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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인사팀은 결코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없다

  • 기사입력 2018.05.10 10:15
  • 최종수정 2018.09.21 13:00
  • 기자명 Claire Zillman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 인사 담당자는 쾌활하고 괜찮은 사람 같다. 어쩌면 실제 성격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요즘, 인사팀의 주된 존재 이유는 당신이 아닌 경영진인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By Erika FryClaire Zillman 



마이크로소프트는 요즘 여성 사원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 성차별을 당했다는 여직원들이 평소 덕망이 높은 IT 거물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측-8,630명의 여성 엔지니어들과 IT 전문가들-은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518건의 승진과 1억~2억 3,800만 달러 가량의 급여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짜 문제는 인사팀에 있을 지도 모른다. 소장에 나타난 원고측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기업의 인사팀은 무관심한 제3자처럼 일관되게 사건을 처리했다. 원고측에 따르면, 해당 인사팀은 직원들의 심각한 문제 제기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사팀이 관여한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소송 중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원고들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급여가 높지 않았던 이유가 성별과는 관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대변인은 포춘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문제 제기를 장려하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 팀을 두고 제기된 문제들을 철저하고 중립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후에는 증거를 바탕으로 공정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소장을 살펴보면, 여직원들은 인사팀의 지원이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 보안전략 담당 캐서린 무슈리 Katherine Moussouris는 인사팀에 적어도 세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에 근무한 지 1년 정도 지난 2008년, 그녀는 관리자가 그룹 내 여직원들을 성희롱한다고 보고했다. 그녀의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의 관리자는 단지 타 부서로 이동을 했고 이후에는 승진까지 했다. 무슈리는 또한 그 상사가 부서 이동 전 자신의 수당을 일부 삭감한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인사팀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녀는 2014년 다시 인사팀에게 자신이 핵심 연구원임에도 반복적으로 승진에서 누락돼 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전 남성 동료가 상사가 된 후 자신의 권한을 뺏고, 남자 직원이라면 주지 않았을 수준의 낮은 업무를 맡겼다고 주장했다. 인사팀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사직 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엔 엔지니어 하이디 보에 Heidi Boeh 사례를 보자. 그녀는 2010년 상사가 자신에게 승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녀에겐 자녀가 한 명 있었는데, 상사는 자신이 한 명을 더 낳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상사와의 대화를 인사팀에 보고했으나, 시의적절한 대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사건은 그녀가 인사팀과 겪은 첫 번째 불화가 아니었다. 2002년에도 남성 동료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 때도 인사팀이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오히려 그녀는 인사팀이 ‘그 상황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더욱 키웠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녀는 2017년 인사팀에 자신이 고용한 두 명의 신입사원이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적 보수를 제시 받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 역시 묵살됐다. 

소송에서 잇따라 성차별을 호소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결국 자신들의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사팀이 당연히 자신들의 편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내 직장에서 매년 수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신뢰·소속감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캠페인도 이 같은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오래 근무한 베테랑들도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인사팀이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고용 전문 변호사 케빈 민처 KevinMintzer는 “인사팀은 결코 믿을 만한 절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명백하다. 선의의 인사담당자들이라 해도 그들은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결국 이들의 연봉은 회사 경영진이 결정한다. 따라서 인사 부서의 최우선 순위는 회사를 위해 일하고,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문제의 ’자원들‘은 일반 직원들이 아니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인사팀이 당신의 친구가 아니라는 건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상사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부당한 기업 문화를 고발하는-미투 #Me Too 운동이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냉엄한 현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원칙이나 근로자 복지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버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 Susan Fowler는 (근무 첫 날) 상사에게 성관계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인사팀은 그 상사가 ‘유능’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덮어버렸다. 폭스 사의 로저 에일스 Roger Ailes와 빌 오라일리 Bill O‘Reilly는 합의서의 비밀보장 조항들과 수백만 달러의 보상을 앞세워 제기된 혐의들을 여러 차례 은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 사건들은 널리 알려진 성희롱 케이스다: 매년 미국의 평등고용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EEOC)에는 하비 웨인스타인 Harvey Weinstein/*역주: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사건과 유사한 약 8만 6,000건의 성차별 및 보복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모든 가해자와 여성에게 적대적인 직장 뒤에는 상황에 암묵적으로 공조하는 인사 부서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인사 부서는 모든 책임 회피 전략(판에 박은 듯한 성차별 금지 교육, 형식적인 조사 절차, 입막음 중재, 비공개 합의)을 집행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인사 부서는 한층 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직장 내 부적절한 행동을 감시하는 것도 어려운 임무지만, 지난 몇 년 간 인사에서 가장 큰 우선순위가 된 목표, 바로 인재 채용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용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호황 상태다. 고용주들은 종잡기 어려운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 부서들의 우선 순위도 부드럽고 다정한 구애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인사 부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 블룸버그 BNA의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 100명 당 인사전문가 수는 1.4명이었다. 100 대 1이었던 10년 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또한 기업들은 급여 외에도 여러 특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만 봐도,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인재 영입을 위해 열렬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애견 친화적 사무실과 유연 근무제, 무료 간식과 사내 생활 코치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기업들이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잠재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기업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열렬한 환대와 환영 속에선, 성과 평가와 감시 업무를 동일 부서가 맡고 있다는 점을 잊기 십상이다. 

