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US] 혁신을 통해 도약하는 중국

중국이 인터넷 대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도와 벤처 캐피털 투자 열풍에 힘입어 미국과 견줄만한 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 기사입력 2018.03.05 12:20
  • 최종수정 2018.09.21 10:47
  • 기자명 Clay Chandler 기자
[사진=US 포춘]
[사진=US 포춘]

 

전 세계가 드론 개발의 격전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2016년 11월 DJI로 잘 알려진 다장 이노베이션스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Da-Jiang Innovations Science andTechnology는 매빅 프로 Mavic pro 라는 킬러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매빅은 1.6파운드밖에 안 되는 중량을 가진 책가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소형 드론이다. 하지만 비행 거리가 4마일이나 되며, 수 백 피트 높이에서 고해상도의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1,000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에도 카메라 안정화를 위한 정교한 3축 짐벌 *역주: 나침반의 수평 유지 장치 을 갖추고 있다. 최신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어 드론이 목표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공중 장애물을 감지해 피할 수 있고, 방전이 되기 전에 자동으로 출발지로 복귀할 수도 있다.

DJI 임원들은 대단한 제품을 개발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팔릴 것인가였다. DJI는 중국 내에서조차 인지도가 낮았다. 게다가 매빅은 주류 고객 층을 겨냥해 출시한 첫 제품이었다. DJI는 유사한 장비들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몰려든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경쟁자들과도 맞서야 했다. 라이벌들은 22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가전 제품 제조업체 패럿 Parrot,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 Kickstarter에서 1,5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한 실리콘밸리 창업기업 릴리 로보틱스 Lily Robotics , 초소형 액션 캠 제조업체 고프로 Gopro등이었다. 어떻게 DJI 기술이 서구의 최고 기업들을 대적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격전이라 할 것도 없었다.

DJI 사장 로저 뤄 Roger Luo는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생산 문제에 직면했다. 매빅 출시 3일만에, DJI는 한달 예상 판매량보다 3배나 많은 주문을 받았다.

