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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장기적 기업 전략이 필요한 이유

  • 기사입력 2018.07.05 11:05
  • 최종수정 2018.09.18 14:31
  • 기자명 Clifton Leaf 기자

모든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상당수는 다음 분기 실적에만 매달리고 있을까? BY CLIFTON LEAF

1990년대는 인터넷 시대의 서막이었다. 많은 이들처럼 당신도 획기적인 ‘닷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사업 설명을 할 모든 준비가 끝나 있다. 당신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팔려고 한다(하지만 VC는 하품만 한다).

당신은 수년 또는 수십 년 걸릴 이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한다. 기술 인프라와 창고 용적을 확충하고, 고객경험을 집요하게 추구할 계획이다. ‘고객중심’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 이름도 ‘리렌트리스 닷컴 Relentless(집요함).com’으로 지을 생각이다. 물론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저렴한 가격과 배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가끔은 대문자 ‘A’로 시작하는 상품의 대거 할인 판매도 할 작정이다. 그렇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큰 상점’을 차릴 생각이다.

VC의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그가 구체적 수치를 요구해도 당신은 태연하게 대응한다. 당연히 주식 상장 전에 현금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많은 돈을 잃어 17분기 내리 적자를 기록한다. 계속 사업을 벌여 첫 9년 동안 30억 달러의 적자를 낸다. 결국에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도, 10여 년은 평균 이익률 2%라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낸다.

엘리베이터 피치/*역주: 짧은 시간 안에 사업 아이템을 고객 또는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기법/였다면 한 층 만에 끝났을 발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아마존닷컴 Amazon.com의 이야기는 현재 기업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는 마음을 바꾸기 전 실제로 리렌트리스닷컴이라는 사명을 고려했다(검색을 해보면 진짜 그렇게 나온다). 그리고 위에 나오는 기업 투자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기업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의 존 도어 John Doerr였다. 그는 1996년 아마존에 처음 800만 달러를 투자했고, 3년 후엔 터무니 없는 야심을 가졌던 또 다른 스타트업 구글에 투자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도어가 베이조스(래리 페이지 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과 마찬가지로)에게서 본 것은 그저 원대한 사업 비전만이 아니었다. 그 목표를 관철하려는 끈기를 높이 샀다. 다른 사람들도 베이조스의 그런 면모를 알아봤다. 1999년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메리 미커 Mary Meeker는 아마존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이성적인 무모함”이라 높게 평가하며, 그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그녀는 월가에서 유명한 아마존 옹호론자다. 15년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시장상회 수익률을 기록한 레그 메이슨 Legg Mason의 전 펀드매니저 빌 밀러 Bill Miller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초창기 아마존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이후에도 주식 투자 비중을 더 크게 늘렸다. 아마존 주가는 세 자리 수에서 (9.11 테러 이후) 주당 6달러로 바닥을 쳤다가 이후 다시 반등했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주당 1,6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과거 실시한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7년 상장 첫날 종가에서 무려 10만 6,669%가 오른 셈이다. 

물론, 그런 전설의 탄생은 지나고 보면 쉽다고 여겨진다. 누구든 역대 주식거래 차트에 접근하면, 지난 세대의 특정 승자와 패자를 알 수 있다. 지혜를 쌓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과거가 최고의 스승이란 의미다. 포춘 500대 기업 8위에 이름을 올린 아마존은 베스 코윗 Beth Kowitt이 쓴 이번 호 특집기사 주제이다(‘신선’해진 아마존(Amazon GetsFresh) 기사를 참고하라). 아마존의 급성장은 당장 명판에 새겨야 할 중요한 경영 교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훌륭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현재 사업에 집요하게 주력하는(경영서 저자들은 이를 “실행(execution)”이라 부른다) 것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을 더 잘 운영하는 것에도 엄청나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이조스는 몇 년 전 필자의 동료 애덤 래신스키 Adam Lashinsky에게 “아마존의 3대 경영철학은 장기적 사고, 고객 중심, 혁신의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기업 설립자-애플의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월마트의 샘 월튼 Sam Walton,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Fred Smith,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켈레허 HerbKelleher, 인튜이트의 스콧 쿡 Scott Cook,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Mark Benioff등-대부분은 이 점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 철학은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들을 통해 강화됐고, 가장 찬사를 받는 투자자들에 의해 전파됐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는 워런 버핏은 주식 보유 기간을 “평생”이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장기에 집중하는 기업’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최소한 ‘단기적’ 기업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은 투자를 한다는 점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입증됐다. 단기적 기업들은 분기 수익 목표만을 달성하려 하고, 주가 상승을 위한 자사주 환매, 연구개발 비용 감축, 기술 및 인적자원 등 주요분야의 투자 축소를 단행하곤 한다. S&P 글로벌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전략을 내재화’한 중견 및 대기업들은 지난 20년 간 ’다음 분기 수익‘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들보다 꾸준히 자기자본이익률이 더 높았다(포춘은 지난해 11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성장동력에 꾸준히 재투자하는 미래지향적 기업들의 리스트 ’퓨처50‘를 공개한 바 있다).

