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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메이시스의 운명을 가를 크리스마스

  • 기사입력 2018.01.03 14:13
  • 최종수정 2018.09.20 16:52
  • 기자명 Phil Wahba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메이시스 백화점이 역대 최악의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신임 CEO와 새 전략을 내세웠다. 올 연말 쇼핑 성수기가 이 계획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첫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메이시스의 뉴욕 플래그십 매장. 사진=US 포춘


메이시스가 왜 자기 혁신을 해야 하고, 어떤 변화를 원하고, 그 변화가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최근 고객들에게 발송된 전단 책자 두 종의 비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책자는 다가오는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새 마케팅 전략의 핵심인 작은 카탈로그다. ‘우리가 사랑한 선물들(Gifts We Love)’이라는 제목의 이 깔끔한 전단에는 메이시스가 판매하는 수만 종의 상품 중 전략적으로 선택된 125종이 담겨있다. 어그 Ugg 사의 포근한 실내용 가운, 180달러짜리 스타워즈 드론 등 각 제품이 고급스러운 고품질 사진과 우아한 서체로 소개됐다. ‘40% 추가할인’이나 ‘전 제품 30~75% 세일’ 같은 말 풍선 할인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드스트롬 Nordstrom이나 색스 Saks 같은 고급 백화점의 전단 느낌을 풍긴다.

이 전단은 불과 며칠 전 메이시스가 발송했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앞선 전단이 홍보한 파격세일(예: 토미힐피거 캐주얼 재킷 65% 할인)은 서머타임 종료일까지 진행됐는데, 세일 행사를 위해 적당히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슈퍼마켓의 쿠폰 북처럼 산만한, 절박하다는 인상마저 주는 전단이었다.

‘우리가 사랑한 선물’은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가 꿈꾸는 미래를 상징한다. 메이시스는 중상급 브랜드 시장을 선도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미국 내 664개 매장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반면 서머타임 세일 전단은 메이시스가 극복해야 할 현실을 나타낸다. 제품 차별화 대신 출혈 경쟁에 몰두한 결과, 대형 유통업체들은 현재 공멸의 위기에 몰려있다.

두 전단이 상징하는 정체성 위기는 오래된 문제이다. 회사로선 해결이 시급하다. 메이시스-38개 매장을 거느린 블루밍데일 체인 Bloomingdale’s chain 도 소유하고 있다-는 지난 11월 동일점포매출이 11분기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동일 점포매출은 신규 개장 혹은 폐점한 점포를 제외하고 매출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메이시스 주가는 2015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70% 이상 급락했다. 이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이 지난 3월 취임한 제프 제넷 Jeff Gennette CEO의 임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연말 쇼핑 시즌이 메이시스에서 34년간 잔뼈가 굵은 그의 역량이 검증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연말 연시 휴가 시즌 선물을 사려고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이 기간에 전체 매출의 30%가 발생한다. 오직 이 기간에만 메이시스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다).

