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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가 뜬다 (4)] 슈퍼 시니어들의 인생 2막 '엔슬협동조합'

인생 이모작을 실현한 슈퍼 시니어들
일·배움·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 기사입력 2019.02.28 14:23
  • 최종수정 2019.02.28 14:26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3월호에 실린 Special Report 기사입니다.> 

▶전체 도비라>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관련 기업 케이스 스터디, 전문가 인터뷰, 액티브 시니어 조합 현장 취재 등을 통해 이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분석했다.◀

한능우 이사가 엔슬협동조합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양자역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강의를 진행한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한능우 이사가 엔슬협동조합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양자역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강의를 진행한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전직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 엔슬협동조합. 하루하루를 알차게 사는 엔슬협동조합 액티브 시니어 구성원들은 일과 배움, 즐거움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인생 후반기를 자기만족을 위해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선 사회적 기여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Fortune Korea] 엔슬협동조합은 기업 임원 출신 시니어들이 인생 이모작을 위해 설립한 특수 협동조합이다. 2014년 12월, 6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해 현재는 36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엔슬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 멘토링 활동으로 관련 업계에서 명망이 높다. 기자가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 본관에 위치한 엔슬(ENSL·Executive Network for Second Life)협동조합 조합실을 방문한 날은 2월 18일. 그곳에선 조금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빛이 입자라는 주장이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빛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나요?”
“그전까지는 파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빛을 파동이라고 생각했을 당시에는 말씀하신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스케치하기 위해 약속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기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시니어, 멘토, 창업, 경영 같은 엔슬협동조합의 연관 키워드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양자역학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송덕호 이사(전 KGC인삼공사 부사장·현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자 이 날의 강사 한능우 이사(전 네모소프트 대표이사·현 한국트렌드연구소 부소장)가 화면 왼쪽 여백에 파동 실험 그림을 띄워 설명을 시작했다. 어리벙벙한 기자에게 안창주 이사(전 TG삼보컴퓨터 사장·현 엔슬파트너스 파트너)는 작은 목소리로 “매주 월요일마다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세련된 이미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 여유로운 태도, 세련된 반 캐주얼 의상과 외모, 활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소매에 이니셜이 각인된 셔츠…….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기자가 조합원들을 관찰하며 메모한 내용이다. 장난인 듯 아닌 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들의 대화에선 액티브 시니어, 베이비부머 세대 특유의 묘한 자긍심도 엿볼 수 있었다.

안 이사는 말한다. “저희 연령대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키운 주력 세대거든요. 특히나 저희 조합원들은 그중에서도 첨병 역할을 했고요. 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도 저희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 네트워크 등의 역량을 썩히지 말고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남은 30년, 40년을 의미 있게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조합원 중 상당수는 퇴임 후 찾은 제2의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사회단체에 강의를 나가거나 대학 겸임교수를 하기도 하고 기업 개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재취업을 통해 다시 산업전선에 뛰어드는 이들도 많았다. 엔슬협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36명 구성원 중 27명이 현재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배영효 엔슬협동조합 이사장(전 동양선물 대표이사·현 KPX홀딩스 상임감사)은 말한다. “저희는 열린 조합입니다. 플랫폼이기도 하고 인재풀이기도 하죠. 우리 세대가 워낙 일만 하며 살아서인지 퇴직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벤처기업 멘토 역할에 열중하시는 분들도 있고 직접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어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멘토 역할을 하던 기업에서 모셔가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전문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업을 택해 직접 재취업한 분들도 있습니다. 조합이나 조합원 모두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 놓고 여러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배영효(앞줄 오른쪽 두 번째) 엔슬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배영효(앞줄 오른쪽 두 번째) 엔슬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 다양한 가능성 탐색

창립 5년 차인 엔슬협동조합의 활동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엔슬파트너스 법인 설립과 운영이다. 엔슬파트너스는 엔슬협동조합에서 창업 기업들의 멘토 역할을 하던 조합원 중 7명이 뜻을 모아 세운 별도의 액셀러레이팅 업체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자본 등은 조합과 철저히 분리돼 있지만, 투자 기업 멘토링에 엔슬협동조합 인력 풀을 이용하고 파트너들이 현재 조합원이란 점에서 인적 교류는 매우 활발한 편이다. 이 같은 관계는 엔슬파트너스의 큰 장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엔슬파트너스 파트너이자 엔슬협동조합 조합원인 안창주 이사는 말한다. “창업기업에 대한 멘토링을 하다 보면 간접창업, 간접투자를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들 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투자 의지와 수요가 생겼죠. 그런데 협동조합은 투자 같은 금융업 활동이 제한돼 있어요. 엔슬협동조합 산하 기구로는 활동할 수 없어 새로운 독립 법인을 만든 거였습니다. 그럼에도 엔슬협동조합은 엔슬파트너스의 모체이자 배경이기 때문에 여전히 큰 버팀목이 돼 주고 있습니다.”

배 이사장은 덧붙인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희는 조합이나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에 맞는 몇몇 조합원이 의기투합해 별도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면, 엔슬파트너스처럼 인정해주고 또 거기에 조합이나 다른 구성원이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저희의 경험과 전문성, 네트워크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 배움·즐거움도 동시 추구

그렇다고 엔슬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사회적 기여나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배움과 성장은 멈추면 안 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배우기·즐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알차게 삶을 채워 나가고 있다.

앞서 묘사한 양자역학 부분도 ‘학습 품앗이’ 강의 중 하나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되는 학습 품앗이는 조합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해 지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고중세사, 주역, 아르키메데스, 암호화폐 등 다양한 주제를 소화했다. ‘인문학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선 저명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수업도 듣고 있다. 동양의 제자백가 사상부터 전쟁사, 미술사, 자아성찰 등의 주제를 다뤘다.

이곳에선 즐기기 활동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음악 연주회 감상, 미술관 탐방, 역사기행, 등산 같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활동이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티브 시니어 특유의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배 이사장은 말한다. “조금 더 깊이 파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설명을 듣거나 끌려다니는 게 아닌, 직접 계획을 세우고 조사를 해서 내용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니까요. 필요하면 관련 강의도 듣고요. 주어진 프로그램보다 만드는 프로그램, 자율적인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 시니어 역할에 대한고민

엔슬협동조합은 자신들을 ‘인생 이모작을 위해 모인 협동조합’이라고 표현한다. ‘여전히 인생의 주인은 우리’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성과 지향적인 삶을 사는 인생 전반기와 달리, 자기만족이 중요한 인생 후반기를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격동의 산업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만큼 사회적 기여 등에 대한 고민도 유달리 깊다. 일과 배움, 즐거움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일에 대한 욕심이 더 앞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배영효 엔슬협동조합 이사장은 말한다. “한국 사회나 경제, 산업계에서 우리 시니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조합원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결국 또 일인가요?(웃음) 저희는 이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소비자층이기도 하고 또 새롭게 등장한 노동시장 공급자이기도 합니다. 일부는 투자자이기도 하죠. 사회 인구 구성이 변해 우리 시니어들도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조합이 설립된 지 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뚜렷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러 명이 모이다 보니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단 낫다는 위안을 하고 있죠.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조합원을 더 늘려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강현 포춘코리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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