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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공짜로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와 해법

  • 기사입력 2019.02.27 17:25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3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실패할까 두렵고 책임질까 두렵고 욕먹을까 두려운 리더가 얼마나 많을까? 조직에서 위험해지는 것보단 차라리 바보 소리를 듣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없을까? 그렇게 하면 진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세상에 있을 것만 같은 데 없는 것이 ‘공짜’라고 한다. 공짜는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공짜라고 믿는 것들은 대부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리더 역할에서도 마찬가지다. 힘겨운 현실을 공짜로 벗어나 보려는 심리는 무임승차하는 리더, 회피 동기가 강한 리더, 무기력한 리더를 양산할 수 있다.

공짜를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공짜로 리더십을 살 수는 없다. 언제까지 리더의 역할을 피할 수 있고, 어디까지 리더의 책임을 피할 수 있겠는가? 막연히 공짜를 바라는 리더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공짜로 리더십을 살 수 없는 이유와 그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먼저 조직에서 리더가 공짜로 안전해지기 어려운 4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이유1. 조직이 야박해졌다. 몸값은 높은데 밥값을 못하는 리더를 현실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버림받을 이유는 충분해졌다. 가슴 아프고 가혹한 현실이다. 용서가 없고 냉정한 것이 조직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이제는 인맥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인간적인 배려와 의리가 있었고 챙겨주는 고참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작은 요행도 공짜도 없다. 눈치만 보며 가만히 있는 걸 가만두지 않는 것이 조직이다. 안전한 계급도 사라졌다. 임원들도 혁신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금이다. 마냥 좋던 시절은 지나갔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이유2. 후배들이 용감해졌다. 요즘 갑질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왜 그럴까? 갑자기 갑질이 늘어난 걸까? 당연히 아니다. 과거에도 갑질은 존재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갑질의 피해자가 과거에는 무조건 참았지만 지금은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질 피해자 본인도 철저하게 저항하지만, 이 저항을 응원하고 돕는 사회적 분위기도 거세지고 있다. 갑질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의해 정의가 내려진다는 점에서 갑질한 리더가 철저하게 불리해질 공산이 커졌다. 리더의 갑질만 그런 게 아니다. 리더의 무능함과 무기력, 그리고 책임 회피에 대해서도 인내만 하지 않고 용감하게 저항하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옛날 사고방식으론 절대 후배를 이길 수 없게 됐다.

이유3. 대안이 별로 없다. 본인이 열심히 본인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외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어쩌면 풍요롭지 못할 수도 있다. 매달 걱정 없이 입금된 월급도 언젠가는 단절될 것이고, 본인만이 보유하고 있는 재주도 조직을 떠나는 순간 가치를 잃어버려 빈손으로 조직을 떠날 수도 있다. 본인의 재주를 본인이 챙기기 어렵다면 누구도 챙겨줄 수 없다. 지극히 당연한 진실이다. 조직에 길들여진 사람은 조직에 있을 때만 존재감이 살아있는 것이다. 본래부터 조직은 내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조직을 떠나면 그냥 잊힐 뿐이다.

이유4. 비슷한 처지가 많아졌다. 본인의 불안과 걱정을 들키지 않았을 뿐, 이를 남김 없이 해결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안하니까 다수의 일원이 되듯, 불안하니까 본인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비교하며 일시적인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는 오래가지 않는 약 기운과 같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자기만이 공짜로 어떤 혜택을 받으리란 기대감은 무의미하다. 두려움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찾게 하지만, 그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을 안겨줄 뿐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리더가 공짜로 조직에서 버티기 어려워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짜가 없다면 그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대응1. 조직 내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재점검하고 일의 순서를 정하며 일하는 방식을 변경해봄으로써 적극적인 변신을 꾀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퇴직 시점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를 덜 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후 후회를 덜 하게 된다. 본인만 고생하고 조직만 덕을 보면 억울하지 않을까? 본인도 조직생활을 통해 남길만한 추억과 의미를 남겨야 한다. 조직생활도 본인만 손해 보면 곤란할 테니 말이다.

대응2. 후배를 대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후배에게 일만 시키지 말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이 있다. 아랫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라고 한다. 리더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는 후배보다 못할지 몰라도 판단력만큼은 후배보다 나을 수 있다. 후배로부터 배운 것을 판단하고 그 판단의 결과로 성과를 창출해 후배와 공을 나눈다면 리더에게 꽤 많은 것이 남을 수 있다. 후배에게 배운 것을 써먹고 그 과실을 공유만 해도 남는 장사란 의미다. 일단 남는 장사를 하고 후회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대응3. 잘할 수 있는 일을 단단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리더는 지난 세월을 헛되게 산 게 절대 아니다. 뭐라도 했을 것이고 뭐라도 남아 있을 것이다.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단단하게 묶여 있지 않았을 뿐, 쓸 만한 능력이 꽤 있을 것이다. 리더는 그걸 모으고 다듬어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먼 길을 가는 사람이 보따리를 단단히 묶는 것처럼 조직을 떠나기 전에 본인만의 ‘최종병기’를 단단하고 야무지게 마련해야 한다. 누구도 본인을 도와줄 수 없다. 심지어 가족도 위로는 될지언정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대응4.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본인을 비교하지 마라. 가장 위험한 판단을 불러올 수 있다. 80점인 사람은 100명이 모여도 평균 80점이다. 좀 거친 표현이지만 비슷한 처지인 사람만 바라보고 비교하면 안주하기 쉽다. 비슷하니까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조직에 있을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점검하고, 후배들로부터 배울 것을 배워 본인의 경쟁력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본인보다 먼저 조직을 떠난 선배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들의 성공과 좌절을 미리 관찰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상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도토리 키 재듯,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비교하는 건 또 다른 회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모두가 힘겨운 때이다. 미래를 걱정하며 현실을 무기력하게 희생시키거나 ‘이게 웬 떡이지?’하고 공짜를 꿈꾸는 사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포부만 키우다 죽는 사람과 매한가지다. 이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물려받을 것도 없다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단련하는 것이다. 이 칼럼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선량한 월급쟁이 리더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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