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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500] GE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났던 걸까?

[세계 500대 기업] WHAT THE HELL HAPPENED IN GE?

  • 기사입력 2018.07.04 11:04
  • 최종수정 2018.09.20 14:15
  • 기자명 Geoff Colvin 기자

▲제너럴 일렉트릭 프로파일: 포춘 500대 기업 순위 18위, 매출 1,223억 달러, 이익 58억 달러, 직원 수 31만 3,000명, 총 주주수익률(2007~2017 연평균) -3.8%

지난 18개월간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비교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무너졌다. 오래 전부터 전조가 있었던 비극이었다. GE는 과연 공중 분해설을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By Geoff Colvin

자신이 퇴진을 발표한 날 회사 주가가 오르는 것에 기뻐할 CEO는 없을 것이다. 제프 이멀트 Jeff Immelt에겐 2017년 6월 12일이 그런 날이었다.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이미 몇 년째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었던 만큼, 일견 이멀트의 퇴진은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래도 충격은 있었다.

당시 61세였던 이멀트는 약 16년간 GE의 CEO을 역임하고 있었다. 그는 외부에 미리 퇴진 의사를 밝히거나 구체적 승계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이멀트가 불과 7주 후 퇴진하고(이후 2개월간 이사회 의장으로 유임), GE 헬스케어의 수장이자 30년 근속자인 존 플래너리 John Flannery가 그 자리를 이어 받는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이 소식을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전체 주식시장은 잠잠했지만, GE 주가는 4%나 상승했다.

투자자들의 낙관주의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GE 주가는 6월 12일 28.94달러로 마감한 후, 계속 그 수준을 밑돌고 있다. 세계 각국 경기가 회복하고 미국 증시가 치솟는 상황에서, GE 주주들은 회사의 추락으로 1,0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나쁜 소식이 그치지 않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투자중개업체 윌리엄 블레어 앤드 컴퍼니 William Blair & Co.의 애널리스트 니컬러스 헤이만 NicholasHeymann은 “투자자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투자할 의욕도 없다”며 “이건 지형 측량이 아니라, 전등도 안내서도 없이 어두운 동굴을 탐사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투자리서치업체 멜리어스 리서치 Meliu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스콧 데이비스 ScottDavis는 영원히 희망을 잃은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는 GE를 사지 않겠다고 작정한 사람들도 많다.”

GE 주식을 대거 매입한 전현직 직원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일부는 4월 열린 정기주총 때 시위를 벌였다. 전직 임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 전직 임원은 “상상이 안 된다. 이런 상황은 꿈도 꿔본 적이 없다.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GE는 기업계의 상류층, 다우지수 원년 멤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자 양성소다. 그런 기업의 재무 상태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이멀트가 CEO에 취임할 당시 AAA등급이었던 회사채는 이제 다섯 단계나 내려간 A2등급이다. 실제 거래가는 정크 본드 바로 위 등급인 Baa에 더 가깝다.

이미지=US 포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GE는 그 정도 규모와 위치의 기업에선 전례를 찾기 힘든 단호함을 앞세워 기존 경영진을 퇴출했다. 지난 10개월간 CEO와 CFO 겸 부회장, 3명의 부회장 중 2명, 최대 사업부문 수장, 기타 다수 중역, 이사회 이사 절반이 회사를 떠났다. GE를 오랜 시간 지켜봐온 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회사 이사회의 급진적 변화에 대해 “미국 기업지배 구조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멀트는 본 기사를 위한 취재 요청을 거절한 대신 진술서 한장을 보내왔다. 그는 과거 여러 가지 성취를 열거한 후 “우리 중 누구도 현재 주가에 만족하지 않는다. 나는 CEO재임 마지막 해였던 작년에 8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입했다. 직원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나는 GE를 사랑한다. 회사가 미래를 바라보고 시장의 승리자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플래너리는 과거 GE로부터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메시지를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작년 10월 투자자와의 만남에서 그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기업 평가는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회사의 비즈니스, 절차, 기업의 기능, 기업문화, 의사결정 방식, 목표와 책임에 대한 관념, 인센티브 제도, 글로벌 리서치, 디지털, 3D프린팅(제조)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운영절차, 조직, 자원 배분, 투자자와의 소통 등도 점검했다. 그 어느 것도 예외는 없다(···)GE는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GE가 엉망진창이라는 움직일 수 있는 표현인 셈이다.

