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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어쩌다 스승이 된 '린 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 기사입력 2018.05.02 10:09
  • 최종수정 2018.09.21 12:42
  • 기자명 Adam Lashinsky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에릭 리스 Eric Ries의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론은 컨설팅과 출판 제국 건설의 밑거름이 됐다. 영감을 받은 수 많은 경영자들이 그의 신봉자가 됐다. 사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리스에게도 썩 나쁜 일은 아니다. By Adam Lashinsky



샌프란시스코의 미드 마켓 Mid-Market 근처에 자리잡은 워필드 극장은 전설적인 록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수년 간 밥 딜런 Bob Dylon, 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Dead, 건스 앤로스Guns N’Ross 같은 로커들이 이 곳에서 공연을 한 바 있다. 맥주 얼룩이 있는 복도를 지나면, 휑한 공연장 안에 올이 다 드러난 의자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곳에 앉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연사가 창업가 정신을 전도하는 것을 듣는 일은 썩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강연자들은 다양한 분야 출신이지만, 하나같이 유행어로 가득한 같은 내용을 읊조린다. 소매업체 노드 스트롬 Nordstrom의 사용자 경험 총괄 부사장 조티 슈클라 Jyoti Shukla는 ’소비자 제일주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불편함의 수용‘ 등을 강조한다. 컨설팅 회사 스트래티저 Strategyzer의 알렉스 오스터발더 Alex Osterwalder는 ’혁신의 전력 질주‘를 강연하고, ’21세기 조직도‘를 갖출 것을 청중들에게 촉구한다. 연방정부의 외곽 조직들조차 유행어를 꿰고 있다. 미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Development)의 전 최고혁신책임자 앤 메이 창 Ann Mei Chang은 비영리기관들에게 ’허울뿐인 지표‘로 성공을 가늠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너무 빠른 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 강연들이 펼쳐지는 무대는 매해 11월 열리는 린 스타트업 콘퍼런스Lean StartupConference다. 강연자들에겐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의 사도들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리스가 주창한 운동을 이끈 중요한 전도서나 다름 없다. 콘퍼런스는 저자의 신봉자들이 모인 집회인 셈이다. 이들이 반복하는 교리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기업이 시장을 시험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은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MVP)‘이란 점이다. 실패에 직면해 새 접근방식이 필요할 때, 기업이 실행하는 ’피봇 Pivot /*역주: 창업가들이 초창기 세웠던 목표를 바꾸거나, 사업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모든 것들은 리스의 2011년 저서에 등장한다. 이 책의 영문판은 100만 권 이상 팔렸고, 30개 언어로 출간됐다. 

리스가 신생기업의 세계에 남긴 족적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모든 창업가들은 자신만의 어휘와 함께 독자적인 방법론을 적용해 왔다. 여기에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가설을 시험하고, 혁신의 성공 정도를 매출과 시장점유율 대신 적절한 회계 데이터로 측정하는 방법 등도 포함되어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롭 시겔 Rob Siegel은 “지난 10년 간 리스만큼 창업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39세인 ’스승‘ 리스 역시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불빛이 침침한 극장 안 초록색 방에서, 여러 이야기들로 청중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감사를 표하는 국가 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팀과도 밀담을 나눴다. 이 연방기관은 원자력 코드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리스의 방안들을 채택해왔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치 않은 저스틴 
리스는 신생기업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컨설턴트가 됐다. 이는 그가 과거에 절대 생각해본 적 없는 진로였다. 사진=US 포춘 
로즌스타인 Justin Rosenstein과도 포옹을 했다. 그는 현재 소프트웨어 신생기업 아사나 Asana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의는 리스에게 영리 창출 목적이라기보단 ’봉사활동‘에 가깝다. 듬성듬성 자란 턱 수염이 유사시에는 배우 세스 로건 Seth Rogen의 대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닮아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리스의 1인 경영 컨설팅, 출판, 강연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스가 조언을 제공한 기업은 수 백곳에 이른다. 이들 신생기업은 그의 열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는 ‘린 스타트업’ 출간 후 초반 몇 년 간, 용어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제대로만 양성한다면, 아주 경직된 기업 내에서도 숨어있는 혁신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리스의 두 번째 저서 ‘스타트업 웨이 Stratup Way’는 작년 10월 출간됐다. 이 책은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 같은 대기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E는 리스를 코치로 영입해 그의 조언을 광범위하게 적용한 초기 기업 중 한 곳이었다. 