반면, 서구의 많은 드론 경쟁업체들은 하나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패럿이 첫 번째 패배자로, 2017년 1월 드론 부서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 다음은 릴리였다. 사전 주문 금액이 3,400만 달러를 상회했지만, 자금을 모두 써버린 이 기업은 제품을 단 한 대도 출시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중 고프로의 상황이 가장 놀라웠다.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 San Mateo에 위치한 이 기업은 그 동안 2,000만 대가 넘는 ‘웨어러블’ 카메라를 판매해 브랜드 입지를 구축해왔다. CEO 닉 우드먼 Nick Woodman은 많은 홍보를 진행한 카르마Karma 드론이 출시되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나 출시 후 이 제품이 중국 경쟁 모델보다 무겁고, 느렸으며 추적 및 감지ㆍ회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첫 카르마 모델은 방전이 되면 추락해 버리는 위험한 약점까지 갖고 있었다. 굴욕적인 리콜 이후, 고프로는 2월 드론을 재출시했다. 하지만 그 땐 이미 DJI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다시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DJI는 상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기업 인터액트 애널리시스 Interact Analysis에 따르면, 2016년 13억 달러에 불과했던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엔 150억 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액셀 파트너스 Accel Partners와 세쿼이어 캐피털 Sequoia Capital의 벤처 자금을 유치한 DJI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현재 100억 달러에 이른다. 회사가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2017년 매출이 150억 달러를 상회하고 이익이 5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수의 가전업계 애널리스트들은 DJI를 “상용 드론업계의 애플”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런 비유는 잘못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디자인과 중국 조립(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을 주장하는 애플과는 달리, DJI 제품은 모두 중국 남부 셴젠 Shenzhen에서 설계·생산된다. 그 곳은 DJI 제품의 로터, 트랜스미터, 배터리, 기타 부품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DJI의 성공은 세계 경제의 가장 눈에 띄는 격변 중 한 사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과거 1세기 동안 서구 국가들의 식민지로 종속됐고, 마오쩌둥 집권 하에선 30년간 외부 세계와 단절됐으며, 그후 덩샤오핑이 이끈 ‘개방과 개혁’ 30년을 보냈다. 이제 중국은 세계 혁신과 기술 개발의 위대한 중심지라는 역사적 위치로 복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혁신국가로 부르면 대부분의 서구 정·재계 인사들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중국은 불법 복제와 저작권 침해의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저렴한 노동력과 외국기술에 의존한 공장, 즉 효율적 제조 플랫폼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 재계는 화웨이 테크놀로지의 창립자 렌 정페이 Ren Zhengfei 같은 혁신 지향의 최고경영진이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2016년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도 많은 제품 특허를 신청했다. 또 다른 인물 앨런 장 Allen Zhang은 텐센트의 위챗WeChat 개발 팀을 이끌고 있다. 9억 명의 사용자들은 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채팅, 쇼핑, 결제, 게임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북경에 위치한 웹 포털 기업 바이두의 CEO 로빈 리 Robin Li는 2018년 중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들의 성공은 혁신 활동의 선 순환고리를 만들어 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홀딩스는 전자 상거래, 휴대폰 결제,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중국의 기술 거물들도 공격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로 인해 중국은 거대한 벤처 캐피털 투자 시장으로 변모했다. 이 벤처캐피털들은 중국의 거대한 규모와 성장하는 시장, 독특한 공급자 생태계, 물류 전문기업 및 제조업체를 배경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중국은 새로운 세대의 국내 창업가들을 키워낼 수 있었다. 이들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창조하고,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경제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와 규모로 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시노베이션 벤처스 Sinovation Ventures의 CEO이자 구글 차이나의 전 사장 카이푸 리Kai-Fu Lee는 “중국이 카피캣으로 불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그 시절을 훨씬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미지=US 포춘]중국으로 유입되는 벤처 캐피털 : 중국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의 수가 최근 몇 년 간 급증했다.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은 기술친화적 소비자들로 구성된 거대하고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14~2016년을 생각해보라. 당시 중국은 770억 달러 규모의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2년 동안 120억 달러 유치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제 중국은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드론 및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업계에서 전 세계 3대 벤처 캐피털 시장에 속한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62개 ‘유니콘 기업’(기업 평가액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기업) 중 3분의 1이 중국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유니콘들의 총 가치 중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발 빠른 경제적 진화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포춘은 지난해 12월 초 포춘 글로벌 포럼(Fortune Global Forum)과 브레인 스톰 테크 국제 회의(Brainstorm TechInternational conference)를 열고 전 세계 재계 지도자들을 중국 광저우로 초청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벤처 캐피털 펀드 아시아 올스타스 인베스트먼트Asia All-StarsInvestment 의 매니징 디렉터 리처드 지Richard Ji는 “중국과 미국이 세계의 진정한 기술 강국이다. 이 두 국가를 따라올 상대는 없다”고 말했다. 이 벤처 캐피털 기업은 가장 성공적인 중국의 기술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떠오르는 혁신 기업들은 자국 내 이점을 누리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광대한 중국 시장이다. 수억 명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면, 그 효율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점은 중국 고객들이 신기술에 열광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창업가들은 기존 인프라에 구애 받지 않고, 날로 발전하는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 고객들은 빠르게 온라인 쇼핑 및 디지털 결제를 채택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쇼핑하던 습관을 버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이던 미국을 따라잡았다. 데이터 리서치 기업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7년 온라인 판매는 1조 1,000억 달러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킨지는 중국이 그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았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4년 간 중국 내 온라인 소매 판매가 연평균 23% 상승, 2020년까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중국 전체 성장의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엔 규제의 유연성이나 묵인으로 혁신을 촉진해왔다. 중국의 은행 관리들은 온라인 게임기업 텐센트가 QR코드 앱을 통해 전자결제를 실험하는 것을 눈감아 줬다. 또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Alipay와 알리페이 사용자들을 위한 온라인 투자펀드 위에바오Yu’e Bao를 개발하는 것도 모른척 해주었다. 그 결과 종이 화폐를 처음으로 개발한 중국에서 빠르게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위에바오가 세계 최대 뮤추얼 펀드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미지=US 포춘]기술 분야의 대도약 : ‘로봇 혁명’을 주창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반도체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공공자금,민간자금 등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이미 전자 결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

마지막 이점은 중국이 사생활 보호 및 반독점 규칙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기술기업들은 엄청난 수의 고객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어디에 사는지, 어디를 여행하는지, 어디서 쇼핑하는지, 무엇을 구매하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그리고 이들이 받고 있는 보건 서비스가 무엇인지까지 샅샅이 알 수 있다.

안면 인식 기능이 탑재된 애플 아이폰X가 출시 되기 한참 전, 알리바바의 금융 서비스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 Ant Financial은 이미 4억5,000만 명의 고객들이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온라인 지갑에 로그인 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중국건설은행(China Construction Bank),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디디 추싱 Didi Chuxing은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식별하고 있다. 앤트는 꾸준히 자체 ‘세서미 크레딧 Sesame Credit’ 시스템 활용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온라인 지출 기록, 정기 공과금 납부,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금융 신뢰도’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지인들 점수까지 반영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중국 고객들은 개인화 기술이 그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한, 사생활 침해는 우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벤처 자금은 지금도 계속 중국 내로 유입되는 한편, 외부로도 투자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거물기업들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야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중국 외부의 벤처 캐피털 투자 형태로, 해외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스냅 Snap과 리프트 Lyft, 플로리다의 증강현실 신생기업 매직 리프 Magic Leap가 그 대상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에도 싱가포르에 위치한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 Lazada의 주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앤트 파이낸셜은 인도 최대 차량공유 벤처 기업 페이TM PayTM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과 태국,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의 핀테크 기업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

작년 11월 알리바바는 전략적 투자 외에도 향후 3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산 마테오와 워싱턴 주 벨뷰 Bellevue, 모스크바, 텔 아비브, 싱가포르를 포함한 7개 지역에 심화 연구를 위한 실험실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라이벌 기업 텐센트는 스냅과 테슬라, 인도의 메시지 앱 하이크 메신저Hike Messenger의 지분을 사들였다. 2016년에는 핀란드 기업 슈퍼셀Supercell을 인수하기 위해 86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세계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텐센트의 입지가 한층 높아졌다. 그 밖에도 온라인 게임 및 쇼핑, 휴대폰 결제 포털 시Sea(동남아 지역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신생기업이다)와 인도네시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앱 고젝 Go-Jek에 투자를 단행했다.

