경차 글로벌 판매 1위에 등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4p 사진설명
Ghosn faced suspicion from Nissan employees that he favored the French partners in the alliance.
곤은 ‘르노-닛산 연합이 프랑스 파트너들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닛산 직원들의 의심에 직면했다..

/번역 최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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