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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인튜이트는 어떻게 스스로를 혁신했나

  • 기사입력 2018.02.13 15:09
  • 최종수정 2018.09.20 16:43
  • 기자명 Geoff Covin 기자

미래 유망기업 50|리더기업 5위 인튜이티브 서지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세금 소프트웨어 제작사 인튜이트가 정상을 유지하는 비법은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다시 생각하고, 모든 직원을 창조적 파괴에 가담시키는 것이다.
 

‘고객 전념 투어’에 참여한 인튜이트 직원들. 제품 개선을 위한 회사 차원의 미팅이다. 이미지=US 포춘


인튜이트 CEO 브래드 스미스 Brad Smith의 사무실 바깥 벽면에는 이사회 멤버들이 작성한 그에 대한 편집되지 않은 성과 평가 원본이 붙어있다. 성격 분석과 임원진의 피드백 모음, 스케줄 표도 함께 붙어있다. 대부분은 칭찬이지만 아닌 것도 있다. 그의 팀은 “보통 페이스도 괜찮은데, 그의 에너지는 과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와 함께 “그는 때때로 너무 좋은 말로만 피드백을 준다. ’당신 실수했어‘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의견도 제시되어 있다. 이사회는 “그가 모든 걸 정확히 해치우려 하기보단 좀 더 격의 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스미스 본인도 인정한다. 너무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에 하루 일과가 끝날 때 이메일 받은 편지함을 모두 비운다고 한다. 그는 “옷장의 옷걸이들 손가락 두 개 간격으로 걸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또 그에게 “공개적으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미스에겐 또 다른 도전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피드백은 모두 공개 전시되어 있다. 스미스의 사무실 문 옆에서 이 피드백을 5분만 읽어보면, 매일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보다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물론 인튜이트 직원 8,200명 대부분은 그의 사무실 앞을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스미스는 매년 모든 직원에게 이 피드백 전부를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투명한 건 좋은 것이지만, 어쩌면 우스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튜이트에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풀 가치가 있는) 한 수수께끼, 바로 ‘왜 인튜이트가 아직도 존재하는가’의 실마리이다. 인튜이트는 포춘이 새롭게 선정한 ‘미래 유망 기업 50(Future 50)’ 리스트 8위에 올랐다. 이 랭킹 리스트는 향후 몇 년간 승승장구하며 빠른 매출 신장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준비가 잘 된 50개 기업의 순위를 매긴 것이다. 창립 34주년을 맞은 인튜이트는 업계에서 거의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게다가 주력 사업인 개인 컴퓨팅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매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983년부터 경합을 벌였던 (플렉시드로 Flexidraw, 비지캘크 VisiCalc 같은) 경쟁사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도태됐다.
 

셀프 평가: CEO 브래드 스미스(여름 인턴들과 함께 한 모습)는 매년 이메일을 통해, 그의 업무평가 원본을 직원 전체에게 보내고 있다. 사진=US 포춘


그러나 인튜이트는 단지 생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번창하고 있다. 매출은 52억 달러로, 5년 전보다 24%나 증가했다. 이익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이브이에이 디멘션 EVA Dimensions에 따르면, 인튜이트의 자본수익률은 60%까지 치솟은 반면, 자본비용은 6.9%에 불과하다. 상장기업을 통틀어 재무성과 상위 1%에 해당한다. 게다가 창창한 스타트업보다 수익성이 좋고, 기존 기업들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가까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거의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추천을 하고 있다. 가히 업계의 ‘톰 브래디 Tom Brady’ *역주: 베테랑 미식축구선수 라 할 수 있다. 동료선수들이 은퇴한 나이에도 절정의 감각으로 게임을 이끌고 있는 선수인 셈이다.

설명을 조금 더 하자면 이렇다: 창립 이래 인튜이트는 오늘날 기업들이 배워야 하는 것을 꾸준히 해왔다. 경쟁자가 따라잡기 전에 계속 스스로 혁신하고,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재개발한 것이다.

