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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현대차의 저력, 그리고 미래차에 거는 기대

  • 기사입력 2018.04.06 19:21
  • 최종수정 2018.09.21 09:23
  • 기자명 김중화 교수

최초의 자동차는 1769년 프랑스의 니콜라스 조솁 퀴뇨(Nicolas-Joseph Cugnot)가 만든 증기로 가는 자동차였다. 최초의 내연기관은 그 후 1808년에 프랑수와 이삭 드 리바(Francois Isaac de Rivaz)가 완성했다. 비록 당시 개발한 엔진을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지만, 그건 놀랍게도 수소를 동력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그 후 1830년대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자동차가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 등 소수의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금의 전기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원리와 유사한 방법으로 자동차를 움직였다. 

기름(gasoline)을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은 1864년 독일 기술자인 니콜라스 오토(Nikolas Otto)가 최초로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자동차 역사는 처음부터 기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으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진 다양한 연료들을 실험했다. 각각의 엔진 기반 기술이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 결국 기름(petroleum)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부터 지구온난화와 함께 환경문제가 대두됐고, 친환경 규제로 인해 탄소배출을 제한되면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요구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증기로 가는 자동차나 수소의 폭발력을 이용하는 자동차는 그 당시 기술 수준으론 극복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는 비교적 오랫동안 내연기관 자동차와 병존했다. 1900년 초 프랑스에선 전기자동차를 파리시의 소방차로 사용했고. 대서양 건너 뉴욕에선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여러 곳에 들어서면서 전기 택시 공급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전역에선 3만여 대 이상의 전기자동차가 운행했다. 그러나 일반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오랜 충전 시간, 무겁고 비효율적인 배터리 등 경제·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1920년대 내연기관의 베스트 셀링 모델인 헨리 포드(Henry Ford)의 ‘Model T’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와 함께 대규모 유전의 발견 등 석유 공급 인프라가 확충돼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류로 떠올랐고 전기차는 밀려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거 200여 년간의 자동차 역사가 말해주는 건 어쩌면 단순하고 명확하다. 기술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동시에 충족되고 규모의 경제가 달성돼 그것이 소비자의 구매력과 연결될 때 그 기술이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흐르는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내연기관 자동차는 주연배우에서 조연, 아니 단역 배우로 밀려 나갈 것처럼 보인다. 다시 자동차 세계는 수소차냐, 전기차냐, 그것도 아니면 다른 종류의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로 가야 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더불어 IT의 급속한 발달이 인간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으로부터 해방시켜 과거보다 자동차가 차지하는 가치와 비중을 훨씬 더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에 관한 한 역사는 거꾸로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은 인류에게 비약적으로 많아진 기회와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함께 안겨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그와 함께 다른 산업의 지형도 대폭 변형될 것이란 얘기다. 

기업이 자신이 속한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 너무 늦게 또는 너무 빨리 움직인다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산업 전반의 대 변혁기엔 적절한 타이밍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CES 2018에 선보인 넥쏘.
CES 2018에 선보인 넥쏘. 사진=현대차

현대차의 경우 기름에서 차세대 에너지로 전환되는 이 같은 큰 변화의 시기에 전략적 행동이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현대차가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미국시장에 내놓은 건 2010년 무렵이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가 출시한 10여 종의 하이브리드는 평가 순위가 그리 좋지 못했다. 어쩌면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바꾸기 어렵게 하는 전략적 관성(strategic inertia)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현대차를 성공으로 이끈 건 불굴의 기업가정신과 규모의 경제 달성,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미래의 자동차 기업의 성공 방정식은 그 외에도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방식과 전세계 다양한 자동차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시장의 글로벌화와 함께 자동차 수요의 동질화가 이뤄지고 있고, 개별 국가와 지역, 사회 시스템의 고유성이 분명해지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 부문에서 미래에 수소차가 우뚝 설지, 아니면 전기차로 귀환할지, 그도 아니면 내연기관 자동차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며 유지될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10여 년 간 보여준 현대차의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이는 2009년부터 현대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재직 기간과 묘하게도 궤를 같이 한다. 2017년 현재 현대차가 출시한 13종의 친환경차 중 아이오닉과 소나타 하이브리드는 꾸준히 품질을 개선해 이미 중위권 이상으로 도약한 상황이다. 2011년 2종에서 2017년 13종으로 친환경 차종도 증가했다. 내연기관과 전기의 혼합인 하이브리드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수소차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의 자리로 도약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3가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해 세계 일류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에도 다가서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까지의 현대차행보가 아니라 미래의 현대차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이다. 현대차는 향후 2025년까지 38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하고, 수소와 전기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를 활용해 승용차, SUV, 버스 등 확대된 세그먼트에서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는 변수가 많다.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과거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차지했던 자리를 차지할지 아직 분명치 않다. 수소나 전기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정도의 가격과 편의성을 가지기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어쩌면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고 있고, 고객 수요의 다양성 또한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차를 상용화하여 차세대자동차로 자리매김하려는 자동차 회사는 도요타와 현대, 그리고 혼다 뿐이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이들 3사와 경쟁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들 회사와 함께 중국의 비야디(BYD)가 전기차에 몰입하고 있다.

미래는 과연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와 어떤 기술을 구현하는 기업에 미소를 지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전 세계 다양한 수요와 요구에 부응하고, 친환경이라는 명제를 자동차 하나에만 적용하는 것을 넘어 연관 산업 전체 맥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줄 아는 기업에게 그 영광이 돌아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한국경제발전 역사와 함께해 온 현대차가 다가올 미래에도 대한민국과 함께 세계 제1위 자동차 관련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_김중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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