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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인터뷰] 3대를 이어온 막걸리 사랑, 한국의 ‘기네스’ 꿈꾼다.

인터뷰 /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

  • 기사입력 2019.03.04 14:45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사진=차병선 기자]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
[사진=차병선 기자]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
최근 국내 전통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평생막걸리의 제조사 지평주조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장수기업이다. 3대를 이어온노력 끝에 국내 대표 막걸리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는 지금 지평주조를 한국의 기네스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병주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전국 곳곳에 방치돼있는 낙후된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높은 화제성을 기반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런데 몇 달 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때아닌 막걸리 붐이 일어났다. 수제막걸리 전문점에서 일반인 시식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결과 때문이었다. 당시 시식단은 한 목소리로 비교 대상이었던 3~4종의 막걸리 중 한 종류의 막걸리 맛에 찬사를 보냈다.

이후 해당 골목식당 편은 수제막걸리 가게의 발전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시 시식단 대부분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던 막걸리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질문 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당시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막걸리는 경기도 양평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주 브랜드 지평주조의 제품인 지평생()막걸리였다. 대다수 전통주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골목식당 방송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마도 지평생막걸리였을 것이라고 부러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지난 2월 중순 서울 강동구 거여동 지평주조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기환(38) 대표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빙긋 웃으며 그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꼭 그것이 전부라곤 보지 않는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이전에도 저희 제품이 종종 방송을 통해 노출되곤 했었습니다. 이번 골목식당도 그랬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주말 예능프로그램 ‘12에 저희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터라 자연스레 제품 홍보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매출 성장, 혹은 인지도 상승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평생막걸리가 지금처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랫동안 변치 않는 맛과 품질을 지킬 수 있기 위해 합심했던 모든 직원들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평주조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평에서 작은 양조장 지평주조를 운영하던 고() 이종환 선생은 민속주를 말살시키려는 일본군의 억압 속에서도 한국의 술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해방을 후에도 계속 술 사업은 하던 한국전쟁 후 자신의 양조장을 인수할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충청도 지방에서 작은 양조장을 운영하던 고() 김교십 대표가 평소 흠모하던 이종환 선생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그를 직접 찾아와 양조장을 인수했고, 그것이 현 지평주조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지평주조는 1대 사장 김교십 대표에 이어 그의 아들인 김동교 씨가 2대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지난 2009년엔 김동교 전 대표의 아들인 김기환 현 지평주조 대표가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3대 사장으로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로 이어지는 3대 경영을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비교적 젊은 2030세대가 오래된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김기환 대표의 경우 회사가 성장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중반 무렵, 한국에는 소위 막걸리 열풍이란 것이 불고 있었다. 막걸리 업계가 우리 술을 살리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막걸리 제품과 관련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기존의 틀에 박힌 전통 막걸리에서 벗어나 바나나, 고구마, ,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로 맛과 풍미를 살린 개량 막걸리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정부가 나서 막걸리 세계화를 외쳤던 것도 막걸리 열풍이 일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8년 무렵부터 막걸리 열풍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국내 막걸리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고, 일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던 막걸리 수출도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무렵 20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김기환 대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막걸리 시장을 바라보며 가업을 이어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저희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저에게 가업을 이으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땐 저 역시 학생신분이었기 때문에 가업과 관련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가업을 이어보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바로 저희 지평주조의 제품 때문이었습니다. 양조장에서 자란 탓에 저는 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옆에서 막걸리 한 모금 씩을 마셔볼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접하면서 솔직히 우리 막걸리 만한 맛은 없네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고요.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그러면서도 뒷맛은 깔끔한 우리 제품을 따라올 맛은 없다고 확신했었죠. 한마디로 저는 우리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평주조를 살려보겠노라 아버지를 설득해 경영을 맡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된 젊은 CEO를 떠올리면 금수저라는 인상을 갖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김기환 대표는 금수저라는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의 생활반경은 오로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주조 양조장건물에 한정됐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은 2009년 결혼을 한 후 신혼집을 양조장 내부 한 켠에 있는 3평 규모 숙직실에 마련할 정도로 검소하게 일에만 매달렸다.