리스는 대기업들만 찾은 게 아니었다. 대기업들은 어떤 부분에선 혁신적이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관료주의적이고, 절차 중심의 위험 회피형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이 대기업들이 리스에게 손을 내밀자, 그는 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이중생활‘을 했다. 우선 기업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벤처 DNA를 간직할 방법을 모색하는 성공적인 창업가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이미 잃어버린 DNA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기업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가설을 테스트하고 질문하라’는 조언을 스스로 따르면서, 리스는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의 기업 혁신 공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생각은 아주 직관적이거나, 어떤 면에선 조금 뻔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스는 다른 능숙한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강의와 대화, 컨설팅 세션에서 매우 설득력 있고 시급한 충고들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신생기업을 설립 중이다. 월가의 단기주의 병폐를 퇴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새 증권 거래소를 만들려는 과감한 한 수를 두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신생기업의 설립자들에겐 분명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리스는 그가 설파하는 바를 실행에 옮기는 보기 드문 스승이다. 따라서 각 분야 리더들에겐 그의 교훈이 더 가치 있게 와 닿을 수 있다. 

린 스타트업 콘퍼런스가 종료되고 며칠 후, 리스는 한 아파트에 머물러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샌프란시스코 인근 자택에서 가까운 곳으로, 글을 쓰기 위해 마련한 장소다. 벽과 소파 모두가 흰색이다. 심플한 구조의 은신처로, 명상에 제격인 장소다. 리스는 고요한 환경이 필요하다. 작년 가을, 그는 신간 홍보 차 뉴욕과 필라델피아, 보스턴, 다시 뉴욕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 다음 주에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과의 워크숍이 신시내티에 잡혀 있었고, 그 행사 후에는 런던으로 출장을 떠날 계획이었다. 

리스는 당초 이렇게까지 ’귀하신 몸‘이 될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린 스타트업이 출간된 후, 그는 강의와 컨설팅, 코칭까지 온갖 섭외 요청에 파묻혀 살았다. 과거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삶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듣기 위해 돈을 낸다는 사실,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리스는 실리콘밸리 저명한 기업 전문가로선 꽤 놀라운 시인을 했다. 그는 “내 평판에 좋은 일은 아닐지 모른다”며 작가라는 객체로서 자신의 발언이 미칠 영향에 대해 예상을 했다. “그러나 나는 사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최소한 나와 대화하려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 사업을 좋아하진 않는다. 솔직히 좀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 과거 GE 회장 제프리 이멀트 Jeffrey Immelt는 리스에게 거대기업 GE을 운영한다면 어떻게 할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그 때 “죽을 것이다. 10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답했다. 

리스에게 익숙한 일은 코드와 신생기업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출신인 그는 물리학자이자 교수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2명의 여동생은 각각 정신과 의사와 연방 검사로 일하고 있다. 스탠퍼드 MBA 출신인 아내 타라 모 Tara Mohr는 인생상담 코치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우리 가족 중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다. 추수감사절에 모이면, 석사이상 학위가 없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일 대학교에서 철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지만, 창업을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창업이 완전히 실패하자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쳤다. 그 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했지만, 또 다시 실패했다. 