제넷(56)은 메이시스의 별 모양 로고와 연동해 이번 시즌 계획의 이름을 ‘북극성’이라 붙였다. 분위기는 ’우리가 사랑한 선물‘ 전단에 훨씬 가깝다. 메이시스가 단순한 상점이 아닌 유통업계의 ‘권위 있는 존재’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위엄 있는 인상의 제넷은 권위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다른 유통 브랜드보다 메이시스의 패션 큐레이팅과 조언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패션, 미용, 가정용품, 심지어 IT 분야에서도 고객에 미치는 이런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할인 비중은 줄이고, 매장 분위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인기 브랜드만 골라 모아 방문 고객 수를 늘리고,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할인을 너무 줄였다간 연 매출 250억 달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세일 선호 고객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그래서 제넷은 ‘판촉형 매장(promotional store)’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매력을 더욱 살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건 장난감으로 가득한 자루를 들고 굴뚝으로 내려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폴리애나 Pollyanna *역주: 매우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를 상징인 아동문학 속 등장 인물 가 아닌 한, 메이시스가 금방 고객의 마음을 되찾을 것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 것이다. 메이시스의 시장점유율은 줄곧 감소해왔다. 유통업계의 절대강자인 아마존 등 기존 업체와 스티치 픽스 Stitch Fix, 리볼브 Revolve 같은 신흥 온라인업체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 받은 탓이다. 많은 젊은 소비자들은 (메이시스에) 다가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치, 마이클 코어스, 랄프 로렌 등 대형 브랜드들은 백화점의 할인 문화가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입혔다며 백화점 판매량을 줄여왔다. 불길한 흐름이다. 특정 업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이키도 ‘평범한 수준’의 유통업체는 이제 충분하다며 자체 매장과 온라인 쇼핑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불길 징후를 잡는 것이 제넷의 첫 번째 목표다. 그는-CEO로 장수한 후 현재 총괄회장을 맡고 있는 테리 런드그런 Terry Lundgren의 후임이다-매장의 어수선함과 고객 이탈을 솔직히 인정해 투자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컨설팅업체 SW 리테일 어드바이저스 SW Retail Advisors의 사장 스테이시 위들리츠 Stacey Widlitz는 그에 대해 “월가를 상대로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현실을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제넷은 (지난 3년간 세 번이나) 최고 경영진을 개편했다. 이베이 고위 임원을 지낸 핼 로튼 Hal Lawton을 영입해 2인자에 임명했고, 무질서하게 불어난 머천다이징 조직도 통합했다.‘북극성 계획’이 매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번 연말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메이시스는 ‘우리가 사랑한 선물’ 홍보 디스플레이를 각 매장 주요 지점에 배치할 예정이다. 아직 작지만 규모가 커지고 있는 메이시스의 퍼스널 쇼퍼 프로그램 ‘나의 스타일 리스트(My Stylist)’가 지원에 나선다(연말 이후에도 메이시스는 ‘잇 리스트 It List’라는 새 안내를 통해 강력 추천 제품을 계속 ‘큐레이팅’할 예정이다). 큰손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한편, 메이시스는 매년 평균 1,200달러를 쓰는 상위 10% 우수고객 전용 우대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하기도 했다. 우수고객 세일, 특별 미용관리 프로그램 등 혜택도 강화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도 있다. 수 년간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메이시스는 울타 뷰티 Ulta Beauty, 세포라 Sephora 등 성장세가 빠르고 기민한 경쟁업체의 아이디어를 빌리는 전략으로 화장품 매출을 증가시켰다. 20개 매장에 메이시스가 2015년 인수한 고급형 화장품 유통업체 블루머큐리 Bluemercury 매대를 설치했다. 정가에 판매되는 인기 브랜드와 공간을 공유하거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떨이 상품을 ‘마지막 기회(Last Act)’라고 이름 붙인 별도 공간에 배치하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다. J.C. 페니 J.C. Penney, 시어스 Sears, 딜러드 Dillard, 고급 체인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 같은 여러 업체들의 고전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메이시스는 백화점 업계에서 현재의 슬럼프를 극복할 만한 조건을 가장 잘 갖춘 업체라 볼 수 있다. 고급과 중저가 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고, 산하의 마케팅 및 공급망 조직도 막강하다. 연 매출 43억 달러를 올리는 미국 6위 전자상거래 업체이기도 하다. 비록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고민 중이지만, 이런 장점들 덕분에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기다려 줄 시간은 확보한 상황이다.