인사 실무자들은 자신들이 기업과 직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런 노력이 상호 배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일부 인사 부서들, 특히 IT 기업에서 새로운 호칭을 선택하고 있다. 고리타분한 ‘인사’ 팀이라는 이름 대신 좀 더 친근하고 우호적인 ‘사람 경영(People Operationsㆍ구글 및 사우스웨스트 항공)’,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ㆍ에어비앤비)’, ‘직원 성공(Employee Successㆍ세일즈포스)’ 등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 부서가 직원의 경험 관리에 미흡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를 고려할 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실망스러운 경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단계는 동료 인사 담당자들의 어려움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인사 부서의 기원은 19세기 2차 산업 혁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업들은 직원들을 조립 라인이나 공장으로 배치하기 위해 인사 부서를 두었다. 그러나 고용 변호사 민처는 “오늘날의 인사 시스템은 대부분 고용주의 책임에 제한을 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직장 관련 법과 규제-평등임금법, 1964년 민권법 제7조(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임신차별금지법-때문이다. 

오늘날 인사 부서는 온갖 종류의 기업 책임을 관장한다. 행정적 업무(급여, 수당), 신입 사원 모집(채용, 교육), 규칙 준수 감독(직원 관계, 징계) 등이다. 지난 1998년 대법원은 ’법적 구제를 구하기 전에 인사 부서에 문제를 접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버지니아 주 법원 판사는 한 여성 원고가 BAE시스템즈를 상대로 제기한 성차별, 성희롱 및 보복조치 등의 제소에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 중 일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던 BAE의 문제 신고 절차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당시 진술서에서 BAE는 판사의 결정을 칭찬했고, 원고의 주장은 ’실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기업 브랜드 컨설팅 업체 엑사퀘오 Exaqueo의 수전 라모트 Susan LaMotte는 미투 운동을 통해 집중 조명된 적나라한 실상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인사 실무자들은 최근 대서특필된 사건과 유사한 문제들을 오랫동안 다뤄왔다”며 “20년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더딘 변화는 기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 출신으로 현재 기업 브랜드 및 검색 컨설팅업체 앰플리파이 Amplify를 운영하는 라르스 슈밋 Lars Schmidt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현장은-전략적인 사업 연계, 자동화, 데이터 기반이라는 측면에서-상당히 많이 진화했지만, 인사 관행 및 고충 해결 접근법에 있어선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 부서에 대한 투자 역시 그대로다. 데이비드 샌퍼드 David Sanford가 회장을 맡고 있는 법률 사무소 샌퍼드 하이슬러 샤프 Sanford Heisler Sharp는 지난 201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고용 성차별 소송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노바티스 제약을 상대로 한 이 집단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원고에게 2억 5,300만 달러 배상액을 산정했고, 재심에서 그 금액이 1억 7,5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샌퍼드 회장은 “이 소송을 통해,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한 노바티스에 조사관이 세 명 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이 기업의 인사 부서에도 성차별 관련 제소를 추적할 만한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이 없었다. 분쟁 후 합의에 따라, 노바티스는 추후 이 부분을 개선했다). 

기업 내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인프라는 개선되지 않는 반면, 과거에 직원들의 버팀목이었던 경제적 지원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근로자의 노조 가입비율은 11.9%로, 1983년의 23.3%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한편 점점 더 많은 기업들-노조가 없는 민간 기업의 54%로, 이 비율이 1992년에는 2%에 불과했다-이 직원들에게 의무 중재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이 공공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이다(일반적으로 중재가 소송보다 신속하고 비용이 덜 들지만, 이 계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직원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요인들은 그 동안의 사회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 내 성차별 및 보복성 조치와 관련된 문제들이 20년 간 꾸준히 EEOC에 제기되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2015년 EEOC는 해당 문제를 근절한 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이 기관은 특별 보고서에서 ‘대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이 보고되지 않는 이유가 직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법률 자문 회사 리걸줌 LegalZoom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기업이 직장 내 문제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직원들이 2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시스템도 나름 문제를 갖고 있다. 작년 회계연도에 EEOC는 총 9만 9,109 건의 클레임을 해결했다. 그 중 3만 1,411건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EEOC는 관련 클레임 중 3.1%에 불과한 970건에서만 기업이 취한 조치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EEOC의 현장 프로그램 책임자 니컬러스 인제오 Nicholas Inzeo는 “접수된 사건들을 초기에 한 번 거른 후, 그 중 절반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결론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기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 앞에 놓인 벽이 “너무나 높다”고 지적했다. 