플래너리는 기업분리가 회사 가치를 높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다. 그전까진 상상조차 못했던 구상이다. 멜리어스 리서치의 데이비스는 “GE가 일종의 분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플래너리는 GE의 구세주가 될 수도, 파멸자가 될 수도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 그는 유명인이 될 것이다.

이제 사람들에겐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 왜 이렇게 됐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 질문의 답이 먼저 나와야 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프 이멀트이며, 시작 시점은 회사 주가가 폭락하기 훨씬 전이다. 한 전직 임원의 말처럼 “바퀴는 2017년에 빠졌지만, 고정 나사가 풀리기 시작한 건 훨씬 오래 전이다”.

이멀트는 자신의 임기 초반이 순탄치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는 9.11 테러 4일 전에 취임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비행기 중 한 대는 GE가 제조한 엔진을 달고 있었다. 센터 건물도 GE캐피털 GE Capital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테러 이후 항공여행 수요가 폭락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기 임대업체인 GE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45세였던 이멀트는 취임 첫 주부터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그는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가령,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결정해야 했다. ‘고객사인 아메리카 웨스트 항공(America West Airlines)의 정부 지원을 지지하고 일정 부분에 동참을 해야 하나?’ GE가 거절할 경우, 아메리카 웨스트는 무너질 상황이었다. 이멀트는 자신의 커리어 동안 단 한 번도 항공 산업을 다뤄 본 적이 없었지만, 지원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메리카 웨스트의 당시 CEO였던 더그 파커 Doug Parker는 “나는 평생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일련의 인수가 진행된 결과, 파커는 현재 아메리칸 항공 CEO를 맡고 있다. “이멀트에겐 엄청난 리스크였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라며 발을 뺄 수도 있었다.”

이후 몇 달간, 국가와 기업들의 관심은 온통 안보에 쏠려 있었다. 이멀트는 이를 기회라 판단했다. GE는 첨단 폭발물 감지 기술을 보유한 아이언 트랙 Ion Track을 비공개 가격으로 인수했다. 약 18개월 후, 또 다른 폭발물 감지 업체 인비전 InVision도 9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그는 2009년 두 회사가 포함된 GE 홈랜드 시큐리티 GE HomelandSecurity 대주주 지분을 7억 6,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그의 안보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 셈이었다.

애널리스트와 기타 관계자들은 현재 GE가 위기에 처한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을 바로 이런 모습에서 찾고 있다. 이멀트는 순간적인 유행에 끌려 반짝 인기를 얻은 업체를 수 차례 최고가에 인수했다.

예를 들어, 2010~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GE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최소 9개 업체를 인수했다. 이후 2016년 유가가 반 토막이 나자, GE는 석유가스 부문을 유전서비스 상장기업 베이커 휴즈 Baker Hughes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새 기업의 지분은 대부분 GE가 보유했다. 당국은 작년 7월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후 베이커 휴즈의 주식은 급락했고, 유가가 상승했는데도 합병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멀트가 이사회를 떠난 지 불과 며칠 후, GE는 의미심장한 결정을 내렸다. 경영진의 재무 통제가 방만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무 및 자본 배정 위원회(Financeand Capital Allocation Committee)‘라는 협의체를 신설했다. 플래너리는 이 위원회의 첫 번째 임무로 ’베이커 휴즈에 대한 출구전략 옵션 판단‘을 부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2004년, GE는 WMC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다 2007년 집값이 하락해 WMC가 한 해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GE는 WMC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올 2월, GE는 미 법무부가 자사 소유였을 당시 WMC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 같다‘고 발표했다. GE는 벌금에 대비해 현금 15억 달러를 비축했다.

