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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윤철 리페이퍼 대표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윤철 리페이퍼 대표
  • 김병주 기자
  • 승인 2018.11.0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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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먼저 알아본 독보적 기술
글로벌 친환경 포장재 시장 도전한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리페이퍼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코팅용재를 개발·공급하는 벤처기업이다. 이미 유럽에선 독보적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리페이퍼를 창업한 윤철 대표는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 재료’를 찾기 위해 오늘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 리페이퍼 본사에서 만난 윤철 대표는 ‘모든 자원의 선순환’을 목표로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 리페이퍼 본사에서 만난 윤철 대표는 ‘모든 자원의 선순환’을 목표로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의 일회용 컵 사용 규제가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카페나 패스트푸드 매장 같은 주요 식음료 가게에선 내부 음용 시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규제가 시작된 후 얼마간은 적잖은 혼란이 발생했다. 각 가게가 평소보다 많은 다회용 컵을 사용하다 보니, 세척과 관리에 어려움이 뒤따랐다. 매장 내에서 마시고 남은 음료를 밖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회용 컵을 요청하는 손님들이 많아져 매장 카운터가 예전보다 더 붐비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친환경 시장의 부상

사실 현 정부의 정책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윤철 리페이퍼 대표는 말한다. “북미에선 10여 년 전부터 플라스틱 퇴출 운동이 활발히 펼쳐져 왔습니다, 실제로 몇몇 주와 도시들은 비닐, 빨대, 플라스틱 사용을 이미 금지하고 있죠. 주요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약 7~8년 전부터 플라스틱 사용 금지 조항을 만들기 시작했으니까요. 기업들 사이에서 ‘플라스틱 중에서도 재생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은 쓰지 말자’는 자발적 노력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오는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당장 내년(2019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해 재활용되지 못하는 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북미와 유럽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인프라가 없는 인도는 아예 2022년까지 ‘인도 내 일회용 플라스틱 완전 제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다른 나라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상반기 국내에 불어 닥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도 중국의 이러한 전략 때문에 발생한 결과였다. 

이 같은 상황은 리페이퍼를 포함한 주요 친환경 관련 기업들에게 큰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윤 대표는 말한다. “지난해까지의 친환경 제품 시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관심은 많지만 수요가 없는 빈 수레’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중국이 재활용 원료로 사용되는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친환경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기 시작했어요. 재활용 업체와 정부가 혼란을 겪는 사이, 일반 시민들도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는 아파트 앞 폐기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죠. 환경부에서 규제 발표가 나오자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관련 제품 제조사와 협력에 나섰습니다.”

리페이퍼는 국내 친환경 제품 기업 중 ‘특수 용재’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창업한 지 불과 4년 여 만에 국내외 많은 기업과 협업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리페이퍼] 리페이퍼 원단 제작 과정.
◆리페이퍼의 풍부한 노하우와 독보적 기술력

우선 리페이퍼라는 회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이 회사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재활용 종이컵’, ‘친환경 종이 용기’ 같은 완제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다. 리페이퍼는 재활용과 분해가 가능한 제품에 사용되는 ‘용재(用材)’를 개발·제조한다. 

리페이퍼만의 핵심 기술은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틸렌(PE) 대신 아크릴레이트 공중합체 폴리머를 사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폴리머는 수십 년 전부터 제지사에서 사용돼온 내수제(물을 튕겨내는 성질을 가진 물질)다. 물 흡수를 막는 외벽 역할을 하다가 재활용 때 폐지를 물에 푸는 과정에선 자연스럽게 녹는 특징을 갖고 있다. 

관건은 폴리머를 종이 재질 제품에 붙여내는 기술이다. 압력을 가해 폴리머와 종이 재질을 결합하는데, 물 흡수 방지와 용이한 분해라는 상반된 특징을 구현해내려면 압력의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리페이퍼는 이 부분에서 국내외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윤철 대표는 말한다. “종이는 오랜 동안 인류와 함께해온 친숙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포장, 인쇄, 위생용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온 종이는 물과 기름을 너무 쉽게 흡수해버리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리페이퍼 기술 개발의 키워드는 종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물과 기름에 강한 종이를 만들어 내는 데 있습니다. 지금도 이를 위한 내부 코팅 물질을 연구·개발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모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는 윤철 대표의 이력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과거 윤 대표는 국내 제지업계에서 꽤 유명한 연구원이었다. 리페이퍼뿐만 아니라 대다수 친환경 관련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아크릴레이트 소재를 찾아낸 이가 바로 윤 대표다.