한편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일본 나고야 , 시드니를 포함한 해외 도시에서 자전거 공유 기업들에게 경쟁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상하이 정부는 텐센트가 지원하는 자전거 공급 스타트업 모바이크 Mobike와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오포Ofo의 자전거 중 버려진 것이 너무 많아 작년 초 수 천대 자전거를 압류학기도 했다.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은 차량 공유 사업에도 참여해 모두 디디 추싱에 투자했다. 디디 추싱은 유럽과 인도, 동남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자동차 공유 벤처기업들의 지분도 갖고 있다.
 

[사진=US 포춘]고속 성장하는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모바이크와 오포의 자전거들이 상하이에 압류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벤처 캐피털 업체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 코니 찬Connie Chan은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결정했다. 그 의지는 점점 확고해질 것이다. 모든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든 아니든, 수년 내에 중국 전략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이란 관점에서 중국의 발전이 놀라운 만큼, 단점도 많다고 얘기하는 회의론자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소비하는 중국은 1970년대부터 국내 생산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자체 생산량보다 10배나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제약기술도 서구에 훨씬 뒤처져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임원들은 중국 국영 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가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공사는 작년 5월 C919를 선보였는데, 중국이 상용항공기를 제작한 세 번째 시도였다.

중국의 혁신에 관한 2015년 평가에서,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Institute는 혁신의 카테고리를 4가지로 분류했다. 그 4가지는 ▲소비자 주도형(전자상거래, 휴대폰 결제 또는 온라인 금융 서비스) ▲제조업 주도형(소비자 가전 또는 자동차 생산) ▲엔지니어링 주도형(고속 열차 건설) ▲연구 주도형(획기적인 반도체 제조기술 또는 제약업 발전)이다.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국은 이미 첫 2개 범주에서 글로벌 혁신 리더이며, 나머지 2개 범주에서도 세계 리더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런 복합적 분석은 꽤 정확하다.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경제분야-반도체, 제약, 상용항공기 또는 고속 열차-에서, 중국은 그 발전에 엄격한 국가 통제적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혁신을 증진하기보단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반도체를 생각해 보라. 중국은 기술 산업의 성공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 생각한 토종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40년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6년 14%까지 증가했다. 2000년 만해도 비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은 아직 업계의 하위 및 중위권에 속해 있다. 2016년 중국은 반도체 수입에만 2,0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량이 많은 품목이었다.

최근 수 십년 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야심 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발표된 계획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 소비량의 50%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2030년까지 글로벌 업계 리더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2025년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에 1,500억 달러의 공공 및 민간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고음을 울렸다. 윌버 로스 WilburRoss 미 상무부 장관은 중국의 반도체 프로그램에 대해 “무시무시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과학기술위원회(presidential council on science and technology)는 최근 중국의 엄청난 자금 지원에 대해 ‘미국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하와이 이스트-웨스트 센터East-West Center의 선임연구원 디터 에른스트 Dieter Ernst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 China Quarterly 최신호에서 “산업 정책을 통해 중국이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입지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미국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반도체 산업은 아직까지 세계시장 및 기술에 있어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연 중국이 미래 기술을 지배할까? 중국은 인공지능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산업용 로봇 사용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로봇 활용 집중도’에선 뒤처져 있다. 국제로봇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은 제조업 노동자 1만명 당 68개의 로봇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631개, 독일 309개, 일본 303개, 미국 189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중국은 2013년 이후 로봇을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다. 2016년 8만 7,000대의 로봇을 사들였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29만 4,000대 로봇 중 3분의 1을 싹쓸이한 셈이다. 중국의 정책 입안가들은 2020년까지 노동자 1만 명 당 산업용 로봇 100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켠에선 시진핑 주석이 중국 내 ‘로봇 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중국에선 우선순위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인공 지능 기술 부문 글로벌 리더에 오르고, 업계를 1,5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수십억 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중국 인공지능 신생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촉망 받는 인공지능 기업 중 한 곳이 토우티아오 Toutiao이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출신 장 이밍 Zhang Yiming (35)이 2012년 설립한 뉴스제공 기업이다. 모회사 베이징 바이트댄스 테크놀로지 Beijing ByteDance Technology는 이미 세쿼이아 캐피털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10억 달러 자금을 유치했고, 현재 기업가치 200억 달러를 바탕으로 2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고 있다(작년 11월에는 8억 달러를 들여 립싱크 비디오 앱 뮤지컬리 Musical.ly를 인수했다) 토우티아오는 인공지능을 사용, 4,000개 외부 미디어 기업의 네트워크에서 생산한 콘텐츠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단신 및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콘텐츠 추천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CLAY CHANDLE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