그러나 이멀트의 인수가 모두 실패는 아니었다. 그의 인수·매각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그 엄청난 양이다. 그가 지휘한 거래만 수백 건이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매매한 유일한 CEO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물론 그 중에는 성공도 있었다. GE는 엔론 Enron의 파산 경매에서 풍력터빈 제조 관련 자산을 3억 5,8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후 추가 인수에 탄력을 받아) 지난해 매출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그는 116억 달러를 받고 플라스틱 사업을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 Saudi Basic Industries에 매각했다. 이멀트의 매각 중 최대 규모였던 이 거래는 금융위기 직전에 완료됐고, 가격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보다 높았다. 훌륭한 매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럼에도 이멀트의 선구안은 전반적으로 특출한 수준이 못 됐다. 이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월가의 전문가와 고객, 협력사, 경쟁사, 전직 임원 및 이사들에게 GE가 왜 이렇게 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모두 같은 말로 운을 뗄 것이다: “자본 배분을 잘못 한 탓이다.” CEO,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끊임없이 변하는 GE 같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겐 돈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외부인들은 이멀트가 이 점에서 실패했다는 점에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다.

이멜트의 역대 최고이자 최고가 매각이 플라스틱 부문이었다면, 최악의 거래는 최고가 인수였다. 이 인수의 여파는 아직도 회사를 괴롭히고 있

승계를 발표하고 있는 이멀트(왼쪽)와 플래너리. 얼마 후 플래너리는 기존 경영진과 전략의 상당 부분을 교체했다. 사진=US 포춘

다. 2015년 이멀트는 프랑스의 알스톰 Alstom을 106억 달러에 인수하며, GE의 인수가 신기록을 새로 썼다. 회사의 최대 사업부문은 전력 생산용 대형 터빈 제조 및 관련 서비스인 GE 파워GE Power인데, 알스톰은 그 분야의 주요 경쟁사였다. 이멀트의 대변인은 “당시 이사회가 이 인수를 8차례 검토한 후 승인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수 당시 알스톰의 이익률은 낮았지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GE는 서비스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알스톰의 서비스 부문을 분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인수 결과 알스톰의 직원 3만 명이 GE에 편입됐다. 대부분 유럽에 거주하는 고연봉자였지만, GE는 이들이 제 몫 이상을 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수 시점이 매우 나빴다.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막 발생하는 시점에 화석연료 터빈에 투자를 했다. 회사는 GE파워의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증가하리라 믿고 대형 투자를 감행했지만, 실제 수요는 폭락했다. 그 결과 GE파워의 이익은 45%나 감소했다.

알스톰 인수는 재앙이자 수치였다. 한 전직 경영진은 GE파워가 부진하자 “사람들이 ’이 업계에 100년간이나 있지 않았어요?‘라고 묻더라”고 회상했다. GE는 이멀트가 물러나기 전까지 알스톰 인수를 고집스레 옹호했다. 그러나 그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지 몇 주 후, 플래너리는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알스톰은 분명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내가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GE의 자본 배분이 실패한 최악의 사례들을 살펴보때, 알스톰은 상위권에조차 들지 못한다. 최악의 사례는 그보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멀트는 금융위기 전, GE캐피털의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은 전임자인 잭 웰치 JackWelch가 GE캐피털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키워 놓았고, 이멀트가 이를 정상화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달랐다. 웰치 재임 마지막 10년간 기업 전체 이익에서 GE캐피털의 비중은 많아야 41% 정도였다. 반면 이멜트는 GE캐피털에 2,500억 달러의 채무를 조달해 회사를 키웠다. 2007년에 이르자 캐피털은 GE 전체 이익의 55%를 차지했다. 이멀트는 상업부동산에 대한 직접 자본투자를 허용하는 등 더 큰 리스크를 떠안는 것도 허용했다. 그 결과는 한동안 훌륭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GE캐피털의 수익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이멀트는 1920년대 경제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GE의 주주 배당금을 낮췄고, 워런 버핏에게 30억 달러를 당장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GE캐피털은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 2015년 이멀트가 회사 해체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자본을 잘못 사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멀트는 재임 기간 중 자사주 매입에 930억 달러를 사용했다.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겐 비싼 가격에 사는 경향이 있었다. GE는 회사 주가가 10달러 대였던 2008~2011년 사이에는 930억 달러 중 단 70억 달러만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반면 주가가 30달러를 넘었을 땐 약 800억 달러를 사용했다.