1994년 한솔제지에 입사한 윤 대표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폴리에틸렌(PE)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아크릴레이트라는 소재를 찾아냈지만 더 발전시킬 수는 없었다. 소재의 상용화와 이를 활용한 실제 용지 출시가 불가능했다. 이유는 현실적인 장벽 때문이었다. 윤철 대표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제가 속한 팀에서 내수성을 가지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용지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품 출시까진 이어지지 않았어요. 일단 그 때는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없는데 무턱대고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비용 문제였습니다. 아크릴레이트 소재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아크릴레이트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경제성이 맞지 않아 해당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한 윤철 대표의 관심은 2000년 퇴사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MBA 과정을 밟는 중에도 연구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 재직 시절 닦아놓은 인맥이 있어 대학과 기업 연구실을 활용해 틈틈이 연구를 진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식품회사 관계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아크릴레이트 소재 가격이 기존 대비 절반 가량 떨어져 경제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부각됐다.

윤철 대표는 자신감이 생기자 2014년 리페이퍼를 창업했다. 아크릴레이트 소재의 폴리머,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식품포장지 제조기술로 친환경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유수의 제지회사들도 보유하지 못한 확고한 기술력이 있었기에 장밋빛 미래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친환경 제지의 필요성과 실제 수요는 비례하지 않았다. 당장 리페이퍼와 협력할 것처럼 보였던 몇몇 회사들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실제 협력에 난색을 표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리페이퍼와 윤철 대표였다. 윤 대표에겐 무엇보다 ‘첫 고객’ 확보가 절실했다. 리페이퍼와의 협력에 난색을 표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기존 레퍼런스의 부재’를 사업 불가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길을 찾다

그래서 윤철 대표는 인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쇄용지나 신문용지 분야는 제지 산업에서 대표적인 ‘사양 시장’으로 분류된다. 인쇄용지를 주력으로 삼았던 회사들이 대부분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윤 대표는 이런 회사들 중 주력사업을 ‘포장재’로 바꾸는 기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빠른 분해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재는 포장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재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유럽지역을 주목했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은 협력사를 구하기 비교적 쉬운 시장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장 뚫기가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동양의 낯선 스타트업이 대형 포장재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도전을 감행했다. 수많은 기업에 이메일을 보내 자사의 기술력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유럽의 한 회사가 리페이퍼의 기술력에 호기심을 보였다. 스페인 기반의 유럽 최대 특수지 전문 기업 ‘렉타(Lecta)’였다. 

[사진=차병선 기자] 윤철 대표는 “제지의 틀에서 벗어나 수많은 포장재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이후 시제품을 보내고 자체 검수와 상품성 조사 같은 작업을 하는데 거의 1년이란 세월을 투자했다. 그 결과 리페이퍼는 2017년 렉타에 5년간 친환경 코팅소재 1억 톤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350억 원 규모였던 당시 계약은 리페이퍼라는 회사를 국내외 친환경 소재시장에 각인시키는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윤 대표는 말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는 스페인 기업의 메일을 받았을 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하지만 기술력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쫄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1년 간 치밀하게 준비해 결국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죠. 렉타와의 계약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기업들로부터 저희와 협력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리페이퍼는 렉타 외에도 무림제지(한국), 다트 컨테이너(미국), 카르바할(콜롬비아) 등 다수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을 통해 시장에 출시되는 냉·온 음료, 냉동식품 등의 포장재에는 모두 리페이퍼의 코팅 기술이 녹아있다. 창업 4년 여 만에 글로벌 포장재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현재 리페이퍼 같은 친환경 용재 개발기업들은 대부분 ‘종이’에 포커스를 맞춘 코팅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지금이 바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할 적기라고 말하고 있다. ‘제지’의 틀에서 벗어나 포장재를 구성하는 수많은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말한다. “예컨대 시중에 유통되는 과자 봉지는 대부분 알류미늄이 증착된 밀폐용지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과자 봉지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알루미늄은 기체 차단성이 우수해 식품보존성은 좋지만, 재활용성은 플라스틱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PE코팅 종이 용기뿐만 아니라 알루미늄이 포함된 포장제, 종이팩, 나아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죠. 저희 리페이퍼는 앞으로도 전세계적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일회용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리페이퍼는 이 같은 ‘넥스트 스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미 시작했다. 윤 대표는 “리페이퍼의 단기적 목표는 알루미늄의 기체 차단성을 대체하는 물질과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건이 된다면 최근 친환경 나노 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나노 셀룰로오스(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나노 수준으로 분해한 고분자 물질)’를 활용한 차단 물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철 대표는 말한다. “리페이퍼는 재활용 기술을 통해 원료가 재활용되는 이른바 ‘자원의 선순환’을 추구합니다. 리페이퍼는 모든 제품은 재활용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모든 제품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모든 면에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저희 리페이퍼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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