리스는 자신의 그 다음 신생기업 INVU에서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밑바탕이 된 가설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INVU는 몇 번의 ‘피봇’을 거쳐 현재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가상 아바타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빠른 제품 변경과 사람들이 ‘기민한’ 개발이라 부르는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리스와 공동창립자 윌 하비 Will Harvey에겐 스승이 한 명 있다. 바로 UC 버클리의 스티브 블랭크 Steve Blank 교수다. 그는 혁신을 다룬 ‘깨달음에 이르는 4단계(The Four Steps to the Epiphany)’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하비는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샌프란시스코 장거리 전철 BART를 타고 버클리에 가서 그의 강의를 청강하곤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리스는 창업가들 사이에서 대단한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신생기업들 중 한 곳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건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여전히 비상장기업인 INVU의 현재 매출은 6,000만 달러 정도다.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보면 성장도 다소 더딘 편이다. 리스는 2008년 기업을 떠나 벤처회사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에 잠시 머물렀다. 이후 기업 창업 및 확장에 대한 견해를 포스팅하며, 인기 높은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전념했다. 블로그를 계기로 책을 쓰게 됐고, 그 결과 강연 및 컨설팅도 하게 됐다. 곧 이어 대기업들이 러브 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리스는 스타트업 웨이 책 초반부에서, ’한물간 기업‘과 ’현대적 기업‘의 특징을 비교하고 있다. ’한 물 간 기업‘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고용된 업체가 ’현대적 기업‘처럼 변모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그 차이는 끔찍하다. 리스는 ’한물 간 기업‘은 분기별 실적에 집중하고, 각 기능별로 분리된 부서에 전문가를 투입하고, 경영자들의 성과가 그럴듯하게 보이는 지표들을 추종한다고 분석했다. 항상 해오던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 중간급 관리자들은 엄청난 권력을 쥐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적 기업‘은 장기적 목표를 지향하고, 프로젝트 중심의 팀을 활용하고, 빠른 실험을 하고, 기업 운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측정한다. 무엇보다 ’현대적 기업‘은 창업가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변화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리스의 비판은 대부분의 기업 세계에 대한 고발장과 마찬가지다. 당초 그는 대기업 코칭 전문가가 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자신의 철학에서 모순을 발견했다. 리스는 창업기업을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하는 인간적 제도’로 정의한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한 강연에서 “내가 말하는 정의는 기업의 규모, 발전 단계, 역사, 분야, 산업과 관계가 없다.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와 상관없이, 내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창업가라 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포춘 500대 기업들이 그의 강연에 참여(리스의 주장을 입증해보라는 요청)하는 일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그의 지적 호기심은 더 커져갔고, 결국 그들과 협업하는 도전도 받아들이게 됐다. 

리스는 대기업들이 규모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혁신에 전념할 소그룹들을 형성,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리스의 신봉자들이 따르는 ‘21세기형 조직도’의 핵심이다. 일단 구성이 되면, 이 소규모 팀들은 자신이 속한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제품 출시 틀에서 벗어나 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프록터 앤드 갬블은 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소비재 대기업은 인상적인 혁신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브랜드를 20개나 보유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미셸 그린은 리스와 한 팀을 이뤄 혁신을 저해하는 단기적 투자전략과 맞서 싸우고 있다. 사진=US 포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성장이 멈췄다. 이 기업은 2016년에 리스를 고용해 고위 임원들에게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더 빠르고 간소하게 제품 테스트를 진행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P&G의 연구개발혁신 책임자 캐시 피시 Kathy Fish는 “우리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혁신업무를 하는 인원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3명 정도로 구성된 소규모 전담 팀들만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그 결과 얻게 된 예기치 못한 덤은? 바로 회의가 줄었다는 점이다).