또한, 이멀트는 배당금을 절대 조정하지 않았다. 회사 사업이 충분한 현금 수익을 내지 못했을 때에도, 돈을 빌려서 배당을 유지했다. 이멀트 대변인은 “제프는 배당금을 딱 한 번 낮췄다. 두 번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래너리도 “최근 몇 년간 배당금이 우리의 현금흐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급됐다”고 인정했다. 이멀트가 사임한 지 며칠 후, 플래너리와 이사회는 배당금을 반으로 줄였다.

자본의 부적절한 배분은 재무제표에 남게 마련이다. 반면 인적자원과 기업문화 경영은 훨씬 수치화가 어렵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덜하지 않다. GE의 추락에는 이 두 요인도 한몫을 했다.

당시에도 뉴욕 주 크로턴빌 Crotonville에 위치한 GE 캠퍼스와 인사평가 절차 ‘세션 C’ 등 회사의 유명한 인재개발 제도 하드웨어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멀트와 일했던 전직 임원 여러 명은 소프트웨어에 질적 저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리더십 계발 절차는 분명 과거의 엄밀함을 일부 상실했다.” 이런 주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의견은 의견일 뿐이다. 이멀트의 대변인은 “GE의 제트엔진과 헬스케어 산업이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기업문화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임원은 GE의 성과중심 문화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봤다. 지난 3월 부회장에서 물러나 은퇴한 존 라이스 John Rice는 “이직을 해서 연봉을 올릴 기회가 많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GE에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권장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설명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문화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GE의 인적자원과 문화를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플래너리의 행동과 발언이다. 비판론자들의 요구사항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이멀트로부터) 물려 받은 현 경영진에 만족하지 않았던 플래너리는 “전체 팀의 40%는 신규 인원”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회사 경영에 있어 의미 있는 인적 변화가 있었다”고 꾸준히 언급하기도 했다.

플래너리는 GE의 기업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즐겨 한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내가 문화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을 백 번은 들었을 것”이라며 “직원들도 많이 듣는 말”이라고 밝혔다. 플래너리는 GE에 “엄밀함”과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결과는 중요하다. 노력도 좋지만, 결과가 더 중요하다.”

플래너리(포춘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실천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GE파워에서 “실행은 매우 실망스러웠고, 그 결과 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함께 일했던 임원들에 따르면, 이멀트는 실행을 핵심 역량으로 여기고 중시했다. 그러나 실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전직 임원은 “이멀트는 처음부터 GE가 경영계획을 이행하는 데 있어 매우 뛰어난 회사이며, 앞으로도 무조건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그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밝혔다.

플래너리의 현 기업문화 비판 중에선, 그가 GE에 ‘더 솔직하고, 더 토론하고, 더 저항하는’ 분위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GE는 무례에 가까울 정도로 솔직한 회사로 유명했다. 그런데 더 솔직해야 한다니? 이멀트의 대변인은 “이멀트가 참석한 미팅에서 다른 의견들이 많이 표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래너리는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고, 이멀트와 일했던 임원들도 그에 동의하고 있다. 전직 재무 임원 한 사람은 “이멀트는 아랫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전 직원도 “이멀트가 있는 자리에선 다른 의견이 곧바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CEO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때, 진짜 문제는 시작된다.”

