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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일자리 창출의 정책적 과제

  • 기사입력 2018.02.06 17:11
  • 최종수정 2018.09.07 17:26
  • 기자명 윤창현 교수

정부가 지난해 10월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며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정부의 고용 관련 정책 중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고 있는 건 최저임금제다.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는 가운데, 고용의 양과 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셔터스톡

 

한 나라 경제에서 일자리 창출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일자리 창출은 궁극적 경제성장 목표이자 최고의 복지정책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경제정책은 결국 일자리로 귀결된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일자리의 양과 질은 기본적으로 상충관계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 경영 환경이 갑자기 개선돼 기업 성과가 좋아지고, 그 결과 급여가 올라 일자리가 늘어나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성과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임금만 올릴 경우 일자리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에 지급되는 임금은 받는 근로자에겐 소득이지만 지급하는 기업에겐 비용이다.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는 가장 중요한 비용 항목 중 하나이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인건비만 증가하면 기업 생산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되면 경쟁력에 문제가 생겨 최악의 경우 기업 생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질을 높이려다 양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에 달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8%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9배 수준인 셈인데, 이 정도 인상률을 견디려면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일단 인상부터 하고 조치를 내놓은 식으로 접근하면서, 세금으로 임금 인상분 절반을 보전해주겠다는 정책도 내놓았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기업 몫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하다.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 받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자영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매우 높다. 약 55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도·소매, 식음료, 숙박, 운수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에 대부분 속해있다. 이들 자영업은 폐업률도 높고 벌이도 그다지 신통지 않다. 이들이 고용인들에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하느라 등골이 휘는 상황을 보면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자영업자들은 스스로도 ‘갑’이라기보단 또 하나의 ‘을’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을’을 위해 또 다른 ‘을’을 희생시키는 구조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이다.

 

이미지=셔터스톡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이는 정책도 조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공공부문은 청년세대에겐 좋은 일자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 급여도 세금으로 지급되지만 공무원 퇴직 후 사망 시까지 지급되는 연금도 세금에서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국가가 연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공무원 숫자를 갑자기 늘린다는 건 국민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금을 걷어 지출해야 할 대상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공무원 숫자를 증가시켜 인건비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는 건 문제가 있다. 공공부문을 동원한 일자리 창출의 득실을 잘 따져 봐야 하는 이유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해당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불공정한 측면도 존재한다. 물론 구직자 중 누가 입사에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인건비 상승을 초래할 경우, 기업은 신규인력채용을 줄이거나 최소화시킬 수밖에 없다. 기업 차원의 성과 개선이 없는 인건비 상승이 이뤄지면 기업의 신규인력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는 왕도가 없다.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면,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많이 생겨난다. 또한 고급서비스업처럼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큰 분야는 명분보단 실리를 추구하는 차원에서라도 과감한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자꾸 구분하려 들지 말고, 어느 쪽이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과감한 지원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 패키지를 만들고 시행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다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편집자주: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창현 교수는…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2012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2015~2017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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