“군함의 방향을 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위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통 전문 컨설팅업체 마빈 트로브 어소시에이츠 Marvin Traub Associates CEO 모티머 싱어 Mortimer Singer의 말이다. 지금 제넷은 소비자 취향 변화로 ‘메이시스 호’가 침몰하기 전에 배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유통 역사에서 메이시스만큼 성공을 거둔 기업도 흔치 않다. 롤런드 H. 메이시 Rowland H. Macy가 창업한 메이시스는 1858년 뉴욕 시의 포목점으로 출발해 20세기 초엔 미국 상당수 대도시에 초석을 쌓았다. 1947년 개봉한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을 계기로 메이시스는 대중문화 속 위치를 완전히 굳혔다. 1백 만 제곱피트(약 2만 8,000평)의 메이시스 플래그십 매장은 뉴욕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5위 안에 올라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메이시스의 독립기념일 불꽃축제와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TV로 시청한다. 일 년에 최소 한 번 메이시스에서 쇼핑하는 미국인이 4,1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2016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메이시스 뉴욕 플래그십 매장에 몰려든 소비자들. 제프 제넷 신임 CEO는 현재 파격 할인 의존율을 줄이면서도, 디스카운트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있다. 사진=US 포춘


메이시스를 유통업계의 진정한 거인으로 만든 주역은 테리 런드그런이다. 그가 CEO에 취임한 이후 메이시스 매출은 10년간 약 2배로 늘어 2014년엔 280억 달러 정점을 찍었다. 2005년 메이 May 백화점을 인수하는 등 여러 대형 M&A에 성공하고, 경쟁사들 보다 먼저 전자상거래에 진출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인수합병은 성공과 함께 문제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진이 비대해지자,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각 지역보단 본사에서 내리는 결정이 많아지면서, 특히 의류 부문에서 경쟁업체와 판매 상품이 겹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치명적인 할인의 늪에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메이시스를 포함해 어디를 가든 ‘거기가 거기(sea of sameness)’라고 느끼게 되자, 소비자들은 백화점에 무관심해졌다. 그러자 업계는 할인으로 그런 상황에 대응했다. 시어스와 니먼 마커스 임원 출신으로 현재 세이지베리 컨설팅 SageBerry Consulting 사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데니스 Steve Dennis는 이에 대해 “고객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문자 그대로 백안시한 꼴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류는 메이시스에서 가장 매출이 부진한 부문 중 하나다. 그런 사이 T.J.맥스 T.J. Maxx 같은 할인 업체가 업계 강자로 부상했다. 자체 패션브랜드를 런칭하고 회원제 패션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워드로브 Amazon Prime Wardrobe를 출범시킨 아마존의 위협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매지드 Magid의 유통업계 현황 조사에 따르면, 메이시의 의류 고객 중 47%가 이미 아마존에서도 옷을 구매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 코원&컴퍼니 Cowen & Co의 예측도 암담하다. 이 은행은 올해 아마존이 메이시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의류 유통업체로 부상하고, 2021년엔 메이시스 시장점유율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메이시스의 상승세가 주춤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제넷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메이시스의 구매를 총괄하는 최고 머천다이징 책임자(chief merchant)로 5년간 일했다. 이후 2014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런드그런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제넷은 메이시스의 부활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참여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백화점 매장 방문자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미용 부문이 대표적이다. 울타 뷰티, 세포라 같은 전문 유통업체들에 시장 점유율을 잠식 당하면서, 이 부문은 5년 전부터 메이시의 만성적 약점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 전문 매장들은 매장 직원의 개입 없이 소비자 혼자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개방형 판매(open sell)’를 내세웠다. 하지만 메이시스는 제품을 직원이 꺼내줘야 써볼 수 있는 1940년대에 머물렀다. 수 년간 매출 하락을 경험한 끝에야 약 200개 매장에서 개방형 판매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메이시스 산하의 저가 패션전문 브랜드 백스테이지 Backstage의 운영도 서툴긴 마찬가지였다. 당초 아울렛 매장 체인으로 기획된 백스테이지는 발전이 매우 더뎠다. 런드그런이 2015년 “이 사업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소비자들이 메이시스보다 T.J. 맥스나 마셜스 Marshalls 같은 할인 매장을 더 선호한다는 게 확실해지고 나서야 경영진은 백기를 들었다. 최근 메이시스는 백화점에 백스테이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 45개 매장에 전체 면적의 20%, 2만 5,000제곱피트(약 700평) 규모의 백 스테이지 구역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향후 수백 곳의 매장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제넷은 백스테이지 구역 내 매장이 전년 대비 7%p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 GlobalData Retail의 닐 손더스 Neil Saunders 대표는 “메이시스는 과거에도 여러 좋은 이니셔티브를 논의했다”며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밀어붙일 체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지적했다.