제프 이멀트는 덩치가 크고, 붙임성 있고, 인간적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주변 사람들의 평도 좋다. 그는 GE 항공기엔진 부문 관리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신시내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본인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GE에 입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에 미식축구 선수로 입학해 비인기 포지션인 공격 태클을 맡았고, 언젠가 프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이멀트에게 리더십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내 남학생 클럽(fraternity) 회장을 맡았다. 당시 같은 클럽 소속이었던 뱅가드 Vanguard의 전 CEO 빌 맥냅 Bill McNabb은 “이멀트가 GE CEO가 됐다는 소식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이멀트는 P&G의 유명한 브랜드경영 프로그램에 지원해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그의 옆자리에는 훗날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되는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가 앉았다. 두 사람은 던컨 하인스 Duncan Hines 케이크 믹스를 맡았다. 훗날 이멀트는 자신과 발머가 “무능한 직원”이었다고 웃으며 말하곤 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몇 년 후, 이멀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 후 GE에 입사했다. 첫 업무는 본사 내부 마케팅 컨설팅이었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탑재되는 GEnx 엔진은 GE의 고분사 엔진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CEO에 오른 후, 이멀트는 회사의 재창조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GE 경영자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었다. CEO가 퇴임할 때면 이사회와 본사를 완전히 떠나 새 선장에게 방향을 설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 GE의 전통이었다. 이멀트가 가져온 변화 중에는 특히 시급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그는 GE의 세계화를 추진했다. 회사의 규모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GE는 전체 사업의 60%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멀트 퇴임 시점에 GE는 180개국에 진출해 있었고, 총 매출에서 미국 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61%에 달하고 있었다. 신흥시장 연매출은 10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성장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등 특정 시장에 진출할 때, GE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수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성장의 추가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멀트는 당시의 또 다른 흐름도 놓치지 않았다. 바로 GE의 디지털화였다. 지금 관점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7년 전만 해도 대형 제조업체가 디지털화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멀트의 선견지명을 칭찬하면서도, 실행 문제를 지적했다. 헤이먼은 “GE는 제조업에서 데이터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봤다”며 “그러나 그 비용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멀트는 GE가 2020년까지 10대 소프트웨어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는 아무도 이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주 샌 레이먼 San Ramon에 위치한 GE 소프트웨어 부문은 직원 100명 이상을 정리해고 중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큰 틀은 분명 옳았다. GE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에) 많이 집중하고 있지만, 전략적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려 하고 있다.” 플래너리의 말이다.

이 같은 변화의 상당수는 금융위기 이후 벌어졌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만족했다. 이 기간 S&P 500 지수는 꾸준히 상승했는데, GE도 그 추세를 따라갔다. 2015년, 주가 상승이 둔화되자 이멀트는 “2018년엔 회사 수익이 크게 상승해 주가가 2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상했다. 이 무렵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Nelson Peltz의 트라이언 펀드Trian Fund가 25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입했다. 펠츠는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진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멀트는 2018년까지 주당 2달러를 달성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지만, 바퀴의 고정 나사는 점차 풀리고 있었다. 2016년 말에는 외부에서도 이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신호는 현금이었다. GE는 버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현금을 많이 썼다. 운영 자금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여유분이 점점 줄었다. 반면 수십억 달러가 부족했던 은퇴 기금에 대한 자금 수혈 등 향후에 조달해야 할 자금은 엄청나게 많았다. 2015~2017년 동안, GE는 잉여현금흐름과 자산 매각으로 약 300억 달러를 확보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배당, 인수에 약 750억 달러가 지출됐다. 경제학자 허브 스타인 Herb Stein의 명언처럼, 영원히 갈 수 없는 건 언젠가 멈춘다. GE는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외부의 눈에 띈 신호는 GE파워의 심각한 경영난이었다. 2017년 5월 말까지도 이멀트는 GE파워의 영업이익을 ’++‘, 즉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후, GE파워의 분기 이익 감소와 수주 감소, 전망 하향을 발표했다. 2017년 말이 다가올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다.

그리고 암울한 소식이 쏟아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GE는 11월 배당금을 반으로 줄였다. 12월에는 GE파워 직원 1만 2,000명의 정리해고가 발표됐다. 이듬해 1월에는 GE캐피털의 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해 62억 달러를 손실처리했고, 향후 7년간 150억 달러를 추가로 손실처리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사건의 규모가 너무나 크고 갑작스러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SEC)가 조사에 들어갔지만,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후 2월에는 법무부가 모기지업체 WMC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GE가 법무부 과징금을 대비해 15억 달러를 적립했다고 밝혔고, 5월에는 WMC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렇다면 앞으론 더 이상 나쁜 소식이 없을까? 그 누구도 함부로 추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멀트가 제시했던 주당 2달러 목표는 잊힌 지 오래다(월가의 예상은 0.94달러에 불과하다). 이를 대신해 플래너리는 안타까울 정도로 소박한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의 산소인 현금 공급과 영업이익을 재건할 것이다.”

