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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인공지능의 4가지 물결

THE FOUR WAVES OF A.I.

  • 기사입력 2018.12.03 17:10
  • 기자명 Matt Heimer 기자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이 겁을 먹은 건지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업계 리더나 소비자 대부분은 아직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문업체 페가시스템즈 Pegasystems는 최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바 있다.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명 중 1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미 85%의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소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수치가 보여주고 있듯,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점점 더 많은 측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의 폐해와 잠재력을 보다 분명한 시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 현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전 구글 차이나 대표 카이 푸리 Kai-Fu Lee는 인공지능의 부상을 가능하게 하는 ‘4가지 단계’의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춘 기자들 또한 인공지능이 이미 업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폭넓게 취재했다. 그리고 ‘대세가 된 음성 인식 스피커’ 기사에선 인공지능이 어떻게 음성 인식을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지배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과연 알렉사 Alexa와 시리 Siri는 이 주제에 대해 사람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까지는 기다려보자. -Matt Heimer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지난 1956년 다트머스 Dartmouth에서 개최된 한 역사 콘퍼런스에서 처음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가 인공지능의 힘과 응용 분야를 실질적으로 처음 엿볼 수 있었던 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보편적 용어로 사용되는 ’인공지능‘ 분야는 인간의 인지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업무들을 처리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패턴을 인식하고, 높은 불확실성의 와중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것 등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인공지능이 곧 감정과 동정심, 창의성까지도 갖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인간 지능‘을 따라 잡겠다는 당초 목표는 아직 먼 이야기다.

10여 년 전 모든 것을 변화시킨 것이 있다면, 바로 ‘딥 러닝’ 접근방식이다. 딥 러닝은 인간의 뇌 개념에 착안해 뉴론과 연결고리로 구성한 설계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딥 러닝 네트워크는 수천 개의 층과 최대 수십 억 개의 변수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와 달리, 딥 러닝 네트워크는 라벨화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된다. 그리고 엄청난 데이터 더미에서 아주 미묘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추출하고 인식하도록 ‘학습’된다. 디지털 형태만 갖추고 있으면 모든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입력(input)할 수 있다. 이미지와 음성 조각들, 신용카드 구매내역 같은 것들이다. 데이터의 결과물(output)은 인공지능에 묻게 될 질문에 따라 의사결정이나 예측으로 이어진다: 예들 들면 “이미지 속 얼굴의 주인은? 음성 주인공이 말한 단어는? 구매 사기를 당한 건 아닌가?” 같은 질문들이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은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와 맥을 같이 했다. 대부분의 데이터 출처는 인터넷이다. 데이터는 인간의 활동, 상호작용, 성향을 포착한다. 인간의 뇌는 입력 데이터와 결과물 간의 가장 명확한 상관관계에 집중한다. 반면, 정보의 바다에서 훈련된 딥 러닝 알고리즘은 데이터의 모호한 속성 간의 연관관계를 찾아낸다. 여기서 모호한 속성이란 너무나 미묘하고 복잡해서 인간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을 가리킨다. 하지만 수십 만 개의 인공지능을 같이 실행시키면,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간의 능력도 손쉽게 뛰어넘는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제 음성인식과 얼굴인식, 체스, 바둑, 특정 암 관련 MRI 판독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 대출 승인, 신용카드 사기적발 같은 데이터를 활용한 모든 양적 분석 분야(quantitative field)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앞서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진공상태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분석을 위해선 훈련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데이터 처리를 위한 대규모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인공지능은 분명하게 정의된 단일 영역에서만 작동이 기능한다. 아직은 일반화한 지능이나 일반상식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예컨대 알파고 AlphaGo는 전 세계 바둑 챔피언들을 이길 순 있지만, 체스를 두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대출심사 훈련을 받은 알고리즘이 자산운용 기능을 수행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과 데이터 폭증을 촉매제로 삼아 ’발견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힘의 중심이 엘리트 연구소에서 실생활 응용분야로 이동해왔다. 딥 러닝과 빅데이터는 본질적으로 인공지능을 새 단계로 올려놓았다. 기업과 각국 정부들은 이 새 단계에서 현재의 인공지능 능력을 실행에 옮기고, 획기적 기술을 통해 생산성 증대 여지를 최대한 짜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거대 시장과 데이터, 집요한 기업가들을 보유한 중국이 갑자기 인공지능 강대국으로 부상한 까닭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강력해진 이유는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목격한 가장 유사한 사례는 아마 전기일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이행기는 인간이 생활 전 부문(방에 불 켜기, 요리, 기차 동력원 등)에 전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던 때와 비교할 만하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을 암 진단에서부터 기업창고 내에서 운영하는 자동화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있다.

▲웹 연동에서부터 자동화까지

현재 인공지능 응용 분야는 ’4가지 물결‘로 구분할 수 있다. 이 흐름들은 동시에 진행되지만, 출발점과 속도가 서로 다르다.