P&G의 린 스타트업 실험이 성과를 거두기까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고방식에 벌써 놀라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 회사는 간소화한 올웨이즈 Always와 탬팩스 Tampax 생리대 신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200곳의 타깃 Target 매장에서 초기 제품을 선보이며 ’교차 학습 실험(transactionallearning experiment)‘을 진행했다. P&G는 신제품이 밀레니얼 세대들에 인기가 있기를 기대했다. 실험은 제한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통상 3년이 걸리던 출시 과정이 1년 만에 완료됐다. 이번 실험을 통해 고객들이 제품에 웃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피시는 “이전에는 회사가 사고방식 조사와 대규모 시장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요즘에는 ’확실치 않던(leap-of-faith)‘ 추론들을 초기에 명확히 세운다”고 설명했다. 가령 과거에는 생리대 패드의 3가지 사이즈 중 1가지 만으로 엉성하게 소비자 대상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전체 실험을 대체하곤 했다. 그러나 이후엔 나머지 2개 사이즈도 실험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리스의 가장 성공적인 실험 케이스는 GE다. 6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린 스타트업 방법에 대한 훈련을 실시했다. 그들은 신속하게 설계한 비행기엔진부터 ‘디지털’ 풍력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프로젝트들을 실행했다(디지털 풍력 발전소는 고객들이 가장 적합한 GE 윈드터빈 배치 방식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리스의 방식은 사내에서 ‘패스트워크 Fastworks’라는 고유 명칭까지 얻었다. 임원들은 이를 “회사의 생활 방식”이라 표현한다. GE의 문화혁신 책임자 재니스 셈퍼 Janice Semper는 “모든 기업 활동이 패스트워크의 언어로 통용된다. 이는 고객 가치와 문제에 대한 사전 이해, 자본배분의 스마트한 결정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고 설명했다. 

이멀트와 과거 GE의 혁신 노력을 이끌었던 부회장 베스 콤스톡 Beth Comstock 등 패스트워크의 많은 지지자들이 회사를 떠났음에도 패스트워크가 사내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리스의 방법론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GE가 당면한 문제는 혁신보다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신임 CEO 존 플래너리 JohnFlannery는 저조한 성장세에 절망한 나머지, 분사까지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리스는 “GE에 대해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고, 패스트워크의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린 스타트업’ 책 말미에서, 리스는 그를 괴롭혔던 정책적 문제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자신이 신생기업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는 있었지만, 단기 재정적 목표에 집착하는 시장에서 상장기업으로서 그들이 직면한 환경을 바꿀 순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풍토는 위험 감수를 위축시켜 혁신을 옥죈다. 그래서 리스는 장기 증권거래소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장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데 동의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증권거래소들과 기업 상장 경쟁을 벌이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리스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몇 년 후, 장기 증권거래소(Long Term Stock ExchangeLTSE)라는 이름의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이후 주식을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위원회 (SEC) 승인을 얻기 위해 힘겨운 절차들을 밟아나갔다. 2016년 LSTE는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 등 벤처 캐피털 기업들과 IT 업계 유명인사들로부터 1,9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분기별 이익 보고서를 금지하는 등 참신한 경영규칙들을 도입했다. 투자자들에겐 이른바 ‘종신 의결권(tenured voting)’을 제안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의결권이 늘어나는 구조다. 과거 투자자들은 주식 매매 자체는 자유로웠지만, 경영에 대해선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매우 이성적인 리스는 LTSE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할 때, ’정의로운 분노‘라는 심리를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상장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무자비한 행동주의자들이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마주하느니, 비상장기업으로 남는 게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사람들이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초(超) 대기업 7개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비상장 기업이 될 것이다. 끔찍한 정책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이론을 현실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CEO를 맡은 리스와 15명의 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LTSE의 사업은 아직 대부분 아이디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리스는 지난해 가을 LTSE가 올해 말까지 SEC에 승인 서류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는 12월 방향을 변경했다. 신규 증권거래소 IEX와 손을 잡았다. LTSE에 상장된 주식들은 IEX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IEX는 마이클 루이스 MichaelLewis의 베스트셀러 ‘플래시 보이즈 Flash Boys’의 주인공들이 세운 회사로, 이미 SEC의 승인을 받았다. 

장기 투자자들에 대한 우대가 상장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공포도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LTSE는 이를 반박한다. 회사 최고정책임자 미셸 그린 MichelleGreene은 “기업들이 더 높은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경영진이 더 오래 기업을 경영할 때, 장기적으로 그들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래 일한 인물이다.