첫 번째 의문인 ’왜 이렇게 됐나?‘에 대한 해답은 여기까지다. 두 번째 질문인 ’앞으로는 어떨까?‘ GE의 사업 매각 방향에 달렸다. 회사는 조명과 철도관련 사업, 기타 몇몇 중소 부문의 매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여기서 끝날 경우 GE에는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라는 3개 축이 남아 과거 형태를 상당 부분 유지할 것이다. 항공과 헬스케어의 실적은 양호하다. 그러나 GE파워의 부진을 고려할 때, 이 삼각편대가 성장 괘도에 복귀하는 데에는 몇 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트라이언 등 일부 투자자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작년 10월, 트라이언의 에드 가든 Ed Garden이 GE 이사회에 합류했다. 트라이언은 투자 기업의 분사를 자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플래너리는 지난 1월 분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추측을 가라앉힐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3대 사업 중 하나만 매각된다 해도, 현재의 GE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물론 GE라는 이름의 기업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무게는 갖지 못할 것이다. ITT의 전철을 밟는 셈이다. 이 회사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제조 대기업이었지만, 수 차례의 인수 및 분사 끝에 이제는 훨씬 작은 조각들로 쪼개진 상황이다.

이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한 부분은 지금까지 훌륭히 경영을 해온 GE의 명성이다. 대부분의 통상적인 평가와는 달리, GE의 경영이 처음으로 인정 받은 날은 역사에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00년 4월 24일자 기사에서 ‘제너럴 일렉트릭은 이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경영 전략을 가진 회사 (···) 평가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여러 호황과 불황기를 거치면서도 10년 전까지 건재했던 이 평가는 이젠 인공호흡기 신세로 전락했다.

현재 GE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는 역사에 빛나는 기업 브랜드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다. 생존 차원의 위기는 아니다. GE의 주요 사업 분야는 어떤 형태로든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GE를 둘러싼 갈등은 회사 규모에 걸맞게 좀 더 고차원적이다. GE라는 특별한 기업은 과연 잃어버린 후광을 되찾을까, 아니면 결국 평범함으로 추락할까.

▲제프 이멀트의 영광과 몰락

CEO로서 이멀트의 초기 성적은 관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충격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GE에 문제만 쌓여 갔다.

2001년 9월 11일: 이멀트가 CEO에 취임한지 불과 4일 후, 테러 공격으로 GE의 제트엔진·항공기 임대·보험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졌지만, 그는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2007년 8월: 이멀트가 GE플라스틱을 116억 달러를 받고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에 매각했다. CEO 취임 후 그가 진행한 총 1,000억 달러 규모 거래 중 이 매각은 첫손에 꼽히는 성공 사례였다.

2009년 2월: 금융위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이멀트는 경제대공황 이후 첫 배당금 감축을 단행했다. 그가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GE캐피털은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4월: GE가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GE캐피털에 대한 투자 대부분을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GE캐피털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여겼던 많은 투자자가 이 결정에 환호했다.

2016년 6월: 잉여현금흐름이 급감하자, 이멀트는 100년 역사를 지닌 GE의 가전제품 사업 및 브랜드 사용권을 56억 달러를 받고 중국 칭다오 하이얼 Qingdao Haier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아직 현금이 부족한 상태다.

2017년 6월: GE가 이멀트의 CEO 퇴진 및 존 플래너리 선임을 발표했다. 이후 상승했던 주가가 다시 하락세에 들어섰고, 하락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GE는 3가지 핵심 분야에서 경영에 실패해 수렁에 빠졌다. 위기 탈출은 빠르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다.

자본 배분: 이멀트의 M&A 기록은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상단 사진 알스톰 등) 많은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부채를 크게 키웠고, GE캐피털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장했으며, 회사 주가가 높을 때 자사주 매입에 수십억 달러를 쓰기도 했다.

인사 및 문화: 지난 10개월간 CEO, CFO, 기타 고위임원 상당수와 이사회의 절반이 교체됐다. 플래너리 신임 CEO는 GE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엄밀함과 책임, 정직성, 토론, 할말은 하는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실행 능력: 이멀트 재임 기간 동안, 오랫동안 GE 경영을 상징했던 성과지향 원칙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최대 사업부인 GE파워의 이익이 최근 급감하자, 플래너리는 “실행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번역 김화윤 whayoo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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