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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POWERFUL WOMEN]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유리천장 깨부순 전직 금융사 CEO
여성 임원 양성 위해 발 벗고 나섰다

  • 기사입력 2018.03.10 09:00
  • 최종수정 2018.09.21 12:37
  • 기자명 김병주 기자

글로벌 보험사 푸르댄셜생명의 첫 여성 CEO를 역임한 손병옥 대표는 현재 글로벌 기업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세계여성이사협회’의 한국지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출산과 육아, 그 외 다양한 요인으로 경력단절과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Most Powerful Women in Korea(MPW))의 세 번째 주인공인 손병옥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강남구 KPMG 사무실에서 만난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강남구 KPMG 사무실에서 만난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여성 대통령이 탄생해도 여전히 유리천장은 견고하기만 하다.

단순히 여성 CEO의 탄생을 유리천장의 제거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유리천장은 CEO라는 지위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한 회사에서 주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임원직도 견고한 유리천장에 가로막혀있다. 국제여성기업이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성 인권문제가 수시로 제기되는 이슬람국가 파키스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아시아태평양 주요 20개국 가운데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정부와 기업이 저마다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희망적 요소가 싹트기 시작했다. 선배 여성 기업인들이 여성들의 유리천장 깨기를 돕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바로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Women Corporate Directors·WCD) 한국지부 회장이 있다. 지난 2월 초 서울 강남구 삼정회계법인(KPMG) 사무실(KPMG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의 파트너사다)에서 만난 손 회장은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여 동안 여성의 사회진출, 여성 기업인의 성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매우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는 전세계 여성 임원들의 모임이다. 여성들의 이사회 진출 확대와 여성 기업인 교육, 네트워크 교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여성이사협회는 미국에서 시작된 조직으로, 현재 74개국 총 3,5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원들이 속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8,000조 달러에 이른다. 엄청난 규모만큼이나 국제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지부는 지난 2016년 9월에 설립된 세계여성이사협회 74번째 조직이다. 국가 경제력이나 대외 영향력에 비해 다소 늦은 합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손병옥 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손 회장은 말한다. “사실 전에도 미국 본부에서 수차례 제안이 들어왔었습니다. 한국지부를 만들자고요. 하지만 여성임원이 너무 적어 만들 시도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모가디슈, 과테말라 같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한참 작은 국가가 여성임원을 모아 지부를 만들더군요. 더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매출 300억 원 이상인 기업, 상장사의 보드 멤버 중 여성을 찾아가 설득 작업을 했죠. 수개월 간의 작업 끝에 40명의 창립회원을 모아 한국지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국지부 회원의 대부분은 50~60대 전문경영인, 향후 회사를 물려받을 젊은 2세 여성 임원, 그리고 기업인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등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약 55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의 목표는 여성들의 이사회 진출을 확대해 기업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현직 여성 임원 외에도 사회에 막 진출한 주니어급 여성인력에 대한 교육 등을 지원하며 다음 세대 여성 리더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세계여성이사협회 전체의 공통된 미션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손 회장은 여성 CEO 출신이다. 손 회장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의 사회진출은 그 자체가 드물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여성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직급은 ‘과장’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손 회장은 가장 밑에서 가장 높은 자리로 조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보수적인 영역으로 평가받는 금융권에서 그 같은 승진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손병옥 회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손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답변을 해주었다. “우선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를 깨고 싶지 않으려는 CEO의 생각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 상태에 만족하다 보니 여성 인재를 써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되거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성임원 30% 의무 할당제 도입 같은 제도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다른 나라들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여성들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여성의 사회진출, 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관습만 탓할 수는 없으니까요. 과연 워킹 우먼 중 임원을 꿈꾸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팀장, 부장 급만 되도 ‘이 정도면 됐어’라며 만족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여성임원의 롤 모델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여성들의 성장 의지가 부족한 것도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손병옥 회장은 현재 상황에선 기업의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가 강력하게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공염불에 그쳐왔던 여성 임원 확대 정책을 보다 더 강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손 회장은 말한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여성부(현 여성가족부)를 신설했습니다. 여성부를 신설한 2001년을 ‘여성 사회진출 확대의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7년이 흘렀습니다. 달라진 게 뭐가 있나요? 일선에서 일했던 제 경험에 비춰보면 굉장히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정부 차원의 여성 임원 30% 할당제 도입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선 여성 임원 40~50%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 ‘여자라고 해서 능력도 없는 사람을 무조건 임원에 앉혀야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것이 문제라면 저희 협회에서 발 벗고 나서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훌륭한 여성 인재들이 많으니까요.”

 

[사진=차병선 기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손병옥 대표.

과거 푸르덴셜생명 CEO 시절부터 손병옥 회장은 사내 여성 인재들의 성장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내 여성 인재들만을 위한 별도의 제도를 만들지는 않았다. 손 회장이 당시 가장 강조했던건 바로 ‘공정한 평가’였다. 다만 그는 여성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강조했다. 성장을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알을 깨고 능력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성장 의지를 가진 여직원들에겐 동기 부여와 전문성 함양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해외연수나 MBA 같은 교육 기회도 남자직원과 균등하게 제공했어요. 회사 차원에서 여성만을 위해 진행한 멘토링이나 교육프로그램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푸르덴셜생명 내 여성팀장 비율은 30%, 여성 임원 비율은 20%를 넘었습니다. 여직원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 손병옥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는 바로 ‘저출산’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양육비용, 경력 단절 같은 우려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인재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직장 여성의 저출산 기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손 회장은 정부, 기업, 개인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손병옥 회장이 생각하는 저출산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가 전국 곳곳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어 육아에 걱정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도 상관없어요. 어린이집 근무 인력은 여대생들을 활용하면 된다고 봅니다. 다소 급진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대생들을 군대 대신 1년씩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죠. 적절한 임금을 주고, 추후 취업 시 경력으로 인정을 해주면서 미리 육아에 대한 경험을 하게 하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육아가 결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남성들에게 인식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OECD 국가 중 한국 남성들의 가사 시간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다고 하더군요. 전 국민 홍보 활동을 통해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적극 지원하고, 여성들도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스스로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손 회장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이합집산으로 흩어져 있는 출산지원정책을 일원화한 일종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출산청’의 신설을 주장했다. 손병옥 회장은 “출산청을 신설해 정부, 기업, 개인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방위적으로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손병옥 회장에게 후배 여성기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손 회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만의 리더십을 가진 여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엔 무슨 의미가 담겨있을까. 손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때 여성들 사이에선 남성 같은 ‘마초 리더십’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남성 위주 조직문화에서 남성을 따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 유연성, 공감능력 등을 극대화 하는 ‘여성 리더십’, ‘엄마 리더십’ 같은 능력이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여성, 남성이라는 성별에 얽매이지 말고 ‘나만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 리더십을 가진 여성 인재라면 분명 사회를 이끌어 갈 여성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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