인제오는 “직장 내 성적인 대화와 관련된 사건들도 많지만, 법원이 이를 ’심각하고 침해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많은 인사 실무자들이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는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하는 건 꺼려했다. 고용 변호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인사 부서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라모트에 따르면, 업무 특성 상 인사 부서에는 억울해할 제약들도 있다. 바로 투명성 문제다: 인사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라모트는 “이 때문에 기업들은 스스로 약속한 바를 실제 이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을 괴롭히거나 나이 등의 문제로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의 클레임 조사 과정이나 징계 조치에 대해선 알기가 어렵다(라모트는 “고발자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결과에 따라 정보 제공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 직원들에게서 나타난다고 지적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인사 부서에 잦은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취해질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책임자를 내보내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인 경우도 있겠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인사 부서가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문제는 특히 더 까다롭다. 법적인 정의와 관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와튼 스쿨 HR 센터장 피터 카펠리 Peter Cappelli는 “일반인들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법적인 정의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YouGov가 작년 11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미국인 중 17%는 남성이 여성에게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는 것을 성희롱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과거 판례들은 부하 직원의 진급 혹은 해고를 하지 않는 것을 대가로 상사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 혹은 성적인 행동이 지나쳐 적대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를 성희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성희롱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은 피해자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다음은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the Society for Human Resources Management)의 CEO 조니 테일러의 말이다. “이런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예컨대 한 여직원이 나를 찾아와 ’한 임원이 두 차례에 걸쳐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다. 거절했지만 그 임원에게 또 한 번 같은 요구를 받자 성희롱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만약 인사부서가 직원에게 그런 행위가 법적인 관점에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알린다면, 그 직원은 인사 부서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테일러는 “인사 부서는 정확히 맡은 업무를 수행했지만, 성희롱에 대한 보통 사람의 인식과 법률상의 정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내 권력과 관계가 있다. 점점 더 많은 인사 부서 책임자들(혹은 ‘최고인사책임자들’)이 CEO에 직접 업무를 보고하고 있지만블룸버그 BNA에 따르면 절반 가량이 그렇다-이들은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만큼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직원들의 고발을 조사하는 인사담당자들은 훨씬 더 영향력이 적다. 라모트는 “고위 임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인사 부서의 우려를 무시하면, 대부분 인사 담당자는 그 상황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에서 30년간 활동한 기업 및 고용 변호사 에릭 넬슨 Eric Nelson은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인사 부서는 비용을 쓰는 곳이지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는 아니다. 인사 담당자의 영향력이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 넬슨은 “인사 담당자들은 자신의 부서가 핵심부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너무 많이 관여하면 욕만 먹을 뿐이다. 실제 회사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가 현 상황을 책임지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경영진이 수익을 강조하면서 종종 다른 문제들을 간과한다는 데 동의한다. 슬라럼 Slalom의 인사 전문가 존 허드슨은 투명성을 중시한다. 그는 “역량이 뛰어난 직원의 경우, 사람들이 문제를 눈감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불신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슬라럼은 기업 컨설팅 업체로 과거 오프라 윈프리의 하포 Harpo 스튜디오 컨설팅을 맡은 바 있다. 

