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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업 기상도] '맑음' 이마트

  • 기사입력 2018.08.07 17:40
  • 최종수정 2018.09.21 12:43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오프라인 할인점 업황 부진과 대외 환경 악화로 올 2분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의 역발상 전략과 상생 이슈 선점으로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삐에로 쑈핑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분주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삐에로 쑈핑 점원을 보고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기자는 눈을 의심하고 멀어져가는 점원을 다시 바라봤다. 점원 근무복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니 찍혀 있었다. ‘이마트가 콘셉트 설정과 활용이 정말 탁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 28일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2층에 오픈한 삐에로 쑈핑은 평일 오후에도 소비자를 가장한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메인 동선이 1.8m, 곤도라 간 동선이 0.9m로 좁은 편인 데다가 워낙 인파가 몰리다 보니 ‘사람에 휩쓸려 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물건은 사람보다 더 많아 760평 규모에 4만여 가지 상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만물 잡화상 같은 혼란스러움이 콘셉트이다 보니 점원 근무복에 있는 문구처럼 직원조차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Fun & Crazy’라는 모토에 어울리는 온갖 재밌고 신기한 상품들이 매장 곳곳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장 안쪽에는 성인용품 코너도 버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 오너 리스크? 오너 프리미엄!

이마트 2분기 실적이 4·5월 징검다리 휴일에 따른 여행수요 확대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의 보따리상 규제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이슈 등 이마트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 악재는 앞으로도 이마트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마트 기업 기상도는 ‘여전히 맑음’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단기적인 실적 불확실성과 부진이 이마트 밸류에이션의 할인 요인은 아닙니다. 이마트는 여전히 이마트몰과 트레이더스를 통해 국내 식료품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죠. 이는 가파른 시장점유율 상승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유통업계 내에서도 대단히 후한 평가를 받는 업체다. 이런 평가는 상당 부분 이마트 선장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활동에 기인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유통은 굉장히 보수적인 업종에 속합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이 업계에서 뭔가 재밌고 혁신적인 이슈를 만들어 냅니다. ‘어, 쟤네 뭐야?’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죠. 대단한 능력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 부회장은 최근에도 삐에로 쑈핑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삐에로 쑈핑은 유통업계 상식인 ‘정리·상품·쇼핑’ 보다 ‘혼돈·스토리·재미’를 더 추구하는 역발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흥밋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삐에로 쑈핑에는 상품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배치돼 있어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보물찾기를 하듯 매장 곳곳을 탐험해야 한다.

삐에로 쑈핑은 취급 상품도 부도상품부터 성인용품까지 무척 다양하다. 그래서 고객 체류시간도 매우 길다. 고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면 입장 제한 시간을 둘 정도로 매장이 북적인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고객 체류시간은 해당 채널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 정용진의 혁신 아이디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불어넣은 이마트 혁신의 후광효과는 그동안에도 자주 빛을 발해왔다. 유통업체 주가 전체가 바닥을 칠 때에도 이마트는 ‘정용진 프리미엄’을 받아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는 일이 많았다. 일렉트로마트, 스타필드 등 정 부회장의 혁신 아이디어가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2015년 1호점을 오픈한 체험형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대놓고 남심을 저격하는 마트’라고 불리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이슈가 됐다. 이슈화 정도로만 따지면 삐에로 쑈핑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었다.

일렉트로마트는 ‘왜 쇼핑은 남자에게 즐거움이 될 수 없는가’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과 최근 취미생활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인 남성이 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주목한 결과물이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를 체험형 가전전문점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가전보다는 피규어나 프라모델 코너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덕분에 일렉트로마트는 일부 남성 고객들 사이에서 ‘특이 취향 전문점’이란 입소문을 타며 쇼핑 성지로 추앙받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충성소비자층의 지지 덕분에 일렉트로마트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5년 초 2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3,374억 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0억 원에 이른다. 일렉트로마트의 고속성장은 업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 출점이 어려운 현재 유통업계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필드 역시 정 부회장표 발상의 전환 작품으로 부를 만하다. 스타필드는 2016년 처음 문을 연 국내 최초 쇼핑테마파크이다. 현재 하남, 코엑스몰, 고양 등 총 3개점을 운영 중인 스타필드는 쇼핑, 문화, 레저, 위락, 관광, 힐링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원데이 복합 체류형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인 쇼핑숍 외에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등 750여 개의 차별화된 기획 코너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끈다.

 

일렉트로 마트. 사진=이마트 제공.


◆ 미래에도 ‘쾌청’한 기업 기상도

이마트의 기업 기상도는 돌발 악재가 튀어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맑음’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혁신이 과거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3월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내년 5월까지 프리미엄 마켓 형태로 미국 서부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현실이 된다면 현재 베트남 등 신흥시장 진출에만 골몰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통업체가 선진시장에 정식 진출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이 시기를 특정할 만큼 이마트의 미국시장 진출은 이미 상당부문 구체화되어 있다. 이마트 측은 정 부회장이 언급한 ‘프리미엄 마켓’ 형태에 대해 아시안 그로서란트(Grocerant·Grocery와 Restaurant의 합성어.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매장을 말한다) 형식이 될 것이라 설명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말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후보지를 검토 중입니다. 상품과 서비스 차원에서도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고요. 이마트의 PK마켓 미국시장 진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미국 소비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아시안 푸드마켓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 완성단계에 접어든 옴니채널

옴니채널(Omni-Channel·‘모든 것,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접두사 Omni와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Channel의 합성어) 구축이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도 이마트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마트는 SSG.COM(쓱닷컴) 구축을 통해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온라인 채널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쓱닷컴은 쇼핑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쇼핑 편의성과 당일 배송 및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이 가능한 선진 배송시스템, 혁신적인 온라인 전용 스토어 NE.O, 400만 개에 이르는 상품 콘텐츠 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쓱닷컴이 보유한 로열티 높은 트래픽 덕분에 이마트는 향후 온라인 사업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배경은 신세계그룹이 올해 1월 외국계 투자운용사인 비알브이 캐피탈 매지니먼트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로부터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마트는 쓱닷컴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향후 진행될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온라인 사업부 통합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다.

◆ 상생 이슈 선점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통해 유통업계에서 상생 이슈를 선점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상생 이슈 선점은 향후 이마트 운신의 폭을 늘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 4월 서울 대표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에 121평 규모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었다. 경동시장점은 당진어시장점, 구미선산시장점, 안성맞춤시장점, 여주 한글시장점에 이은 다섯 번째 상생스토어다.

경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개장은 경동시장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서 오픈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덕분에 다른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경동시장도 같은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진전통시장 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이 조사한 ‘당진어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유치 성과 분석’에 따르면 시장 이용 고객 증감을 추론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 이용 월평균 고객 수가 2015년 2,153대에서 2016년 3,274대, 2017년 5019대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유통매장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전통시장 고객 집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생 이슈 선점과 온라인 채널에서의 우월한 경쟁력, 오너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이마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쾌청’한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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