2017년 2월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별도로 시행한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장기지향적 기업에서 더 나은 재무성과가 나왔다. 중견 및 대기업 600곳 이상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적 기업이 비장기적 기업보다 평균 47%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이익과 시가총액도 더 빨리 증가했다. 매킨지 리서치팀은 “비록 금융위기 때 장기적 기업의 주가가 더 큰 타격을 받았지만, 회복도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더 광범위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장기적 기업이 같은 기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기업은 습관적으로 다음 분기에만 신경을 쓰는 걸까? 독자 여러분도 아마 짐작했을 것이다: 바로 월가 때문이다. 매킨지 연구에 따르면, 경영진 10명 중 거의 9명은 2년 안에 좋은 재무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압박의 상당 부분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가하고 있다. 그런 펀드들은 단기간에 수익을 거둬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라자드 Lazard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250억 달러를 동원한 역대 최다 73개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작됐다. 라자드는 수 년간 주주들의 행동주의를 분석해온 기업이다. 일부 캠페인은 기업 해체나 매각을 촉구했고, 일부는 주식환매나 이사회 자리를 요구했다(행동주의자들은 1분기에만 65개 이사회 자리를 얻었다). 라자드는 나머지 캠페인은 그저 인수합병 진행을 막거나, 해당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범피트리지 bumpitrage‘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킨지 앤드 컴퍼니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 도미닉 바튼 Dominic Barton은 “물론 일부 행동주의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장기적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여 년 간 기업 최고경영진 및 이사진을 대상으로 장기전략을 독려하는 일에 힘써왔다. 이런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장기전략 이행과 중요한 사업분야에서 좀 더 발 빠른 기업 경영을 요구한다.

그러나 단기전략 지지자들이 이들을 압도한다. 그들은 보유 주식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바튼은 “이 사람들이 복수의 이사회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 문제 중 일부”라며 “현재 벌어지는 행동주의 활동을 고려하면, 캠페인 경험을 가진 일부 투자자들이 이를 이사회에 전파할 공산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이사회에 ’당신은 이걸 절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셈이다. 다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란 식으로 겁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포춘 기고가 브라이언 두메인 Brian Dumaine은 “장기경영에 가해지는 더 큰 위협은 CEO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라 지적했다. 그는 데니스 캐리 Dennis Carey, 마이클 유심 Michael Useem, 로드니 젬멜 Rodney Zemmel과 함께 주목 받는 신간 ’오래 가라: 왜 장기적 사고가 최고의 단기 전략인가(Go Long: Why Long-Term Thinking IsYour Best Short-Term Strategy)‘를 공동 집필했다.

현재 경영진 대부분은 임기 동안의 주가 성과를 기반으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뱅가드 Vanguard 회장 빌 맥냅 BillMcnabb 같은 주주 지지자들은 그 대신 “절반 이상의 보수를 CEO 퇴직 5년 후 권리가 부여되는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엑손 모빌이 현재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두메인은 “한 석유기업의 CEO라면, 그 사람은 석유탐사 비용과 자본지출의 대폭 축소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면 이익은 갑자기 좋아 보이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5년 후, 차기 CEO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단기전략에 있다. 미국 주주의 대다수는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수년 간 주식을 보유한다. 경영진이 다음 분기에만 집중하면, 필연적으로 장기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번역 소은혜 hangha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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