허드슨과 라모트는 인사 전문가들이 전부 다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불신이 생긴다는 점을 인정한다. 더욱이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인사 부서라면, 적대적 근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건설업계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 에드위나 프레스콧 Edwina Prescott은 고급 부동산 개발을 맡은 한 회사에서 문서 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당시 그녀는 “당신이 금발이고 가슴이 좀 더 컸다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텐데”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듣곤 했다. 프레스콧은 혼혈이고 현재 50대다. 대부분의 남성 동료들이 하는 비하 발언-그리고 다른 여성직원들에 대한 그들의 행동-등 적대적인 근무환경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자, 그녀는 그 상황을 인사팀에 보고했다. 그녀에 따르면, 인사팀은 지지를 표하면서 상사에게 건의해 볼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그녀의 상사는 문제의 행동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동조자였다. 그는 “원래 다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일축했으며, 되레 그녀에게 자신의 비서가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프레스콧은 이를 거절했고, 그 후로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회사와의 계약은 종료됐다. 그녀는 회사를 떠나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사 담당자들 중에는 직원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스탠퍼드가 맡은 노바티스 사건에서, 그 기업의 인사 부서가―시트콤 더 오피스 The Office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오스카‘ 이벤트를 매년 주최했다는 사실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영화 시상식을 본 딴 이 행사에서 인사팀원들은 술과 소품을 구입한 후, 한 해 동안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서 이슈를 연출했다. 전 인사부서 임원이 증언에서 시인했듯, 그 중에는 지역 매니저가 두 명의 직속 부하 직원에게 셋이 함께 성관계를 갖자고 한 제안도 있었다. 이 오스카 행사 자체가 인사팀 내 타 부서원들에게 심리적 모욕감을 준 셈이다. 

어떤 기업이든 이 같은 잘못된 행동은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인사 부서가 먼저 솔선수범해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면,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인적자원관리협회의 테일러는 “바로 그 점이 인사 부서가 발전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 내 규율을 단순히 확인하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인사 부서는 자체 기준을 갖고 근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며, 직원들과 경영진이 그 기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회사는 고충을 겪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다. 성추행 문제 제기 때 필수절차였던 의무 중재 합의를 없앤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같은 합의를 일괄 금지하는 연방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반가운 행보는, 이 회사가 2020년까지 기업 다양성 프로그램에 매년 5,54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직원 친화적인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인사 부서가 당신의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인사 부서를 개혁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
미투 운동에서 여실히 볼 수 있듯, 요즘 인사 부서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기업들은 인사관리에서 수십 년 간 지속돼온 오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인사 실무자에서 컨설턴트로 변신한 라르스 슈밋은 “기업들이 연례 인사고과 평가 이벤트에 집중하기 보단 ’조직의 건강‘ 상태를 좀 더 자주 체크해 문제 요소들을 조기에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들은 경영진과 월별 혹은 분기별로 미팅을 할 수 있다. 혹은 인사 부서가 정기 온라인 설문조사를 활용해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설문에는 ’좋아요‘ ’싫어요‘ ’지난 한 주는 어땠나요?‘ 같은 간단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제 3자 개입을 통한 객관성 확보: 기업들은 직장 내 문제를 좀 더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외부 기관(주로 법률 사무소)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는 지난해 코빙턴 앤드 벌링 Covington & Burling을 고용했다. 파트너 낸시 케스텐바움 Nancy Kestenbaum은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기업 고객들이 사무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혐의를 조사하려는 기업들과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해 적합한 정책과 문화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선제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 앱의 활용: 인사 문제가 불거지면, 스타트업들은 기술적 솔루션을 찾는다. 시드 머니로 150만 달러를 조달한 브레이블리 Bravely는 기업 외부 인사전문가들과 직원들을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인사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무료 온라인 도구 스폿 Spot도 있다. 사용자들은 추후 신고할 경우를 대비해, 직장 내 성희롱 사례를 A.I. 프로그램에 기록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투영된 인사 부서의 모습 


-딜버트 DILBERT: 캣버트는 장기 연재 오피스 풍자만화에 등장하는 ’악명 높은 인사 부장‘이다. 

-드루 케리 쇼 THE DREW CAREY SHOW: 시트콤(1995~2004년) 속의 ’평범한‘ 스타가 미래가 없는 인사 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오피스 스페이스 OFFICE SPACE: 마니아 층을 거느렸던 영화다. 두 명의 밥 Bob이 나와 인원 감축을 진행하고, 밀턴 Milton이 창고로 쫓겨난다. 

-더 오피스 THE OFFICE: 인기리에 방영된 시트콤 더 오피스 The Office(2005~2013년)에서 관리자 마이클 스콧 Michael Scott은 온순한 성격의 인사 담당자 토비 플랜더슨 Toby Flenderson을 대놓고 경멸한다. 

-업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년 상영된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 GeorgeClooney와 애나 켄드릭 Anna Kendrick은 인사 부서의 궂은 일을 수행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해고하는 업무였다.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OFFICE CHRISTMAS PARTY: 2016년 이 영화에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스타 케이트 매키넌 Kate McKinnon이 연기한 인사 부서장 메리는 ”당신이 왜 병가를 냈는지 알아“라고 쏘아 붙이며, 권력을 가차없이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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