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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2019년 유통업계 제2 쓰나미 몰고 오나?
쿠팡, 2019년 유통업계 제2 쓰나미 몰고 오나?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9.01.0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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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매각 의혹이 일었던 쿠팡이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oftBank VisionFund·이하 SVF)로부터 20억 달러 투자금을 재유치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쿠팡의 투자계획과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쿠팡 잠실 사옥. 2017년 4월 이전했다. 사진=쿠팡
쿠팡이 지난해 4월 공개한 2017년 감사보고서에는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2016년 빈칸이었던 단기차입금 란에 569억 원 숫자가 들어간 것과 전기 6,291억 원이었던 재무상태표 부채가 1조 2,36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특별했다.

당시 언론은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가 2016년 5,652억 원에서 2017년 6,388억 원으로 커졌다’는 점에만 주목했다. 쿠팡은 비상장 기업이어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대상이 아니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었다. 쿠팡의 영업손실 확대는 누구나 예상했던 바였기에 이들 기사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 쿠팡 매물설과 반전

하지만 일부 유통 대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은 달랐다. 2017년 감사보고서를 ‘곧 쿠팡이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 이들은 암암리에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빴다.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어디인지, 적정 매수가는 어느 정도인지 빠른 계산이 오갔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가 탐탁지는 않으나, 인수한 기업이 순식간에 국내 e커머스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방관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초 소프트뱅크가 자사가 보유한 쿠팡 보유 지분 20%를 SVF에 7억 달러에 넘긴 것이 알려지면서 쿠팡 매각 의혹은 더 확대됐다. SVF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리드하기는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최대주주인데다가 그 성격이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에서 ‘쿠팡 정리 수순을 밟는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힘을 받았다. 2015년 소프트뱅크가 쿠팡 지분을 확보할 때 들었던 금액이 10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SVF에 넘긴 7억 달러 금액은 30% 할인된 가격이어서 이 같은 해석이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11월 20일 SVF가 쿠팡에 20억 달러를 재투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쿠팡의 기업가치가 상당한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SVF 결산 실적발표를 하면서 손정의 회장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몇몇 투자기업들을 예시로 들었어요. 그중 첫 번째로 소개된 기업이 위워크였고 두 번째로 소개된 기업이 쿠팡이었습니다. 이 같은 손정의 회장의 발언이나 SVF가 장기 기술투자 펀드 성격인 것 등을 고려하면 쿠팡 매각설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 여전히 성장에 집중

쿠팡 매각설이 수그러든 현재 유통업계의 관심은 쿠팡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쿠팡의 전략에 따라 앞으로 지출해야 할 ‘대응 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쿠팡은 여전히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아직까진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매출 규모가 5조 원대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저희는 앞으로 20조~30조 원까지도 키울 수 있다고 보거든요. 2019년을 전후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1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몇 년 후까지 내다본다면 아주 무리인 목표는 아니죠. 로켓프레시나 새벽배송 등으로 서비스 질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요.”

2014년 쿠팡의 매출액은 3,485억 원이었다. 2017년 매출액은 2조 6,846억 원이었다. 2018년 매출이 쿠팡의 예상처럼 5조 원에 달한다면, 전년 대비 약 2배, 2014년 대비 14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최근 성장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몇 년 후 20조~30조 원 매출 목표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직매입 규모를 늘린 데 따른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이 같은 가파른 성장 기울기도 수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창립 초기 소셜커머스 모델을 거쳐 이후 오픈마켓으로, 현재는 도소매 e커머스로 핵심 사업 형태를 바꿔왔다. 물론 현재도 판매자가 쿠팡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모델을 병행하고 있지만, 2015년 로켓배송 서비스 론칭 이후 꾸준히 직매입 상품 수를 늘려 2019년 현재에는 직매입 상품 가지 수가 500만 개에 달하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2015년 전후를 비교해 보면 직매입 비중 증가에 따른 성장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4~2015년 매출 증가율은 3.25배(3,485억 원 → 1조 1,338억 원)였으나 2015~2016년은 1.69배(1조 1,338억 원 → 1조 9,159억 원), 2016~2017년은 1.40배(1조 9,159억 원 → 2조 6,846억 원)로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 난 것이 확인된다. 규모의 차이에 따른 성장 기울기 감소를 고려해도 매출 증가율 낙폭이 상당한 셈이다.


◆ ‘직매입 마법’이 뭐길래

직매입 비중이 늘수록 매출액이 크게 상승하는 이유는 매출 산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오픈마켓 형태의 상품중개 모델에선 중개료만 매출로 잡힌다. 판매금액 중 판매자가 해당 기업 플랫폼을 사용한 대가인 입점 비용만 매출액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직매입 방식의 도소매 모델은 판매금액 전체가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상품중개 모델에 비해 매출이 월등히 많이 잡힌다. 기업이 상품을 직접 구매한 후 창고에 쌓아놓고 이를 구매자에게 되파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상품중개 모델의 중개료가 전체 판매액의 5%라면, 같은 물건이 팔렸을 때 상품중개 모델과 도소매 모델 간 매출액 차이는 20배가 되는 것이다.