큰 키에 완벽하게 옷을 차려 입은 제넷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여름과 가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마트하고 전략적인 감축이 주요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감축은 공급망에도 집중된다. 제넷은 메이시스 단독 상품의 공급업체 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INC 등 메이시스의 PB상품은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한다. 이 비중을 40%까지 높이기 위해 메이시스는 공급업체 5분의 2를 줄이고 있다. 나머지 업체에도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메이시스 전용으로 할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라, H&M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선 상품 출시 소요 시간축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부 상품의 경우, 제품 주문에서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 개월에서 8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감축은 매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메이시스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상품으로 가득 찬 시장통 이미지를 조금씩 없애고 있다. 제넷은 “매장이 너무 어수선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메이시스는 뉴저지 주 우드브리지 타운십 Woodbridge Township 지점을 대상으로 ‘극단적 수정(extremeediting)’을 시험 중이다. 메이시스 고객 전국 평균에 비해 ’패션 지향적‘으로 평가되는 지역이다. 이 매장은 유사성이 과도하거나 유행에 뒤처진 제품을 신속하게 매장에서 빼고 있다. 트렌디한 상품으로 그 부분을 교체하고, 판매되는 상품 종류도 40%를 줄였다. 그 결과 일부 주요 제품의 평균 매출이 10% 증가했다.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제넷은 이 결과를 메이시스 백화점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드브리지의 실험은 제넷이 재고를 줄이려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하면 재고 대방출 세일의 필요성은 줄어들면서, 보기 좋고 고급스러운 매장 이미지가 구축될 것이다. 또, 메이시스에선 매장들이 배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고 규모를 줄여 추적이 쉬워지면, 온라인 구매 상품의 배송절차가 쉽고 원활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제넷은 취급 제품 수가 줄어들면 고객서비스가 개선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점원들이 매장과 창고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대신, ‘잇 리스트’ 속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메이시스의 퍼스널 쇼퍼는 150개 지점에 속한 총 250명에 불과하다. 간소화가 성공하면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 직원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메이시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거의 절반이 상위 10% 고객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매장 방문 빈도 수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면 우수 고객이 늘 뿐만 아니라, 세일 때까지 구매를 미루지 않도록 고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제넷은 신중함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경쟁 업체에 없는,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확보하지 않는 한, 할인을 줄이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2012년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던 J.C. 페니도 매출 폭락과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제넷은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판촉형 백화점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수없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는 대형 유명업체 제품과 파격 할인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할인이 더 이상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메이시스의 주장을 받아들인 대형 패션업체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의류 대기업 PVH가 보유한 두 유명 브랜드, 토미 힐피거와 캘빈 클라인의 메이시스 매출은 최근 상품 진열방식 개선 등에 힘입어 반등했다. 제넷은 마이클 코어스와 랄프 로렌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브랜드 측의 불안이 잦아들 뿐만 아니라, 인기 브랜드의 신규 유치도 수월해질 수 있다. 컨설턴트인 싱어는 이에 대해 “메이시스에겐 킹메이커가 될 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가을 메이시스 투자자는 하루 동안 왕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올 1~3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4%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온 11월 9일,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메이시스는 ‘재고떨이 판매’가 줄어든 대신 향수, 여성용 신발, 귀금속 판매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익이 상승하는 동안 매출은 감소했다. 게다가 다른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 메이시스는 매장 면적을 거침 없이 줄이고 있다. 2018년 말까지 2014년 기준 영업 매장의 20%를 폐쇄할 예정이다. 기존 매장의 면적을 줄이거나, 제너럴 그로스 General Growth같은 쇼핑몰 개발업체에 매장을 재판매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지난 10월에 시애틀 중심가 매장 건물의 상층부를 매각했는데, 이 자리엔 아마존이 입점할 예정이다. 이는 유통업계 지각변동의 거의 완벽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메이시스가 향후 매장을 추가 폐쇄할 가능성도 있다. 컨설팅업체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 Green Street Advisors의 1월 집계에 따르면, 메이시스 매장이 입점한 쇼핑몰 중 단위 면적당 매출이 ‘견조하다고 평가 받은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60%는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쇼핑센터에 위치해 있어 백화점이 우울하고 텅 비어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실적이 보여주듯, 부진한 매장 정리는 순이익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제넷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시스가 “적정 매장 수에 거의 도달했다”고 말했다. 추가 폐쇄의 단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 지점이 문을 닫으면 브랜드 가시성이 낮아져 인근 매장 매출이 타격을 입고, 그 결과 입점 업체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메이시스 온라인 쇼핑몰은 현재 순항 중이지만, 침체를 해결해 줄 정도는 아니다. 메이시스 측 자료에 따르면, 폐쇄된 오프라인 지점의 매출이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 몰로 이전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유통 전문 컨설턴트 위들리츠는 “이런 비율은 ‘더 이상 메이시스가 필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문제는 제넷이 직면해 있는 여러 가지 과제를 상징하고 있다. 그는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를 외치며 메이시스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적은 것이 많을 순 없다. 지나친 축소는 소비자·브랜드·투자자의 이탈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제넷 본인도 메이시스가 규모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표현은 피하고 있다. 그는 대신 매장에 진열되는 제품 수 축소, 고가 제품 결합, 전자상거래의 꾸준한 성장으로 매출 상승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제넷은 현재 진행 중인 유통업계 지각변동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라 믿고 있다. “메이시스가 승자 반열에 오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 모든 걸 하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다. 올 연말 시즌 성적이 실망스러울 경우, 메이시스는 전선을 축소해야 할지도 모른다.