첫 단계는 ’인터넷 인공지능‘이다. 인터넷 인공지능은 웹에서 유통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또한 웹 사용자들이 인터넷 사용 때 자동적으로 데이터 라벨화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을 활용한다. 예를 들면 구매/비구매, 클릭/비클릭처럼 구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라벨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사용자의 성격과 습관, 요구사항, 희망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필을 만드는데 활용된다. 특정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고, 매출이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재료인 셈이다.

두 번째 흐름은 ’기업용 인공지능‘이다. 이 경우에는 고객 구매 건과 기기 유지보수 기록, 복잡한 사업 프로세스에 이르는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학습시킨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관리자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알고리즘은 수천 건의 은행 대출과 상환률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유형의 대출자가 채무불이행 위험을 안고 있는지, 또는 간과하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상환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유사하게 의료계 연구자들은 딥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환자 진단과 유전자 유형, 그에 따른 후속 치료, 차후 경과 등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딥 러닝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개인별 맞춤식 치료 방법까지 찾아낼 수도 있다. 기업용 인공지능은 1차원적인 원인 및 결과 논리에서 벗어나 숨어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베테랑 전문가들까지 능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세 번째 단계는 이른바 ’인지 인공지능‘이다. 눈과 귀, 그리고 다른 수 많은 감각들을 통해 인공지능이 발전한 형태다. 인지 인공지능은 감각을 통해 과거에는 포착할 수 없었던 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응용기기들을 창조한다. 센서와 스마트기기들이 가정과 도시 전반에 보급되면서, 우리는 ’수조 개의 센서로 이뤄진 경제(a trillion-sensor economy)‘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알렉사, 시리를 포함해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대신 기억해 줄 미래형 슈퍼 스마트 어시스턴트까지)도 포함된다. 물론 얼굴인식과 제조 품질검사를 포함하는 컴퓨터 비전 응용분야도 빠질 수 없다.

네 번째 단계는 가장 기념비적이면서도 어려운 분야인 ‘자동화 인공지능’이다. 앞선 세 가지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자동화 인공지능을 통하면, 기기는 온 세상을 감지 및 대응하고, 직관적으로 움직이고,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쉽게 물체를 조작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인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주변 환경을 모두 볼 수 있다. 카메라 픽셀을 통해 패턴을 인식하고(예를 들면 붉은 색 8각형), 패턴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정지 신호), 해당 정보를 활용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서행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다). 로봇 분야에서 이 같은 첨단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산업부문(자동화 조립라인과 창고)과 상업적 업무 수행(설거지, 과일수확용 로봇) 부문에 도입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론 소비자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화들

인공지능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거나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하며, 쉼 없이 일하고, 불평 또한 하지 않는다. 다양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으며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이익일까? PwC컨설팅은 ‘인공지능 기술이 2030년에는 전 세계 GDP 중 약 16조 달러를 창출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 어려움 없이 그런 선물이 인류에게 제공될리는 만무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대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정확성으로 단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대부분 사람들의 일자리는 단일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루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차세대 기술이 대체할 것이다. 사무직, 육체노동직 모두 마찬가지다. 더불어 인공지능은 보안, 프라이버시, 데이터 편향, 독점적 유지보수에 대한 질문을 받게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아직 정해진 솔루션이 없는 중요한 이슈들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이 현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가장 흔하게 제기되는 이슈이면서도 아직까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도 있다. 이는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바로 기계가 인간의 지능수준에 도달하거나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게 되어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AI는 ‘종합적 인공지능’(인류의 지능 수준)이 아니라, 단일 영역에 묶여 있는 협의의 인공지능이다. 종합적 인공지능은 추론, 개념적 학습, 일반상식, 기획, 교차영역적 사고, 창조성 같은 고차원적 능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인간조자 여전히 알 수 없는 자의식과 감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종합적 능력 수준으로 인공지능을 진화시킬 수 있는 공학적 방법은 아직 알려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종합적인 인공지능에 도달하기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일까? 현재는 이를 측정할 만한 지식도 부족하다. 수십 번의 커다란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인공지능 분야에선 진정한 의미의 획기적 돌파구를 한 번 경험하는 데 60년이 걸렸다. 현실이 그렇긴 하지만, 협소한 의미의 인공지능도 산업혁명 수준이나 그 이상의 기술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산업혁명 때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명의 거대한 영향력과 광범위한 혜택, 심각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건 우리의 책무이다. /BY KAI-FU LEE

# 이 에세이는 카이 푸리의 신간 ‘인공지능 수퍼파워: 중국, 실리콘밸리, 신세계 질서(AI Superpowers: China,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에서 발췌했다. 출판사는 호튼 미플린 하코트 Houghton Mifflin Harcourt. 저자는 시노베이션 벤처스 Sinovation Ventures의 회장 겸 CEO로, 구글차이나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번역 최명인 chm7interpr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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