인튜이트의 최초 제품인 개인재무 소프트웨어 퀵큰 Quicken은 도스 운영체계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로 대체되면서 재창조를 해야 했다. 1990년대 출시된 신제품인 소기업 회계용 퀵북스 QuickBooks와 개인 세무용 터보택스 TurboTax 소프트웨어는 기존 제품들을 경쟁에서 몰아냈고, 웹 초창기에는 온라인용으로 재개발해 업계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당 제품들을 다시 한번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 각각의 변화는 당시에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세무 업무를 휴대폰으로 본다? 인튜이트는 이를 구현해냈고, 잠재적인 대기업 병폐의 위험을 없애나갔다.

인튜이트는 분명 과거 그 어떤 기업보다 급진적으로 자기혁신을 꾀했다. 이 혁신은 5년 전 최고 임원들이 ‘회사가 제품 및 서비스 제공업체 그 이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이기업은 오픈 플랫폼이 돼야 했다. 10년간 CEO를 맡고 있는 스미스(53)는 “소기업들은 보통 16~20개의 앱을 사용하는데, 그 중 우리가 3개를 만들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플랫폼을 개방해야 했다. 이 조치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문제 해결의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튜이트는 도박을 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외부 개발자들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그들에게 자사 제품을 구동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면, 오히려 회사가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예컨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아멕스 법인 신용카드 소지자를 위한 무료 앱을 제공하고, 거래내역을 사용자의 퀵북스 온라인 Quickbooks Online 계정에 매일 자동으로 전송하게 했다. 그건 아멕스에게 판촉 포인트로 작용했다. 인튜이트 입장에서도 고객에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플랫폼에 더욱 강하게 묶어둘 수 있었다.

현재 가동 중인 이 오픈 플랫폼은 1,400여 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인튜이트에 예상치 못한 기회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례로, 소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은 회계사와의 협력 여부인데, 인튜이트는 자사 세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계사 60만 명과 협업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퀵북스 온라인 사용자와 회계사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주선 기능을 출시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이 기능 덕분에 약 60만 곳의 소기업들이 회계사들의 신규 고객이 됐다. 스미스는 “기업과 회계사 모두에게 상당한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에겐 퀵북스 고객유지 비율을 16% 포인트 증가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선(先)주선 고객의 퀵북스 온라인 이용 연장률이 약 75%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튜이트는 생태계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고객과 앱 개발자, 회계사, 그리고 인튜이트 등 다양한 당사자들이 상호 이익을 위한 새로운 소통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또 다른 재발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기로부터 발생하는 외부의 자극 없이, 인튜이트는 끊임없이 스스로 혁신적 파괴를 꾀하고 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소매업체, 자동차 제조업체, 언론사, 재무설계 업체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수천 개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스스로 탈바꿈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토이저러스 Toys “R” Us나 코닥 Kodak, 샌프란시스코 옐로 캡 SanFrancisco Yellow Cab처럼 파산하거나 규모가 크게 줄거나 사라진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들 중 소수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거의 모두 디지털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개 그 전력들은 부적절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이다.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조차 규모가 줄어들고 업계에서 뒤처져 인력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인튜이트는 이와 대조적으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극적인 시대에 극적이지 않은 선경지명적 변화를 계속 일궈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다음과 같은 커다란 화두를 던진다: ‘인튜이트는 어떻게 해냈는가?’ 모든 기업이 갖는 최대 두려움이 ‘예상치 못한 경쟁자에 의한 변화’인 이 시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인튜이트가 성공한 비결은 단순하진 않지만 명확하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다른 기업들에게) 간과돼왔다. 인튜이트의 전 재무담당임원 네드 세갈 Ned Segal은 “이런 기업은 없다. 지구 상 일급비밀 중 하나”라고 말했다(그는 지난해 8월 트위터 CFO로 자리를 옮겼다).

