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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경쟁력 높여야 한국GM 생존한다
근원적 경쟁력 높여야 한국GM 생존한다
  • 하제헌 기자
  • 승인 2019.01.0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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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법인 설립에도 끊임 없는 철수 논란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9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천시에 있는 한국GM 부평공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GM이 R&D 법인을 분리하고 한국 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한국 사업에 대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신차 개발까지 한국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한국GM의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을 완전히 잠재웠다고 보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철수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 원인이 한국GM의 부족한 경쟁력에 있기 때문이다.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설립 문제가 일단락됐다. 2018년 12월 18일, 한국GM2대 주주(지분 17%)인 산업은행은 한국GM이 R&D 법인을 새로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신설되는 R&D 법인을 GM의 글로벌 전략 신차 2종을 만드는 거점으로 삼고 10년 간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르면 2018년 12월 중 신설 법인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R&D 법인 설립 시도는 그 동안 GM의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산업은행 동의로 R&D 법인이 만들어지겠지만, GM의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자동차 업계 시선도 여전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시계추를 조금 더 뒤로 돌려 살펴보자. 

지난 10월 4일 열린 한국GM 이사회는 논란이 될만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을 생산법인과 R&D 법인으로 분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론 기존 한국GM에서 연구개발 부문을 인적분할해 새로운 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디자인센터·기술연구소·파워트레인·생산기술 일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알짜배기들이다. 계획대로라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R&D 업무만 수행하고, 기존 한국GM은 생산에만 집중하게 된다.

한국GM은 이미 GM의 글로벌 콤팩트 SUV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GM의 경영진은 이를 빌미로 R&D 법인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투자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미국 본사와 더욱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독립 법인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한국GM 노동조합은 GM 본사가 R&D 법인 분리를 통해 한국GM을 버리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했다. 군산 공장 철수 당시 GM이 신차개발과 시설투자를 위해 약속한 28억 달러를 

R&D 법인에만 투입하고, 생산 기능만 남게 되는 기존 한국GM은 단순 수출 공장으로 만든 뒤 결국 퇴출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법인 분리가 효율적인 차량 개발과 판매 활성화를 위한 방법인지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GM이 회사를 살리고자 한다면 도리어 GM 본사와 한국GM이 몸과 마음을 섞어 가성비 좋은 차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게 맞아요. 법인 분리는 결국 ‘살릴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한국GM R&D 인력은 우수할 뿐만 아니라 노조와도 무관합니다. 부평에 있는 시험시설이나 테스트 주행 시설도 훌륭하고요. 반면 생산분야는 GM 입장에선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고비용 저생산의 근본 원인이 생산노조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을 분리해서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2018년 11월 26일, 메리 바라 GM 회장이 ‘General Motors AcceleratesTransformation(GM은 변신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북미에서 완성차 공장 3곳, 엔진·변속기 공장 2곳에 새로운 생산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것이며, 2019년 말까지 북미 이외 지역 공장 2곳을 추가로 폐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GM의 비효율적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을 닫겠다는 해외 공장 2곳이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폐쇄되기 전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GM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되면서 한국GM의 입지가 다시 불안해졌다. 한국 철수설을 간신히 가라앉힌 지 반년만의 일이었다. 추가로 문을 닫을 해외공장에 한국GM이 선택될 가능성이 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한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영업이익률 10% 미만인 법인은 처리하고 효율화를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GM 공장 중 15개가 정리됐어요. 한국GM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 당연히 철수 대상 기업이라는 뜻입니다.”

한국GM은 해마다 이어지는 노사갈등에 내수와 수출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영개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3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상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금 같은 비용 증가 때문에 2018년 역시 1조 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번 R&D 법인 분리 합의서 상에 명시된 ‘두 가지 차종 개발과 보급’이라는 조건은 무척 희망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소비자가 구입할 만한 좋은 신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GM이 내놓은 신차 판매결과를 보면 걱정부터 앞설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7만 4,595대(내수)를 판매했다. 이는 2017년 동기 대비 32.3% 감소한 판매량이다. 2018년 6월 야심차게 내놓은 중형 SUV 이쿼녹스도 6개월간 1,292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소형 SUV 트랙스를 제외하고 월간 판매 1,000대를 넘는 모델이 없다는 점은 한국GM의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GM의 신차 상품 기획과 가격 책정 등을 보면 차를 팔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GM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강성 노조와의 갈등도 한국GM에겐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한국GM R&D 법인 분리가 결정되자마자 한국GM 노조는 노조 설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불법파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한국GM 노조는 불법성 파업을 여러 차례 벌였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건 불법은 아니었다. 파업 요건을 갖춰 파업을 했거나, 파업 요건을 갖추지 않았어도 법적으로 노조에게 주어지는 노조원 교육 시간을 이용해 파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산업은행과 한국GM이 구체적인 합의안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설 R&D 법인에서 개발한 기술로 만든 차를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할 때, 한국GM 생산 법인이 내야 하는 사용료 문제다. 이와 관련된 부분도 GM과 산업은행 합의안에 포함됐지만, 양측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한국GM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올뉴 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현재는 한국GM이 신차를 개발할 경우, 개발비는 미국 본사와 나눠 내지만 기술 소유권은 미국 GM이 소유하게 되어 있다. 대신 한국GM이 기술 사용료를 내지 않는 구조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설 R&D 법인이 생길 경우 이 계약 구조가 달라져 한국 공장에서 차를 생산할 때 신차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내게 돼 생산 법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현재보다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을 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사안은 한국GM과 미국GM 사이 계약 문제라 우리가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M은 산업은행과 향후 10년간 국내 투자·생산에 합의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또한 GM 본사가 진행 중인 글로벌 구조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GM R&D 법인 설립에 동의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 발언에도 불확실한 부분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동걸 회장은 GM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한국GM을 빈껍데기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10년 이후에도 생산을 보장한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10년 동안 생산법인과 R&D 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그 이후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1년 전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며 설명했다. “2017년 10월 GM이 군산 공장 철수를 결정하고 난 뒤, 결국 2018년 초에 실행이 됐잖아요. 이번에는 GM이 추가적인 해외 공장 철수를 선언했고, 한국GM은 R&D 법인 분리 독립을 들고 나왔어요. GM은 ‘한다면 하는’ 회사입니다. 수익성 관리에 완전히 올인하기 시작했어요. GM이 한국GM의 R&D 법인에만 집중투자를 할 공산이 큽니다. R&D 법인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힘을 쏟을 겁니다. 수익성과 잠재력이 높은 신사업 분야니까요.”

GM이 미국 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트럼프 정부는 보복으로 세액 혜택을 포함한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보조금 중단을 거론하며 GM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GM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물며 한국 정부가 GM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한다. “정부가 한국GM에 8,000억 원 투자를 단행한 건 글로벌 GM이 진행하는 구조조정에서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 한국GM의 지속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GM의 거대한 구조조정 바람을 한국만 비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에요. 어떻게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한국GM 스스로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GM의 생존력이 낮아져 스스로 무너진다면, 철수나 다름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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