그가 이처럼 일에 매진한 건 지평막걸리의 재도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지평막걸리의 재도약을 이끌 키워드를 으로 확정하고 제품의 질에 온 힘을 쏟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양조장은 대개 수십 년 동안 막걸리를 담궈온 소위 마스터들의 손맛에 의존한다. 하지만 손맛이 항상 동일할 수는 없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맛이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이 막걸리 품질과 소비자들의 신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김기환 대표는 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생각한 지평주조 재도약의 키워드는 바로 균질한 맛이었습니다. 저희 제품의 맛은 더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문제는 이런 맛을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우선 지평의 훌륭한 맛을 균질하게 낼 수 있는 시스템화에 집중했습니다. 원재료와 물, 그리고 모든 제조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확인하면서 일정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이 같은 미션은 지금도 여전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숙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저희는 항상 청결한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주 1~2회 보관 탱크를 청소하고, 주기적인 관리를 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겐 품질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또 있었다. 보편적으로 전통주 시장의 타깃 고객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젊은 고객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 제품이 출시되긴 했지만 전통주 시장에서 큰 포지션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외연 확장을 위해선 젊은 층을 끌어올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지평생막걸리가 제대로 수행해냈다. 어떠한 기교도 없이 막걸리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SNS에선 기존 막걸리 제품과 다른 젊은 감성의 제품 라벨 이미지 덕분에 예쁜 막걸리로 불리며 제품이 홍보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기자 또한 이 같은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는 생각에 김 대표에게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단 한 번도 젊은 세대를 위한 별도의 전략을 마련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사진=차병선 기자]
[사진=차병선 기자]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

저희가 제품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춘 것에 대해 업계에선 부드러운 맛의 저도주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을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하더군요. 그런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지평의 특색을 살리고 균질한 맛을 내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도수가 5도일 때 가장 지평다운 맛이 난다는 결과가 나와 이를 제품에 반영한 것뿐이었죠. 물론 좀 더 순해진 맛이 여성과 젊은 고객층에 어필했을 수도 있지만, 그걸 타깃으로 한 전략의 일환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라벨의 차별화는 전략적 변화의 일부이긴 했습니다. 저도 젊은 소비자니까 보기에 예쁜 제품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부 팀원들과 함께 포장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했죠. 그 결과로 도출된 라벨 디자인 변화가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평주조는 대표상품 지평생막걸리를 앞세워 지난해 연 매출 160억 원을 달성했다. 매년 30~4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평주조는 지난해 6월 춘천에 제2공장을 짓고 가동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월 생산량을 기존 150만 병에서 500만 병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탄탄한 전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연 매출 250억 원을 목표로 전국구 브랜드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 정도 김기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은 그가 꿈꾸는 미래의 지평주조의 모습이었다. 그는 지평주조의 롤모델로 중국 칭다오 맥주와 아일랜드 기네스 맥주를 언급했다. 술이라는 것 외에는 지평주조와 전혀 접점이 없었기에 그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사진=지평주조] 양평 양조장 정문.
[사진=지평주조] 양평 양조장 정문.

그는 칭다오 맥주와 기네스 맥주가 현지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칭다오 맥주와 기네스 맥주는 각각 중국 칭다오와 아일랜드 지역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칭다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칭다오 맥주 공장을 찾아 브랜드 역사를 읽고 갓 생산한 맛있는 맥주를 시음한다. 기네스도 마찬가지다. 아일랜드를 찾은 여행객이라면 으레 더블린 시내에 있는 기네스 양조장을 방문해 오래되고 독특한 흑맥주 맛을 음미한다.

김기환 대표 또한 지평주조가 경기도 양평이라는 지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 할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현재 지평면에 있는 양평 양조장은 오랜 역사와 독특한 건축 양식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 594호로 지정돼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을 기반으로 지평막걸리의 컨텐츠화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술 빚기, 술독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직접 시음 기회도 제공하는 방식이죠. 이미 관할 지자체와 이 부분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전통주에 관심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울 유치해 지평의 글로벌화를 위한 초석도 착실히 다져나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는 칭다오 맥주, 기네스 맥주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 브랜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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