■ 매장을 찾아서
 

 


메이시스는 지난 2년간 부진한 매출을 기록한 매장 100곳 이상을 폐쇄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지점들의 매출이 계속 떨어져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강력한 유산, 험난한 장애물
메이시스는 높은 인지도와 전국적 기반이라는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과연 이를 활용해 현재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까?

희망의 빛
★ 전자상거래 ▶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메이시스의 올해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은 10년 전 10억 달러에서 대폭 증가한 43억 달러를 기록했다(미국 시장 6위).
★ 전국적 기반 ▶ 메이시스는 664개 지점을 보유한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이다. 최고 브랜드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 거대한 고객층 ▶ 미국 가정의 절반은 일년에 최소 한 번 메이시스에서 쇼핑을 한다. 연 매출 250억 달러를 올릴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다.
★ 고품격 ▶ 메이시스는 랄프 로렌 같은 중고가 의류 브랜드와 고급 향수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먹구름
★ 전자상거래 ▶ 규모에서 앞서는 아마존의 습격이 늘 고민이다. 매지드의 유통업계 시장조사에 따르면, 메이시스에서 의류를 구입한 소비자의 47%는 아마존에서도 옷을 사고 있다.
★ 전국적 기반 ▶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메이시스 매장이 입점한 쇼핑몰의 60%는 매출이 ‘보통’ 혹은 ‘저조’한 상황이다.
★ 거대한 고객층 ▶ 메이시스는 소수의 충성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사측은 전체 매출의 46%가 9% 고객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 고품격 ▶ T.J.맥스, 울타 뷰티, 아마존 등이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메이시스는 톱 브랜드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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