현재 LTSE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전형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 SEC의 승인이 없으면, LTSE는 어떤 기업도 상장시킬 수 없다. 설령 승인을 받는다 해도, LTSE를 통해 상장하기로 결정한 기업들은 회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 이벤트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군다나 LTSE의 개념은 아직 입증도 되지 않았다. 트위터의 전임 CEO이자 LTSE 투자자인 딕 코스톨로 Dick Costolo는 “기업을 상장시키기 전까진 어떤 많은 상황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LTSE의 고문 리즈 바이어 Lise Buyer도 “에릭의 의도는 좋지만, 매우 힘든 장기전이 될 것이다. 규제 받는 시장에서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생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스는 LTSE에 사활을 걸고 있다. LTSE는 이제 그의 전업이 됐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신규 컨설팅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많은 기관들이 내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 가내 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조차 창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내 수공업”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현실을 전달하기에 부족한 어휘일지 모른다. 기업들은 여전히 린 스타트업의 조언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바이오닉 Bionic, 무브 더 니들 Moves the Needle, 린스택 Leanstack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이 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홀을 가득 메워 리스 조차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였다. 리스는 여전히 컨설팅 업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전 GE임원인 스티븐 리구오리 Stephen Liguori는 네덜란드 은행 ING와 홍콩의 자딘 매디슨 Jardine Matheson등을 상대로, 리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며 혁신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리구오리와 리스는 새 부업도 시작했다. 기업 창업가정신 커뮤니티(Corporate Entrepreneurship Community)라 불리는 회원제 조직을 구성해 대기업의 혁신 담당 임원들을 모아 최고의 사례들을 비교하고 있다. 기업 회원 중에는 GE와 메트라이프, P&G, 뱅가드, INGHP등도 포함되어 있다. 

두 자녀를 둔 리스는 취미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피아노와 기타를 치고, 자신의 괴짜스러운 면을 맘껏 발휘하는 새로운 음악적 열정에 빠져 있다. 그는 “음향 편집 및 음성 공학을 독학하고 있다. 프로그램화, 모델화가 가능한 요즘 악기의 추세를 정말 좋아한다. 최근 트렌드는 악기의 작동원리에 대한 물리학을 수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통해 음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가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어느 날, 워필드 극장에서 공연을 할지도 모르겠다. /번역 김아름 rlatjsqls78@gmail.com 

▲효과를 발휘한 신생기업식 방법

벤처기업 컨설팅은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에릭 리스가 코치 또는 컨설턴트로 도움을 줬던 대기업들을 소개한다. 

-P&G: 리스가 제시한 ’가장 성공할 제품‘ 개념을 채택한 P&G는 2종류의 여성 위생용품(상단 사진)을 대상으로 1년 만에 소비자 시장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과거 같았으면 3년이 걸렸을 일이었다. 

-GE: 이 기업의 패스트워크 혁신 프로그램은 리스의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긍정적 결과 한 가지: GE의 가스 터빈 사업모델이 단순히 시간에 따른 업그레이드 제품 판매에서 미래변화형, 고객 친화적 접근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GE는 2016년 2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인튜이트 Intuit: 충실하게 린 스타트업 방식을 실행했다. 이 세금ㆍ회계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는 전화를 통한 고객지원의 여러 접근방식을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리스의 방법을 활용했다. 소규모 사용자 그룹 테스트는 소기업 회계용 퀵북스의 새 버전 개발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시티 벤처스 Citi Ventures: 시티그룹의 벤처 캐피털 사업부는 ‘성장 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리스식 조직으로, 주기적으로 ‘딜 데이 Deal Day’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부 팀이 투자 아이디어를 내놓고, 빠르게 시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큰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기회에 한해 이를 적용하고 있다. 

-국가 안보국 National Security agency: 과거 2명의 요원이 감시했던 미국 핵 무기고를 통제하는 새로운 보안코드를 만들고 있다. 이 정보당국의 제품 인큐베이터는 린 스타트업의 실험에 크게 의존했다. 보안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보안 스마트카드 로그인을 통해 요원들이 다른 장소에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도요타 Toyota: 이 자동차 제조업체는 소규모 작업부서, 빠른 반복, 근로자의 의견 반영 등 간소화한 생산 기술을 선도적으로 채택함으로써, 리스에게 초창기 영감을 주었다. 이제는 반대로 도요타가 스마트 카 기술에 대한 새 접근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린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카는 이 회사가 많이 뒤처진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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