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자본가의 탄생’

자본주의 토대를 놓은 자본가 ‘야코프 푸거’의 파란만장한 삶

자본은 어떻게 종교와 정치를 압도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야코프 푸거라는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야코프 푸거는 유럽이 모든 방면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던 16세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당시 유럽은 대혼란기였다. 군소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가 전통의 강호 프랑스를 밀어내고 스페인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했고 가톨릭교회는 대금업 금지를 철폐했다. 가톨릭교회의 세속화와 면죄부 판매에 반대해 종교개혁이 일어났으며 무역로가 바뀌면서 한자동맹이 붕괴하고 경제 중심지가 이탈리아에서 서유럽으로 옮겨갔다.

당시 일어났던 거의 모든 주요 사건을 요약해놓은 것 같은 위 배경에는 야코프 푸거와 그의 자본이 있었다. 이 책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초기 자본가의 삶을 담은 평전이자 근대 국가와 자본주의 등장의 과정을 소개한 흥미진진한 역사서다.


‘블록체인 혁명’

피할 수 없는 블록체인 거품, 창조적 파국 관점에서 이해해야

이 책은 2017년 출간된 ‘블록체인 혁명’의 증보판이다. 저자의 최신 연구 결과를 담은 서문과 후기가 추가됐다. 

저자는 증보판에서 책이 출간된 이후 제기됐던 블록체인 관련 우려와 전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인 조셉 루빈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블록체인은 계속해서 거품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창조적 파국’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블록체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은 손해를 입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론 지속 불투명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추려지는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혁명이 계속될 것이라 역설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해외 사례가 추가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 기업이 어떤 식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는지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실전 퀀트투자’

감정이나 속설에 휘둘리지 않는 컴퓨터 알고리즘 활용 투자기법

이 책은 퀀트투자에 필요한 제반 정보와 기술을 상세하면서도 쉽게 설명하는 훌륭한 퀀트 입문서이다. 퀀트투자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직 숫자로만 매매 결정을 내리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이 책은 매출액, 영업이익률, PER, PBR 등의 재무지표와 주식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속설, 전략 등을 주가 흐름과 연결, 백테스트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상식을 뒤집는 결과로 재밌는 반전을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적자전환 기업의 향후 주가 흐름은 좋지 않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다. 하지만 백테스트 결과 적자전환 유형 기업들의 평균 복리수익률은 +6%로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저자는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 퀀트투자를 논리적인 설명과 충분한 예시로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장마다 대다수 투자자가 즐겨 사용하는 재무비율별 백테스팅 결괏값을 공개해 독자가 자신의 성향에 알맞은 알고리즘을 짜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미쉐린 타이어는 왜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겼을까?’

엉뚱하면서도 고도로 계산된 글로벌기업들의 마케팅 스토리

SNS와 유튜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온라인 마케팅과 바이럴 마케팅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할까? 답은 ‘스토리’에 있다.

이 책에선 영국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 대표인 저자가 특별한 마케팅 스토리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코카콜라, 나이키, 애플, 미쉐린, 네스프레소처럼 지금은 익숙한 유명 브랜드들도 초기에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위해 실패를 동반한 수없이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런 수많은 시도 끝에 특별한 마케팅 스토리가 히트를 쳐 현재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시도를 저자만의 예리한 관찰과 통찰을 통해 분석하고 성공의 단초가 된 핵심 전략을 파헤친다.

이 책에는 미쉐린 가이드 탄생 이야기를 포함해 101개 글로벌 브랜드의 마케팅 스토리가 담겨 있다. 챕터별 구성인데다 쉽고 유머러스하게 서술해 직장인들의 출퇴근길 독서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

토마토 농부가 된 디자이너, 농업의 브랜드화를 얘기하다

원승현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홍익대에서 프로덕트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다가 어느 순간 염증을 느껴 강원도로 귀농을 했다.

저자는 귀농인이자 그래도팜 대표로 현재 토마토 농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귀농 후 농업 현장의 문제를 접하고 좌절에 빠졌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적 사고를 도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은 해법이 농업의 브랜드화이다.

농업의 브랜드화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차별화’이다. 고만고만해선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품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엔지니어적 문제, 생산 문제, 유통 및 포장 문제 등 제품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구성과 차별화 주장이 젊은 귀농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뇌과학 편)’

고양이는 왜 문을 못 닫을까? 최고 석학들의 발칙한 심리 실험

이 책은 정신의학, 뇌과학,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석학들과 연구팀이 실시한 63가지 심리실험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것도 연구대상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우면서도 도전적이고 발칙한 실험들이다.

고양이가 문 여는 법은 배워도 문 닫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하버드대학교의 실험이나 인간이 제비뽑기 게임에서 매번 쥐한테 패배하는 이유를 밝힌 윌리엄 교수의 실험 등이 그 예이다.

도쿄대 약학대학 교수이자 뇌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물 전체 관점에서 인류의 뇌 개발 진화는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한다. 뇌는 방대한 에너지를 쓰는 비효율적인 장치여서 유지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만 놓고 따지기엔 뇌가 너무나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어 소중하다고 덧붙인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