직매입 비중 확대는 해당 상품의 거래액이 매출액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 물건을 매입해 쌓아놓고 배송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판매관리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신의 한 수’로 꼽히는 쿠팡맨과 로켓배송이 쿠팡 영업손실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쿠팡이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사실이다. 쿠팡 거래액은 2013년 이미 7,000억 원을 넘어섰는데 ‘당시 거래액이 모두 매출액으로 전환됐다’는 다소 과한 설정을 하더라도 2017년 매출액 2조 6,846억 원과 비교하면 매우 큰 성장을 이룬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e커머스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20%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쿠팡의 성장률은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다.

쿠팡은 현재 1억 2,000만 가지 취급 상품 중 500만 가지를 직매입 상품으로 전환했다. 전체 상품 가지 수나 직매입 상품 수 모두 다른 유통사를 압도한다. 전체 상품에서 직매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지만,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 상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더 커 90%를 상회한다.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품군 위주로 직매입 상품을 선별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을 통해 배달되는 물건들은 대부분 직매입 상품이라 보면 된다.

◆ 물류 투자 계획 눈길

쿠팡의 향후 투자는 데이터와 결제 플랫폼, 물류 부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물류 투자이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은 현재 축구장 151개 넓이에 해당하는 약 36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품은 100만 개가 넘어 웬만한 택배회사 규모와 맞먹어요. 이 물류 인프라를 2019년까지 2배 규모로 늘릴 계획입니다. 물류 인프라 확충과 신규 배송 서비스 안착에 공을 많이 들일 거예요.”

쿠팡은 인천과 경기도 덕평의 3만 평 규모 초대형 물류센터 외에도 서울, 천안, 칠곡, 여주 등 전국에 10여 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물류 인프라는 60여 개에 달한다. 쿠팡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말에 총 70만 평 이상, 전국 120여 개 물류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쿠팡의 20조~30조 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직매입 상품 비중이 현재보다 월등히 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그만큼의 상품 보관 공간과 효율적 배송 시스템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켓프레시나 새벽배송 서비스, 유료 멤버십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 안착을 위해서도 물류 부문 투자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부문과는 달리, 쿠팡은 데이터와 결제 플랫폼 투자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데이터와 결제 플랫폼 투자 관련 내용은 상세히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그쪽에도 물류에 들어가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투자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 눈에 띄는 두 가지 변화

쿠팡 관계자는 오프라인이나 해외시장 진출, 그리고 IPO 계획에 관한 질문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현재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오프라인 진출은 현재 딱히 드러나는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 IPO는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SVF투자로 3~4년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진 않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선 ‘당장은 아니지만 일단 준비는 해 놓는다’ 정도의 일부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의 가장 큰 근거는 최근 쿠팡 내 외국인 직원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인적 구성으로만 보면 이미 글로벌기업에 가깝다”며 “외국인 직원과 내국인 직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실까지 따로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쿠팡은 공식적으론 ‘국내 e커머스시장의 성장이 매우 가파르고 또 규모도 크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업만 고려한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외국인 직원 채용을 굳이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 2016년 합류한 나비드 베이세 쿠팡 수석부사장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글로벌 총괄 역을 맡았었다는 사실 역시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유료모델 도입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신규 서비스로 ‘로켓와우클럽’을 론칭했다. 로켓와우클럽은 쿠팡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의 집약체라고 이해하면 쉽다. 로켓배송 상품에 한해 가격과 상관없이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로켓와우클럽은 ‘쿠팡이 수익성 제고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강력한 할인정책 계속?

유통업계가 쿠팡의 향후 행보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쿠팡이 2014~2016년과 같은 강력한 할인·프로모션 정책을 또다시 꺼내 들 것이냐’하는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쿠팡에 대해 수차례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넘버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쿠팡이 또다시 강력한 할인·프로모션 카드를 꺼내 든다면, 업계 역시 맞대응으로 0.3% 미만의 매출총이익률 싸움을 할 수도 있다. 업계에선 과거 쿠팡이 0.1%대 매출총이익률도 불사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액에서 매입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작으면 작을수록 매입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상품을 팔았다는 뜻이다. e커머스에 특화된 업체라 하더라도 판매관리비가 무한정 작을 순 없기 때문에 1%대 이하 매출총이익률은 어느 업체를 막론하고 ‘사실상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출혈경쟁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기록적인 e커머스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기반 업체들로부터 촉발된 할인·프로모션 경쟁은 2015년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 투자 유치를 하며 정점을 찍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신세계그룹이 쓱닷컴 론칭을 배경으로 가격전쟁을 선포하며 시장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상품 차별화 경쟁이 부각되면서, 또 적정 수익성은 지켜야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록적인 출혈경쟁은 2017년 무렵 막을 내렸다. 최근에는 e커머스 채널에서도 영업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선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20억 달러 투자 유치를 하면서 최근 업계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규모 면에서 보면 쿠팡은 롯데, 신세계에 이어 국내 3위 e커머스 도소매 업체지만, 영향력이나 상징성 면에선 앞의 두 곳을 뛰어넘는 측면이 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도 최근 e커머스 투자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들 업체는 어느 정도 적정선을 지키면서 플레이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쿠팡은 그렇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말하는 ‘압도적 1등’은 사실상 다음 투자를 위한 기준점이자 목표를 제시한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거든요. 서비스가 됐든 가격이 됐든, 쿠팡은 앞으로 3~4년 동안 미친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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