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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경쟁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 기사입력 2018.10.01 10:09
  • 최종수정 2018.10.01 10:16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10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리더를 평가할 때 우스갯소리로 고수, 선수, 하수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리더마다 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수는 선수 혹은 하수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양한 잣대로 이들을 구분할 수 있겠지만, 본 칼럼에선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협업과 관련해 리더를 고수와 선수 그리고 하수로 구분해보고자 한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다소 성급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하수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선수는 자기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만 협력을 허락하는 똑똑한 깍쟁이고, 고수는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익을 위해 경쟁적 협력을 이끄는 사람이다. 하수는 소탐대실의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선수는 일회성 성과에 만족해야 하지만 고수는 지속성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진화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이론은 진화한다. 리더십 이론 역시 진화한다. 세상이 변하고 추종자도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직의 위계적 질서가 우선이고 개인의 가치는 복종과 추종뿐이었다. 경험 많고 권한이 큰 리더가 의사결정도 잘하고 조직의 성과도 잘 냈기 때문이다. 고급 정보와 지식은 권력이었고 그 권력은 조직의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에 통용되던 지식의 생명주기가 30년에서 5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축적된 지식의 효용성이 짧아졌고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따라서 리더의 축적된 지식과 정보는 더 이상 권력도 아니고 리더의 상징도 아니다. 이제는 조직 구성원들의 건강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가 조직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즉 경쟁만을 추구하던 시절에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쟁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로 변했고, 이러한 경쟁적 협력을 이끄는 리더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경쟁적 협력이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새로운 합성어다. 이미 해외에선 그 효과가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그렇다면 경쟁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경쟁적 협력을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리더는 우선 ‘앞’이 아니라 ‘옆’에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도록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쟁을 보장해야 협력의 동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은 또 한 번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추종자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리더십의 진화는 이처럼 늘 유연하다. 조직이 존재하는 한 리더는 존재하고 리더가 존재하는 한 리더십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리더십의 출발은 낯설고 어색한 법이다. 따라서 리더가 경쟁적 협력을 창출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화를 따르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점에서 리더의 역할 또한 진화에 편승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쟁적 협력을 창출하기 위한 리더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첫째, ‘명확한 목표수립과 공정한 경쟁보장’이다. 모든 갈등은 공정성 시비에서 초래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조직은 많은 사람이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한다. 각자가 역할을 수행하고 이러한 역할의 총합으로 조직의 성과가 달성된다. 그래서 사건도 많고 사연도 많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공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목표가 모호하거나 불명확할 때 혹은 조직의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되면 협력은 머나먼 일이 되고 만다. 억울한 직원이 다른 직원의 일을 돕거나 협력할 마음의 여유를 갖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협력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신이 들어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수고스러움이다. 따라서 리더는 직원 개인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주고 이를 확인시켜 혼란을 최소화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제거해줌으로써 건강한 경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일을 치열하게 수행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용기와 동기가 생긴다. 리더가 경쟁을 보장해주면 리더는 신뢰를 얻고 직원도 리더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기꺼이 협력에 동참해 줄 것이다.

둘째, ‘기버(Giver) 문화 구축’이다. 미국 정보과학위원회의 팀 수행능력 평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기버 문화를 가진 팀이 그렇지 못한 팀보다 30% 이상 더 높은 성과를 산출했다. 또 기버 문화를 가진 팀은 구성원 간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강하고 별도의 보상체계가 없어도 서로를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서로에 대한 자부심 역시 탁월했다. 기버 문화는 어쩌면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의 집단적 정서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 와튼 스쿨 애덤 글랜트 교수는 자신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 에서 주는 자는 존경 받는 반면 남의 것을 받기만 하는 자는 공격을 받는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경쟁적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선 조직에서 기버가 존경받는 문화와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에선 1년에 한 번씩 자신과 협력했던 직원들의 이름을 제출하고 그들 중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기버를 선정하도록 해 우수한 기버로 선정된 사람이 존경과 보상을 받고 있다. 이는 기버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기 위한 조직의 배려이자 자연스럽게 기버 문화를 구축하는 조직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협력할 일과 경쟁할 일의 분리’이다. 모든 일을 협력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떤 일은 협력이 강요되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전체의 성과달성을 위한 개인 간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설정하고, 개별적인 경쟁을 해야 효과적인 일과 협력을 해야 효과적인 일을 구분해 그 영역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명약도 처방이 잘못됐다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리더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측을 통해 경쟁과 협력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쟁적 협력의 성과 공유’이다. 누구나 이익이 있어야 움직인다. 경쟁적 협력을 진정한 가치로 받아들이려면 뭔가 이익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만도 못한 협력이라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협력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더 큰 이익이 기다리고 있음을 인지해야 경쟁을 하면서도 기꺼이 협력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경쟁적 협력의 가치를 실제 가치로 예측하고 산출 후에는 그 성과의 결과와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경쟁적 협력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여 경쟁적 협력의 행위가 반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쟁적 협력의 효과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고, 그 결과 또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리더와 직원 모두가 평소에는 각자가 건 강한 경쟁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키우고,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조직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기꺼이 협력하는 지혜로움이 강력히 요구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참 좋은 말이다. 경쟁적 협력은 이름은 아름답지만 실행은 결코 아름답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리더가 고수는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튼 경쟁적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리더가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사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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