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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전과자들

  • 기사입력 2018.04.17 19:17
  • 최종수정 2018.09.21 10:05
  • 기자명 Jennifer Alsever 기자

‘전과’는 취업전선에서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주홍글씨다. 하지만 신생 IT회사들은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사회와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이미지=US 포춘

 

리처드 브론슨 Richard Bronson 은 1990년대 월가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2005년, 그는 집도 돈도 없는 궁핍한 생활을 하는 처지가 됐다. 몸을 누일곳이라곤 여동생 집 소파뿐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브론슨은 “과거를 잊고 살려 노력했지만, 기회의 창이 굳게 닫혀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왜 모든 기회를 박탈당했을까? 브론슨이 증권사기로 2년 실형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LeonardoDiCaprio 주연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Wall Street’의 배경이 된 악명 높은 증권사 스트래튼 오크몬트 Stratton Oakmont에서 공동 경영자로 일하고 있었다. 결국 브론슨은 출소 9년이 지난 후에야, 전과자들의 사회정착을 돕는 뉴욕의 비영리단체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그는 대졸 백인 남성이 학위가 없는 유색인종보다 출소 후 사회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 훨씬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론슨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전과 기록을 알 수 있다”며 “그 때문에 출소자들은 종신형을 선고 받은 것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소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이러한 관념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 운영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인원은 매년 60만 명에 달하며, 카운티 감옥 출소자 수는 1,1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매년 수감자 2,240만명의 유지비로 870억 달러를 쓰고 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적어도 그 중 절반 가량이 8년 안에 재범자가 된다는 것이다. 

출소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건 취업난이다. 구직자의 과거 기록을 조사하는 스털링 탤런트 솔루션스 Sterling Talent Solutions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절반 이상의 직장들이 고용 때 전과 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Fair Chance Pledge)’를 약속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구글, 코크 인더스트리스Koch Industries 등 많은 기업들이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과자를 고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론슨도 거기에 동참했다. 

지난해 그는 전과자들의 직업을 알선하는 영리 기업 ‘7,000만 일자리(70 Million Jobs)’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 벤처 지원프로그램 와이 콤비네이터 Y Combinator 과정을 거친 이 신생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65만 달러를 유치했다. 그 후 ‘7,000만 명의 미국 전과자 중 1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자’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7명의 직원을 고용했다(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내용은 이번 호에 실린 ‘고용 시장(JOB MARKET)’ 기사를 참조하라).

신생기업 ‘7,000만 일자리’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변화 중 일부이다. 

일례로, 덴버에 위치한 ‘마일 하이 워크 숍Mile High Work Shop’은 다수의 출소자들을 고용하는 첫 회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 1만 2,000 제곱 피트(약 340평) 규모의 창고 안에서, 이 회사 직원들은 목공과 재봉 등 여러 업무를 하고 있다. 아울러 쿠어스 텍 Coors Tek과 마이어 스키스 Meier Skis, 여성용품 제조업체 코라 Cora를 포함한 100여 개 고객사들을 위해 세라믹 부품 제작을 제작하고 있다. 이곳 직원들은 단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다른 정규직 취업에 필요한 추천서도 받고 있다. 그 결과 불과 2년 만에 직원 50명이 이직에 성공했다. 절반 가량이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했고, 재범을 저지른 사람도 2명에 머물렀다. 
 

 

초청 강사 조지프 쿠어턴(앉은 사람)이 로우디 오빗 임팩트 참가자들에게 구글 크롬으로 여러 줄의 코드를 검사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초청 강사 조지프 쿠어턴(앉은 사람)이 로우디 오빗 임팩트 참가자들에게 구글 크롬으로 여러 줄의 코드를 검사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US 포춘

 

샌프란시스코에선 IT전문가 베벌리 패런티 Beverly Parenti와 크리스 레드리츠 Chris Redlitz 부부가 출소 전 수감자들에게 코딩과 창업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라스트 마일 Last Mile이 캘리포니아 교도소 4곳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수감자 교육 땐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4년 교육 과정 동안, 지역 내 다수 IT기업 대표와 창업가들의 초청강연을 들을 수 있다. 출소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인맥도 쌓게 된다. 다른 사례로는 샌쿠엔틴San Quentin 주 교도소 내 인터넷 개발 숍(web development shop)에 가입한 수감자 그룹이 있다. 이들은 출소 이후를 대비해 사업 계획을 구상한다.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와 추천서를 작성하고, 출소 후 사용할 현금을 확보하는 일들을 한다.

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선 몇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지원에 앞서 18~36개월 동안 모범수여야 하고, 대학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적절한 수학과 대수학 수업을 들어야 하고, 글쓰기를 하고, 논리 시험을 보고, 개인 면접을 보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패런티는 이 교육을 받은 320명의 출소자 중 지난 8년간 재범을 저지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상당 수가 교육과정을 마친 후 IT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패런티는 “그들은 애사심과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직원이 된다. 그 원동력과 마음가짐으로 회사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캘리포니아 감옥 3곳과 인디애나 주 감옥 한 곳으로 라스트 마일 교육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철학은 볼티모어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우디 오빗 임팩트 Rowdy Orbit Impact라는 회사는 수십 명의 흑인과 라틴계 전과자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과 좋은 기술직을 보장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수감자들은 1년 간 포괄적 사회복지 서비스를 통해, 부족한 전문 기술과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 로우디 오빗 임팩트는 참가자들에게 초봉 4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 깃허브GitHub도 비슷한 교육 과정을 개발 중이다.

로우디 오빗의 창립자 조너선 무어 Jonathan Moore의 목표는 전과 기록이 있는 유색인종들이 기업에서 자신감을 갖고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뉴스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그 중 일부 전과자는 평생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말만 들어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도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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