비밀을 풀기 위해 먼저 창립 초창기에 있던 중대한 사건부터 살펴보자. 당시 인튜이트의 유일한 제품은 퀵큰 개인재무 소프트웨어였다. 창립자 스콧 쿡 Scott Cook이 1983년 만든 제품이다. 인튜이트는 정기적으로 고객 설문을 실시하고, 여러 질문과 함께 퀵큰 사용장소가 가정인지 회사인지를 조사했다. 그 때 응답자의 절반은 회사에서 사용한다고 답했다. 말이 안 됐지만, 쿡과 그의 동료는 그들이 퀵큰을 회사 장부 잔액을 맞추고 자금을 운용하는 데 사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뭔가 잘못돼 보였다. 쿡(65)은 “그 질문을 할 때마다 응답자 절반은 같은 답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현재 이사회의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지금도 회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쿡은 “그 설문결과가 나를 괴롭혔다. 왜 그들은 이 질문에 틀린 답을 할까? 그래서 결국 파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쿡과 인튜이트는 자신들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고객들은 퀵큰으로 회계장부 결산을 한 게 아니었다. 소기업 운영에 활용했던 것이었다. 쿡은 “그런데 왜 하필 퀵큰을 사용했을까”라고 궁금해 했다. 퀵큰은 다른 소프트웨어 제품과는 달리, 기업을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다른 제품들은 대기업 회계장부를 복제한 것이었는데, 대부분 소기업 경리들은 복식 부기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쿡은 “그들 대다수에게 ‘총계정원장’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같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회계처럼 보이지 않는 회계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퀵북스가 탄생했다. 이 제품은 2배나 가격(99달러 대 49달러)이 더 비싸고 기능도 절반에 못 미쳤지만, 두 달 만에 시장 주도제품(닥이지 DacEasy)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쿡은 “우리가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현재 퀵북스는 인튜이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인튜이트가 결코 잊지 않았던 성공비결은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기업들은 반대로 일을 했고, 쿡과 동료들도 처음엔 마찬가지였다.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했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풀듯 탐구를 반복하면서-인튜이트 경영진은 이를 ‘깜짝 발견의 즐거움’이라 부른다-경쟁기업들이 따라하기 전에 스스로를 혁신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인튜이트는 최근 온라인 재무관리 서비스 ‘민트 Mint’의 사용자 일부가 표적시장인 젊은 직장인들처럼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뜻밖의 결과를 조사해보니, 고객들은 민트를 자영업 소득과 지출을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기사였다. 그래서 회사는 이런 ‘긱 경제’ *역주: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의 발달을 거대한 기회로 여기고, 자영업자 전용 퀵북스를 만들었다. 현재 이 제품은 인튜이트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적극적인 고객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인튜이트는 이처럼 중요한 통찰력을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또 다른 결정적인 성공 요소로 작용했다. 모든 기업이 고객에게 더 다가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튜이트만큼 고객에게 집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이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은 ‘가정방문(follow-me-home)’이다. 소수의 직원이 (동의 하에)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직원들은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그저 관찰하도록 교육 받는다. 그리고 고객에게 방금 지켜본 것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스미스는 “이를 통하면 큰 그림을 더 빠르게 볼 수 있다”며 “문제에 직접 다가가 ‘사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학습: 인튜이트 직원들(어두운 셔츠를 착용한 앞줄 두 명)은 ‘가정방문’을 통해 고객을 만난다. 그들이 자사 제품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사진=US 포춘


물론 쉽게 고객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건 근본적인 현실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어렵게 배운다. 하지만 고객의 행동은 곧 진실이다.

