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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인터뷰] 해리엇 그린 IBM 아태지역 총괄 사장

왓슨IoT 비즈니스 성장시킨 파워 우먼
“한국 기업 ‘비즈니스 혁신’에 도움 주겠다”

  • 기사입력 2018.03.14 09:01
  • 최종수정 2018.09.21 14:04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올해 초 IBM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해리엇 그린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둘러보는 여정중 한국을 방문했다. 2014년 포춘U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35위에 오른 바 있는 그린은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IBM의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 등 다양한 최신 기술과 관련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진=차병선 기자] 해리엇 그린 IBM 아태지역 총괄 사장.
[사진=차병선 기자] 해리엇 그린 IBM 아태지역 총괄 사장.

 

해리엇 그린은 세련된 검정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얼굴 가득 띤 미소와 적극적인 태도가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끊어 말하는 영국식 영어가 무척이나 어울렸다. 그는 IBM에서 매우 중요한 일들을 해왔다. IBM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공지능 ‘왓슨’을 진짜 돈이 되는 비즈니스로 만든 것이 그가 한 대표적인 일이다. 그렇다. 이미 왓슨은 IBM에 돈을 벌어다 주고 있다. 해리엇 그린은 작은 사업부에 불과했던 ‘왓슨IoT’ 부서의 글로벌 리더를 맡았다. 이후 그는 왓슨IoT를 IBM의 대표 비즈니스로 키웠다. 그는 왓슨을 고객관리나 교육분야에도 적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해리엇 그린이 없었으면 아직도 왓슨은 각종 컨퍼런스에나 불려 다니며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초 IBM은 해리엇 그린에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을 총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해리엇 그린은 곧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다. 자기가 맡은 지역 상황을 직접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호주를 거쳐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왔다.

해리엇 그린은 한국IBM 직원들이 무척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건 바로 “해당 지역 고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IBM 본사에 전달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해리엇 그린은 한국을 “혁신 중심 사회”라고 불렀다. 그는 IBM이 현재 한국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엇 그린은 말한다. “(다른 나라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80%를 사장시키고 있습니다. 기업은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어해요. 또 새로운 IT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죠. IBM은 한국 기업들이 가진 이 같은 고민들을 해결해 그들이 미래 ‘비즈니스의 혁신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합니다.”

IBM은 지난 5년간 왓슨 헬스, 왓슨 IoT, 블록체인, 클라우드 부문에 37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해리엇 그린에게 왓슨에 관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는 왓슨이 가진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왓슨이 다른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건 바로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기업용 인공지능은 개인용 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정교하고 정확한 정보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진=차병선 기자] 해리엇 그린은 “지역 고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IBM 본사에 전달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밝혔다.

해리엇 그린은 말한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 중 20%만을 활용하고 있어요. 나머지 80%에 어떤 보물이 숨어있는지 모를 일이죠. 욋슨은 이 보물을 찾아줍니다. 한국에서 왓슨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현대카드가 있습니다.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된 현대카드의 챗봇 ‘버디’는 현대카드가 가진 모든 상품에 관해 학습 했어요. 자연어를 통해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현대카드의 (잠재)고객에게 자문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5점 만점 중 4.5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죠. 주중에 쇼핑을 하지 않는 대신 외식을 주로 하는 소비패턴, 사용명세서는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답변, 화장품이나 낚시 도구 쇼핑에 대한 지불 방법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맞는 답변을 해주고 있어 만족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에서 왓슨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어느 곳인지 궁금해졌다. 해리엇 그린은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주요 산업, 시장 구조에 따라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for Oncology)’를 도입한 병원이 8곳 있다며, 왓슨이 이들 병원에서 전문의들의 암 진단과 처방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솔직한 답변을 원하자 해리엇 그린이 호탕하게 웃었다. “IBM은 올해 3월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THINK’라는 글로벌 행사를 진행합니다. 전 세계 고객들도 초대하는 행사입니다. 한국에서는 130개 고객사가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이 참가하는 거예요. 혁신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준이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렇게 보면, 한국이 왓슨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IBM은 블록체인 분야 리더로도 잘 알려져 있다. IBM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하이퍼레저(Hyperledger)’ 설립을 주도했다. 해리엇 그린은 IBM이 하이퍼레저 컨소시엄 멤버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기술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IBM이 블록체인 구축 전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 기반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구조에서부터 빠른 개발을 위한 플랫폼,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클라우드 인프라, 그리고 특정 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블록체인 솔루션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어요. IBM은 고도로 안전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한 첫 번째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리엇 그린은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 정도가 다른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들 간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즈니스 상 많은 진화를 만들었다며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지금 블록체인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 수는 전 세계적으로 600여 곳에 달합니다. 그 중 재미있는 예로 KB하나은행을 꼽을 수 있어요. KB하나은행은 자사 고객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다른 시장 협력업체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바로 IBM의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겁니다. ‘프레시터프(FreshTurf)’라는 회사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레시터프는 소비자들이 택배를 받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공유택배함을 제공하는 싱가포르 스타트업입니다. 프레시터프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어느 곳, 어떤 배송업체든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안전하면서도 신속한 배송이 이뤄질 수 있는 배송망을 구축했습니다.”
 

[사진=IBM] IBM THINK 행사에 참석한 해리엇 그린(왼쪽).

복잡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해리엇 그린은 흥미로운 학력 배경을 갖고 있다. 그는 런던 유니버시티(London University)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에서 중세사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로 치면 문과생이 기술 기업에 들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 공부가 비즈니스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줬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해리엇 그린의 답변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아니요. 전혀요. 제가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할 때 역사를 공부한 게 도움되기는 했어요. 하지만 커리어와 관련해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그는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IBM에 합류하기 전 20년 간 그는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기술 기업들을 취재하는 미디어 그룹에 입사했다. 처음 맡은 업무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0을 검토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그는 ‘IT기자’였다. “글쓰기엔 소질이 없었나 봐요. 기사를 쓰는 것보단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기술을 알아가는 데 더 큰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 유통 업체인 매크로 그룹(Macro Group)으로 이직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나이 29세 때 관리 총괄 상무이사직(Managing Director)을 맡을 정도로 비즈니스에 두각을 나타냈다.

해리엇 그린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도가 튼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173년 역사를 자랑하는 여행사 ‘토마스 쿡 그룹(Thomas Cook Group)’으로 이직해 브랜드 리뉴얼을 주도했다. 그가 CEO로 역임했던 2년간 토마스 쿡 그룹의 시가 총액은 1억 5천만 파운드에서 20억 파운드로 급성장했다. 이런 성과를 보이자 2014년 미국 포춘이 해리엇 그린을 ‘가장 영향력 있는(The 50 Most Powerful Women in Business: International) 여성’ 35위에 올리기도 했다.

빠듯한 일정이 잡혀 있는 해리엇 그린은 포춘코리아에 최대한 시간을 할애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하지만 더이상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에게 경영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팀을 구성하고, 그리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Must Do’ 활동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포용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경영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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