이 회사의 ‘가정방문’은 뿌리가 깊다. 초창기 고객들은 인튜이트가 사용자를 불러모아 자사 소프트웨어를 시험했을 때, 나타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쿡은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걸 인지했지만 그걸 찾아낼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그는 미국 주택보유자들이 해외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보게 됐다. 원고들의 주장은, 인근 대학 학생들에게 방을 임대했는데, 그 ‘학생’들이 미국인들의 차량 이용 실태를 관찰하기 위해 잠복한 자동차회사 직원이었다는 것이었다. 쿡은 이런 섬뜩한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는 동네 컴퓨터 가게에 가서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메모 하나를 끼워 넣었다. 그 메모에는 ‘당신이 제품 포장을 뜯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적혀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가정방문’의 유래다. 오늘날 인튜이트는 연간 1만여 시간의 방문 관찰을 수행하고 있다. 스미스 자신도 1년에 60~100시간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가정방문’을 통해 데이터 열에선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며 “고객의 눈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튜이트는 고객 친밀도에 집착하면서 ‘비정상’을 수용하는데 익숙해지도록 스스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회사의 핵심 강점이다. 그럼에도 인튜이트는 이미 성공한 대기업이다. 그리고 모든 물러난 CEO들이 알다시피, 이는 이미 확립된 질서의 변화를 거부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영리한 경영 기술을 활용해 조직의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을 피하거나 물리치고 있다. 이 기법들은 다음과 같다.

소규모 팀제. 새 아이디어는 3명으로만 구성된 ‘발견팀’들이 우선 발굴한다. 그들은 상부 보고를 거치는 대신 부서 책임자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들고 간다. 팀들은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 책임자나 쿡에게 집중 코칭을 받는다. 이를 통해 반드시 직면하게 될 현상유지 세력의 거센 반발에 맞설 수 있다. 자영업자용 퀵북스도 이런 발견팀이 개발한 것이다.

경험 공유. 이는 새 아이디어들이 진척될 때, 종종 갈등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6~7년 전 스미스가 인튜이트의 모바일 기기 집중을 원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당시 이 방식은 ‘모바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임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그래서 인튜이트는 모바일로 큰 수익을 내는 업체들을 찾아내 자사 임원들이 그 회사 경영진을 인터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외부에서 배운 것을 보고하게 했다. 쿡은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었다”며 “그들은 멈추려 하지 않았고, 그래서 모바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확신시켰다”고 말했다. 오늘날 터보택스를 사용하면, 개인용 소득세 신고용지를 휴대폰으로 준비하고 제출할 수 있다.

정보공유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스미스는 “과거엔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나와 부하 직원 12명뿐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매달 상위 임원 400명에게 직원 회의 영상을 보내고, 또 그들이 24시간 동안 8,200명의 직원에게 이 방송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최고 임원들이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게 되면서 내분이 많이 사라졌다. 결정도 더 신속하게 이뤄졌다. 인튜이트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있다. 24시간 안에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 24시간 안에 그 갈등을 상부에 올려 결정을 기다린다. 스미스는 이에 대해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따르려는 것”이라며 “만약 결정이 틀렸다면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업들이 내일 당장 (적어도 이론상으론) 이런 경영기술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훨씬 어려운 요인, 인튜이트의 자기파괴적 성공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재창조를 격려하는 문화일 것이다. 실수, 결점, 실패의 인정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으로, 여기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첫째, 한 조직이 변화를 시도할 땐, 뭔가 잘 안되고 있다는 걸 암암리에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조직도 그걸 인정하고 싶어 하는 않는다. 사람들은 뭔가 잘 안되면 벌을 받게 되니까. 그리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는 영원히 차단된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최고 임원들이 일상적으로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스미스는 CEO에 오른 지 1년이 된 지난 2009년, 공학 및 제품설계 담당자 100인과의만찬을 주재한 적이 있다(타기업 포함). 쿡은 “그는 강연을 하면서 ‘이게 내가 말아먹은 것들’이라고 고백했다”며 “다른 CEO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 인튜이트는 데스크톱용 터보택스의 제품가격을 인상했고, 고객들은 반발했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해당 사업 담당임원 사산 구달지 Sasan Goodarzi는 “내가 내린 결정이다. 이렇게 될지 몰랐고, 여러분 모두에게 미안하다. 우리가 왜 가격을 인상했는지 설명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구달지는 아직 인튜이트에서 근무하면서 ‘떠오르는 별’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모든 기업이 실수를 질책하지 않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길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기업은 거의 없다.
 

“변화가 필요하기 전, 스스로를 바꿔라” : 인튜이트는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혁신 곡선(disruption curve)’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위기가 변화를 강제하기에 앞서, 스스로 제품을 혁신하고 있다.


실수를 인정하는 개방적 문화의 두 번째 가치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스미스의 사무실 바깥 벽에 붙어 있는 성과평가와 피드백 모음을 기억하는가? 이는 본인도 변화해야 한다는 스미스의 자기 선언이나 다름 없다. 본인의 결점을 고쳐야 한다는 점을 최고 임원들이 인정하면, 다른 이들이 그 임원들이나 사업부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인튜이트가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방임 유혹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지금 기업은 심각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가장 명백한 위기가 바로 데이터 유출이다. 터보택스와 퀵북스를 사용하면, 인튜이트는 사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은행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위탁계좌번호와 관련된 모든 정보, 자녀의 이름 등을 갖게 된다. 리서치 기업 포네몬 인스티튜트 Ponemon Institute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튜이트는 개인정보보호 부문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8위에 올랐다. 휼렛패커드보다 한 단계 낮고, 페이팔 PayPal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순위다. 티타늄처럼 강력한 비교우위다. 하지만 심각한 데이터 유출이 발생하면 신뢰는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당면한 (아마도 작은) 위험도 있다. 미 국세청이 경쟁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인튜이트는 2003년 미 국세청과 협약을 맺은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다. 저소득 납세자를 위한 무료 소득신고 및 세금환급준비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국세청은 자체 세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협약이 2020년 10월 만료된다. 아마도 국세청 소프트웨어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납세자들을 오싹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을 거스르는 건 더 무서운 일이라, 수백만 명이 그 소프트웨어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인튜이트는 나름 정해진 방식으로, 차기 대변혁을 모색하기 위해 ‘정찰대’를 파견하고 있다. 지난 가을부터 회사는 임원 70명을 소규모 팀으로 나눠 고객과의 대화 및 기술 포럼에서 대두된 8가지 주요 트렌드 조사에 나섰다. 10세 미만 소비자들이 기술,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하는 것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총 23가지 주제를 제시했다. 이후 이 주제들은 인튜이트의 방식에 따라 조사를 거쳤다. 스미스는 해당 조사가 “가정방문 500회,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ssen부터 에어비앤비와 우버 창업자들을 포함한 225건의 인터뷰, 5대륙에 걸친 100가지 실험을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인튜이트는 디지털 세계에서 최종 승리란 없지만 최종 패배는 많고, 성공은 언제나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베테랑 기술기업이 미래 5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쿡은 “회사의 최근 23개 주제 관련 계획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그게 인튜이트가 하는 것”이라며, “변화가 필요하기 전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US 포춘


스콧 쿡 / 공동창립자, 회장, 집행위원회 멤버.

쿡은 1983년 인튜이트를 공동 창립했다. 회사의 원조 소프트웨어 퀵큰을 개발했고, 1994년까지 CEO를 지냈다. 쿡의 지휘 아래 기업의 핵심 가치가 자기혁신과 고객관찰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 변화의 통찰력을 얻기 위해 특이하거나 터무니없는 정보를 파고 드는 ’깜짝 발견의 즐거움‘ 이 그 가치에 포함됐다.

80% ▶ 소기업 회계 소프트웨어 부문 미국 시장점유율
퀵북스는 1990년대 출시 이후부터 해당 부문을 장악해왔다. 인튜이트의 오픈 플랫폼 사업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제3자 앱을 1,400개 이상 개발해냈다.

3500(단위: 백만 명) ▶ 2017년 인튜이트의 터보택스로 개인 소득세 환급을 준비한 미국 국민수.
업계 2위인 에이치 앤드 알 블록 H&R Block 소프트웨어·서비스 사용자(1,900만 명)의 거의 2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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